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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출장중? 거짓말이 만드는 아이 상처 본문

~2016년 교육부 이야기/부모의 지혜 나눔

아빠는 출장중? 거짓말이 만드는 아이 상처

대한민국 교육부 2011. 3. 22. 07:00



현대사회가 급속도로 변화되면서 가족 형태도 다양하게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대가족은 오래 전 옛말이 되었고 산업화, 도시화가  시작되면서 대부분 핵가족화되었습니다. 이혼가족, 한부모 가족, 편부모 가족, 외국인 가족, 재혼가족, 국제 가족, 미혼모 가족, 부부가족 등 참으로 다양한 가족 형태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결혼하는 열 쌍 부부 중 한 쌍이 이혼 한다고 하고, 해가 갈수록 그 수도 증가하고 있다고 하니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가 처음 유치원에 왔을 때만 해도 한부모 가정이 정말 드물었습니다. 물론 제가 일하는 유치원이 부모가 참여 해야 하는 활동이 많은 곳이라 이혼부모가 다른 유치원에 비해 적은 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 수록 그 수가 점점 늘어나는 것은 분명합니다.

사진은 내용과 무관합니다.


한부모 가정, 사고로 인한 뜻하지 않은 것이든, 혹은 부모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든 그것을 당하는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가슴이 미어지는 일입니다. 참으로 큰 상처일 것입니다. 그 것을 경험하는 아이의 나이가 적으면 적을 수록 아픔은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견뎌 내는 것 또한 힘이 들 것입니다. 힘든 아이를 지켜보는 부모 입장 또한 마찬가지겠지요.

우리 모두는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워내야할 책임이 있습니다. '저 가족의 일이니까 나하고는 상관 없어' 하신다면 큰일입니다. 저 가족 아이와 우리 아이는 같은 사회 속에 살아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한부모 가정의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려면 어찌해야 할까요? 제가 만났던 아이들의 사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남편, 아내가 없다는 것을 부모 자신이 먼저 받아 들여야 합니다.


어려운 일이지만 이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부모가 이혼을 받아 들이느냐, 받아 들이지 못하느냐에 따라 아이에게 가는 영향이 달라지니 말입니다. 실제로 가까운 곳에서 이혼이라는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았답니다. 

아마 자신이 배우자가 없다는 사실이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질까 하는 두려움과 주위 사람들이 이혼한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의식하기 때문 일 것 입니다. 아이는 부모가 이혼하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 함께 사는 부모가 이 사실을 받아 들이지 못한다면 지켜 보는 아이는 더욱 힘들어 집니다. 

"선생님 엄마가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요. 사실은요 우리 아빠 없어요"
"우리 아빠요. 딴 여자랑 눈 맞았대요. 그래서 엄마가 아빠 버렸어요"
"우리 엄마랑, 아빠는 따로 살아요. 근데 그거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했어요"

모두 아이들에게서 들은 말입니다. 말하지 말라고 시키는 부모, 또 부자간의 관계를 생각하지 않는 감정적인 표현들을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 들일까요?

자신이 남편이 없다는 것을, 부인이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그에 맞게 대처 해야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타인을 의식하지 말고 자신의 인생을 살아야 합니다.  



둘째, 아이에게 부모의 부재를 솔직하게 알리면 좋겠습니다.


이것은 부모 중 한 쪽이 없다는 사실을 아이에게 숨기는 경우 입니다. 하지만 숨긴다고 숨겨 지는 것이 아니지요. 조금만 지나면 아무리 어린 아이라 할지라도 알아차리게 됩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아빠의 부재', '엄마의 부재'를 아이들은 저절로 알게 됩니다.

"아빠는 미국 출장 중이라서 못 와"
"아빠가 일이 많아서 멀리 갔어, 조금만 지나면 올 거야"

이처럼 '아빠는 언제나 출장 중'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 아이들과 조금만 생활해 보면 '부모의 부재'를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아이의 행동과 말에서 보이기 때문입니다.

아빠가 없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아빠의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지요. 하지만 엄마는 아빠가 멀리 출장 가서 오지 못할 뿐, 언젠가는 만나러 오실 거라 말씀하셨습니다. 그 언젠가는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았습니다.

