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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국민서포터즈

생활스포츠에서 준법정신을 배우는 캐나다

대한민국 교육부 2011. 2. 15. 16:37


우리 아이들은 오랜 기간동안 오직 ‘흙바닥’에서만 뛰어다녔다. 잔디구장에서 축구하고 싶고, 베이스와 스탠드가 있는 곳에서 야구하고 싶고, 코트가 있는 곳에서 농구하고 싶었던 꿈. 한국에선 간절했던 희망이 캐나다 토론토에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현실이었다. 
 

농구를 즐기는 아이들. 넘치는 시설 덕에 자리싸움은 일어나지 않는다




 동네 공원에도 육상 트랙이 깔려 있네 
 

필자가 토론토에서 생활할때 집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에 위치한 ‘Caledonia Park’라는 공원이 있었다. 우리나라 식으로 말하면 ‘동네 공원’이지만 육상트랙, 잔디구장, 야외 농구골대 등이 모두 갖춰져 있다. 비용은? 당연히 공짜다. 이같은 풀 옵션 동네공원들, 토론토 내에서는 너무나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야구 시설 중 구원 투수가 경기에 나가기 전 준비 운동을 하는 불펜(Bull Pen)이란 곳이 있다. 한국에는 프로야구 경기장 중에도 정식 불펜을 갖추지 못한 구장들이 있는데(예를 들어 대구의 S구단), 이곳에선 동네의 한 ‘연습구장’에서 불펜을 찾아 볼 수 있었다. 

불펜에서 몸을 풀고, 타격 연습을 하는 장면을 처음 봤을 때 필자는 질투에 휩싸였다. 작은 운동장 하나를 두고 친구들과 다투지 않아도 되고, 힘센 동네 형들에게 코트를 빼앗기지 않아도 되며, 흙먼지를 덮어쓰지 않고 푹신한 땅에서 공을 힘껏 찰 수 있는 곳. 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곳 토론토는 천국이었다. 

중고등학교 시절, 소위 ‘체육 엘리트’라 불리는 친구들이 있었다. 늘 교실 맨 뒤쪽 자리에 앉아 아침에 출석 체크만 하고 사라지는 그들이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이유는 단지 수업을 빠져서만은 아니었다. 보통 학생들은 듣도 보도 못한 운동을 하는 ‘특권’층이기 때문이었다. 

한국에선 체육 엘리트들에게만 주어지는 기회가 이곳 토론토에서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주어지고 있었다. 하키가 국기인 캐나다에서는 평균 5~6살 때부터 하키 스틱을 잡고 게임을 즐긴다. 스키 또한 일반적인 레저 스포츠 중 하나일 뿐이다. 왜냐고? 쉽게 즐길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고, 많은 사람들의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정부가 든든한 지원을 해주기 때문이다. 인프라의 경우 앞서 설명 했듯이 ‘천국’ 수준이며 스포츠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또한 남다르다. 

방과 후 친구들과 학교 근처 High Park에서 축구를 즐겼던 Nick(23, York University)씨는 “좋은 회사에 취직하기 위해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매일매일 운동 하는 것도 저한테는 굉장히 중요한 일이에요.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마음에 깃든다(A sound mind in a sound body)’ 라는 말도 있잖아요”라고 말했다.  
  

육상경기장이 아니다. 단지 공원 안의 트랙일 뿐

야구들 즐기는 아이들




 시상대를 우리 것으로 
 

캐나다 연방정부는 스포츠의 생활화를 위해 향후 2년간의 스포츠 육성 예산을 1700만 달러로 책정했다고 보도했다. 겨울철 올림픽 선수들의 실력 향상을  위한 양성 프로젝트 ‘시상대를 우리 것으로(Own the Podium)’의 기금은 무려 2200만 달러였고, 2012년 런던 올림픽 선수들을 위한 ‘탁월함으로 가는 길(Road to Excellence)’ 프로젝트 예산도 현재 3600만 달러의 예산에서 4200만 달러로 늘어났다. ‘시상대를 우리 것으로’는 정부가 밴쿠버 올림픽을 위해 지난 5년간 1억 1700만 달러를 투입한 프로젝트로, 이 같은 지원에 힘입어 캐나다 선수단은 지난 올림픽에서 사상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시상대를 우리 것으로’ 프로젝트 책임자인 로저 잭슨씨는 “정부가 밴쿠버 올림픽 때의 성과에 고무된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의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환상적인 시설, 정부의 대폭적인 지원, 시민들의 참여. 생활스포츠가 발달한 데에는 이 같은 이유들이 있었다.
  

토론토 랩터스 홈구장인 에어케나다센터. NBA를 즐길 수 있다.




 스포츠로 배우는 준법정신
 

화창한 주말, 동네 공원을 찾았다. 아이들은 한창 ‘프리스비’ 게임에 몰두 중이었다. 프리스비 게임이란 원반(디스크)을 이용한 플라잉디스크(flying disc)의 일종으로 원반던지기라고도 한다. 두 사람이 서로 원반을 던져 주고받는, 간단한 스포츠이지만 경기에 참여하는 아이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하다. 

프리스비에 열중하는 아이들을 살펴보다 재밌는 점을 발견했다. 단지 즐기기 위해 하는 경기임에도 아이들은 팀을 나눠 운동복을 갖춰 입고 있었다. 게다가 지역 스포츠 센터 소속 심판이 경기를 진행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힘세고 목소리 큰 아이가 줄곧 심판이 되어온 ‘어느 나라’와는 무척 다른 모습이었다.

“작은 게임이라도 이건 경쟁(Competition)이니까 팀이 있어야 하고, 당연히 심판도 있어야 하는 거죠. 여기선 자연스러운 건데 그쪽에선 이런 게 드문 일인가 봐요?” 재미로 하는 경기가 무척 진지하다는 말에 St. Jorge Highschool에서 체육교사로 근무하는 Arron(34세)씨가 반문했다.
 

프리스비 게임 중. 중간에 서 있는 심판이 경기를 조율해 준다.


캐나다인들에게 스포츠는 취미 생활, 그 이상의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룰이라는 것을 배우고 익힌 아이들이 어른이 된 후에도 법을 자연스레 지키게 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해 보였다. ‘빨간불’을 보면 꼼짝도 하지 않는 토론토의 운전자들과 보행자들. 스포츠를 통해 몸으로 직접 익히는 것은 교과서를 들고 ‘달달’ 외우는 것보다 훨씬 건강하고 효율적인 방법임이 분명했다. 예전에 인기리에 방송됐던 ‘이경규의 양심냉장고’가 캐나다에서 촬영된다면 아마도 모든 운전자들이 냉장고를 받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문득, 머리를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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