교육부 공식 블로그

산골마을에서 찾은 잃어버린 마음의 아랫목 본문

교육부 국민서포터즈

산골마을에서 찾은 잃어버린 마음의 아랫목

대한민국 교육부 2011. 2. 11. 14:16


연일 지속되는 매서운 추위에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이는 북극의 기온이 평년을 훨씬 웃돌아 차가운 공기가 중위도까지 내려와 생겨난 현상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불쑥 찾아온 한겨울 추위로 창틈에 문풍지를 바르고, 내의를 챙겨입는 등 단단히 대비를 하고 있습니다.
 
서둘러 귀가하고 보일러를 아무리 가동해도, 채워지지 않는 온기.
기나긴 겨울 밤이 한없이 길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추위는 추위로 이겨보자' 는 '이한치한(以寒治寒)'의 마음으로 완전무장을 한 저는 강원도 어느 특별한 산골마을을 찾았습니다.
 

강원 삼척시 도계읍 신리 너와마을

 
금방이라도 바람에 날아가 버릴 것 같은 너와지붕.
그 지붕 아래 백여명 남짓의 주민들이 오손도손 모여 꿈을 품고 살고 있는
바로 강원도 삼척의 신리 너와마을 입니다.
 
'너와지붕'은 초등학교 시절 사회 교과서에서 한번쯤 만나본 기억이 있을 텐데요. 우리는 빽빽하게 늘어선 고층 아파트 안에서 보일러로 겨울을 나며, 초등학교 시절의 '너와지붕'을 잠시 잊고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겨울을 나는 조상의 지혜가 담긴 온돌 문화와 한옥에 숨겨진 과학적 원리를 알아볼까 합니다.
 



 더위와 추위를 모두 막아주는 커다란 지붕
 
 
옛날 한옥은 지붕이 참 크고 멋스럽습니다.
커다란 모자처럼 집을 폭 덮고 있는 초가지붕은 정다워 보이고,
푸른하늘을 향해 날렵하게 뻗은 기와지붕은 당당하고 자신만만해 보입니다.
깊은 산 속, 너와지붕과 굴피 지붕은 마치 자연의 일부인 것 처럼 풍경 속에 녹아들고요.
 
한옥 지붕은 보기에만 좋은 것이 아닙니다.
이 커다란 지붕 덕분에 한옥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답니다.
게다가 한옥은 기둥과 벽이 물에 약한 나무와 흙으로 되어있지만,
커다란 지붕이 빗물을 막아주어 오랫동안 튼튼히 서 있을 수 있답니다.
 
 
[ 초가지붕 ]
짚이나 억새, 갈대 등을 엮어서 이은 지붕으로, 보온성이 강해 겨울에는 따뜻하고, 통기성이 좋아 여름에는 시원하답니다. 하지만 햇빛과 비바람에 약하기 때문에 한 해에 한 번씩 갈아주어야 한답니다.
   
[ 너와지붕 ]
나무를 기와처럼 켜서 지붕을 이은 집으로 너와는 날씨가 건조하면 오므라들어 지붕 사이에 틈이 생기고 하늘이 보였답니다. 하지만 축축해지면 불어나는 성질이 있는 너와 덕분에 비가 오는 날이면 빗물이 새어들지 않지요.
 
[ 굴피지붕 ]
몇몇 산골 마을에서는 너와 대신에 굴피로 지붕을 덮기도 했어요.
굴피란 참나무 껍질을 말합니다. 일정한 크기로 벗겨내기 어렵기 때문에 지붕에 덮으면 마치 누더기 같습니다. 더구나 날이 건조해지면 오므라들어 불을 피우면 지붕 전체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온대요. 하지만 비는 새지 않고 '기와 만 년, 굴피 천 년' 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수명이 길답니다.
 
[ 기와지붕 ]
기와는 흙을 구워 만들기 때문에 이엉이나 너와, 굴피보다 훨씬 오래갑니다. 하지만 값이 비싸 많은 사람들이 기와를 얹을 수는 없었다고 해요.
 
 
 

 추위를 녹여 주는 따뜻한 온돌
 

한옥에는 여름을 나기 위한 공간인 대청마루와 함께 겨울을 나기 위한 특별한 시설이 있습니다. 바로 온돌이에요. 돌에 불을 달궈서 오랫동안 그 열이 식지않게 하는 온돌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난방 방법이예요.
 