아빠가 부재 중인 아이는 아빠 이야기만 나오면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한번도 본 적 없는 아빠를 생각하며 자신도 아빠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 애씁니다. 

같은 반 아이들이 주말을 지내고 오면 있었던 이야기들을 늘어 놓는데 아빠와 목욕탕 갔던 이야기, 아빠와 축구한 이야기, 아빠와 영화 본 이야기를 하면, 그 아이는 질새라  "나는 아빠랑 목욕탕 100번 갔다 왔거든!" 하고 말 합니다.

화낼 만한 상황이 아닌데도 아이는 화를 내며 이야기를 하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입니다. 또 친구들이 말하는 아빠와의 추억을 마치 자신의 경험인냥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합니다. 

지켜보는 교사로서 참으로 마음이 아픕니다. 아이의 애쓰는 모습이 정말 안스러웠습니다. 그 아이의 상처는 얼마나 깊을까요?

부모의 부재를 숨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힘들어도 아이들 위하여 드러 내놓고 함께 의논하고, 힘든 것을 함께 이겨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한다면 함께 사는 부모와의 관계가 더욱 깊어지고, 아이 또한 속에 있는 말을 할 수 있어 마음 속 상처는 덜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서로가 힘이 되어 '으샤으샤' 하여야 되지 않을까요?





셋째, 안스럽다고 모든 것을 오냐 오냐 해주지 말고,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을 길러 주어야 합니다. 


부모 입장에서 아이가 안스러운 것 정말 당연합니다. 아빠의 모자람을, 엄마의 모자람을 어떻게든 채워 넣어 주고 싶은 마음일 것입니다. 그래서 공주님, 왕자님으로 아이를 키워서는 안 됩니다. 

아이가 잘못한 일에도 야단치지 않고, 아이가 힘들까봐 대신해주고,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게 한다면 큰 일입니다. 아이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도 남에게 의지하게 됩니다. 자립심 대신 의존하는 마음이 커지게 되는 것입니다.  

예전에 엄마가 없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이 아이는 아빠와 할머니, 할아버지, 큰아버지 가족과 함께 살았습니다. 가족들은 아이가 안스러워 많은 것을 해주었습니다. 

아이가 하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힘들까봐 움직임을 덜하게 했고, 다칠까봐 늘 조심스럽게 다니도록 했습니다. 이 아이는 저희 유치원에 입학한 학기 초, 체육 시간에 준비 운동만으로도 다리 근육이 뭉쳤습니다. 조금만 뛰어 다녀도 몸살이 나기도 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일곱 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물건을 잘 챙기지 못하고 잘 알지도 못했습니다. 아마 자신의 가방을 가족들 중 누군가가 다 챙겨 주었기 때문이겠지요.

제가 아는 어른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아빠가 어릴 적 돌아 가시고, 엄마와 누나랑 함께 사는데 집에서는 손하나 까딱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친구들과 놀러 가서도 공동체 일을 잘 하지 않아 눈치를 받는 답니다. 

부모가 언제까지나 아이를 따라 다니며 뒷 바라지 해 줄 수 없습니다. 아이가 이 세상을 부모 없이도 살아 갈 수 있게 도와 줘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으로 그 아이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넷째, 예민하게 반응하지 말자고 선생님께 알려 조력자가 되도록 합시다.


한부모 가정인 경우 예민하신 분들이 많으십니다. 선생님은 전혀 그런 뜻에서 말한 것이 아닌데 오해를 하시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아이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아빠, 엄마가 무슨일을 하시는지, 어디에 출장을 갔는지 물어보기도 하는데요. "그 걸 왜 아이에게 물어봐요? "하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의 부재를 선생님께 먼저 알리면 좋겠습니다. 오히려 선생님이 아이의 사정을 알고 있다면 작은 말과 행동에도 아이를 배려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럼 아이 또한 상처 받는 일이 줄어 들게 될 것이고, 부모님과 함께 아이를 돕기 위한 방법을 의논하고, 함께 해나가는 조력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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