고구려 시대의 주거 유물을 보면 그 때 이미 온돌을 사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하지만 고구려 시대의 온돌은 한쪽에만 온돌을 깐 쪽구들이었고, 방 전체에 구들을 깔기 시작한 것은 고려 시대로 추측하고 있어요. 
 
우리 겨레 고유의 좌식 문화도 바로 이 온돌에서 시작되었답니다. 온돌로 난방을 하게 되면 방바닥이 따뜻하기 때문에 우리 겨레는 의자에 앉거나 침대에 눕는 대신에, 방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거나 누워 자게 된 것이지요.
 
 
부엌 아궁이에 불을 때면 그 불길이 고래를 따라 굴뚝까지 빠져나가면서 방바닥도 따뜻하게 하지요. 구들장을 데워 방을 따뜻하게 데울 때, 돌과 진흙에서 나오는 원적외선은 건강에 좋아요.
 
부모님은 이렇게 추운 날이면 뜨끈뜨끈한 아랫목에 모여앉아 군고구마를 까먹는 정겨움을 떠올리시며 옛 추억에 젖어들기도 합니다.
 

온돌방에서 아궁이와 가까운 쪽(아랫목)은 불기운을 많이 받아 따뜻하고, 아궁이와 먼 쪽(윗목)은 불기운을 적게 받아 상대적으로 차갑습니다. 이러한 아랫목과 윗목의 온도 차이로 방안의 공기가 계속 순환하기 때문에 쾌적함을 느낄 수 있지요.

이 밖에도 부엌 아궁이에 불을 때면 음식을 만들 수도 있어요. 온돌은 여러모로 과학적인 난방법입니다.
   
그리고 한가지 사실 더 ! 

요즘 온돌의 구조도 옛날과 크게 다르지 않답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집에서는 '온돌 파이프'를 이용한 난방을 하고 있어요. 

파이프 안에 흐르는 물의 온도에 따라 방바닥의 온도가 달라지지요.
 
단, 현대 온돌은 일정한 파이프를 따라 흐르는 물의 온도가 일정하기 때문에 전통 온돌처럼 아랫목, 윗목의 구분이 없답니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흙집
 

요즘은 대부분 시멘트에 모래와 자갈 따위를 섞어 반죽한 콘크리트로 집을 짓지요.
옛날 조상들은 흙으로 집을 지었습니다. 흙에 볏짚을 적당히 섞어 물을 붓고 반죽한 다음 벽을 세우고 바닥을 마감했습니다. 흙집은 콘크리트 집처럼 튼튼하지는 않지만 집을 짓는 재료를 구하기 쉽고 무엇보다 건강에 좋답니다. 해로운 물질이 나오지 않고, 오히려 고약한 냄새를 빨아들여 분해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죠.
 
흙집은 콘크리트 집보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합니다. 또한 눅눅할 때는 습기를 빨아들이고, 건조할 때는 습기를 내뿜는 성질도 있어요. 그래서 흙집에 살면 여름에는 쾌적하고 겨울에는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너와 마을에서의 하룻밤 - 전통 체험 프로그램
 

추운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너와 마을에는 가족 단위의 여행객들이 많았습니다.
논에서 얼음 썰매타기, 쐐기로 직접 너와 쪼개기, 멧돌로 콩을 갈아 촌두부 만들기, 떡메로 찹쌀을 쳐 인절미 만들기, 전기없는 마을 체험해보기 등 눈길을 끌만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하였기 때문이죠.
 
추운 날씨이지만 아궁이에 손을 녹이며 다양한 체험을 맛보는 아이들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나는 걸 보니 저도 나중에 부모가 되면 꼭 한 번 아이들을 데리고 이 조용한 마을에서 하룻밤 머물다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추운 겨울, 가족들과 함께 너와 집에서의 따뜻한 하룻밤 어떠신가요? 온돌로 따뜻하게 데워진 아랫목 문화를 느끼며 선조들의 겨울나기 지혜에 감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족 간의 따뜻한 유대감 또한 겨울밤 만큼이나 깊어질 것입니다. 
 
 
더불어 그 안에서 잃어버린 마음의 아랫목을 되찾았으면 좋겠습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