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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교육부 이야기/부모의 지혜 나눔

다큐 '일곱살 인생'이 불편했던 이유

대한민국 교육부 2011. 4. 5. 07:00



얼마 전 MBC스페셜에서 방송한 '일곱살 인생'(2.11)을 보았습니다. MBC와 EBS에는 다큐와 같은 교향 프로그램이 많은데요. 그 내용이 좋아 볼만한 것들이 많기에 즐겨 봅니다. 그런데 이번 내용은 정말 실망스럽더군요. 왜냐구요? 제가 문제점들을 살펴 보겠습니다.
 



 일곱살의 사랑? 정말일까??
 

첫 장면으로 민호라는 아이가 나옵니다. 민호는 태희라는 아이를 무척이나 사랑하는데요. 태희가 귀찮아 할 정도로 따라 다니고, 옆에 있으려 합니다. 사랑표현도 과격합니다. 태희가 조금만 싫어하거나 선생님이 옆자리에 앉지 못하게 하면 대성통곡을 하며 억울해 합니다. 

주먹으로 자신의 다리를 내리치는 것을 보니 억울한 정도가 아닌 분노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보다 못한 태희가 와서 달래주니 그제서야 울음을 그치고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그 사랑이 일곱살이라는 나이로써는 지나칠 정도의 수준으로 보이더군요,

물론 일곱살도 사랑을 할 수 있습니다. 왜 사랑을 모르겠습니까? 설마 어른들이 하는 사랑을 상상하지는 않으시겠죠? 아이들도 사랑을 합니다. 하지만 '다움'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어른은 어른다움, 아이는 아이다움이 있어야 합니다. 그 나이 만큼의 발달 수준과 경험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일곱살 수준으로 보았을 때 그런 모습들이 사실 심각하지 않나 생각이 들더군요.

저도 7년차 유치원선생님으로 많은 해를 일곱살 아이들과 함께 했지만 민호 정도 수준의 아이를 보지 못했습니다. 서로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었고, 제가 할머니가 되어도 결혼할 거라며 굳은 다짐을 하던 아이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들은 친구들이 "누구 좋아한데요~"와 같은 관심과 재미가 더 좋은 모습으로 즐겼던 마음이 컸지 그 사랑으로 상대방을 괴롭히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TV를 따라하고픈 아이들, 어른 흉내?
 

민호가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길, 택배가 왔는지 부터 확인합니다. 무척기다리던 것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것은 바로 '시크릿 가든'의 김주원 스테이닝복입니다. 한땀한땀 장신의 정성으로 만들었다는 그 파란색 반짝이 트레이닝복 말입니다. 

엄마와 민호는 '시크릿 가든'이라는 드라마를 함께 보아왔습니다. 길라임과 김주원의 사랑행각(?)을 지켜 보며 자신도 김주원이 되어 자신이 사랑하는 태희 친구에게 그 행각들을 해보고 싶은 욕망이 생겼던 겁니다. 민호는 엄마와 함께 연습도 합니다. 엄마가 다리를 잡아 주고, 민호는 윗몸일으키기를 하며 뽀뽀도 했습니다.

다음 날, 민호는 김주원 반짝이 트레이닝 복을 입고 어린이집으로 갔습니다. 역시 트레이닝 복으로 인해 친구들의 주목을 받고 태희까지 관심을 가집니다. 민호는 어찌하면 태희와 윗몸일으키기를 해볼까 궁리 합니다.

그 궁리는 통했습니다. 민호의 리더쉽으로 친구들을 이끌어 윗몸일으키기 놀이를 합니다. 물론 태희도 함께 했지요. 민호의 바람대로 태희가 자신의 다리를 잡아 주었습니다. 이 모습은 아이들이 참으로 즐겁고 행복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 모습을 지켜 보며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른들의 모습을 흉내 내고 싶은 아이들로 보이더군요. 아이들은 TV 속 꾸며진 이야기의 드라마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상대방의 마음이 드라마 속 상대 배역과 마음이 같은 것이라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태희가 이번에도 받아 주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텔레비전이 단순히 인지 능력을 손상 시키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유전적 요인, 가족 관계, 기타 환경적 요인 등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어떤 아이들은 텔레비전의 유해한 영향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이렇듯 텔레비전은 좌뇌를 거의 마비 시킴으로써 시청자, 특히 어린아이들들에게 정신적으로 해로울 뿐만 아니라 정서와 행동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크리스 메르코글리아노의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들' 중에서 

 


 마음을 알아 주지 않는 부모
 

민호가 엄마의 감시(?) 아래 한자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민호는 세상에서 가장 괴로운 표정을 짓고, 하기 싫음을 눈물로 호소를 합니다. 온몸으로 눈물을 흘리는 민호와 엄마와의 대화 입니다. 

엄마: 글씨가 이상하네?
민호: (머리를 탁자에 쿵쿵 박고, 공책으로 얼굴을 과격하게 덮는다)
엄마: 빨리 써라, 2번할 차례야
민호: 빨리 써라 빨리 써라 내가 빨리 하고 싶다는데 엄마는 그 마음도 몰라주냐!
엄마: 왜그래?
민호: 내가 강아지로 태어났으면 좋았었는데, 한자 않도 되잖아 한문이랑(엉엉울며)
엄마: 그래서 강아지로 태어났으면 좋겠어?
민호: 괜히 여기 태어났어
엄마: 계속 틀릴거야?
민호: 바보니까!
엄마: 저기 몽둥이 가져와
민호: 싫어! 때릴거잖아!


엄마는 계속해서 지적하고 민호는 머리를 탁자에 쿵쿵 박고, 공책으로 얼굴을 덥고, 치고, 손으로 바닥을 내리 치며 괴로움을 호고 합니다. 하지만 엄마는 절대 봐주지 않습니다. 이것을 보고 있으니 참으로 마음이 아프고, 무엇을 말하려고 이 스페셜을 만든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가더군요. 저것을 좋다고 보여 줄려고 하는건지, 저렇게 힘든 삶을 일곱살 아이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말할려고 하는 것은 같은데 내용이 한숨이 길~게 나오더라구요.

민호는 엄마와 한자 공부를 하며 계속 좌절과 실패를 맛 보았습니다. 계속 틀리고 안외워지고, 마음을 알아 주지도 않는 엄마와 계속 실랑이를 하며 끝내는 자신의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해버립니다. 일곱살 아이가 말입니다.

엄마가 아이를 '바보'라고 생각이 들게 만들면서 엄마는 그게 아니랍니다. 공부라면 끔찍하게 생각이 들게끔 만들고 있으니 아이가 다른 공부도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 들일지 눈에 원해 보였습니다. 스스로 학습은 꿈도 못 꿀 환경이지요. 아이가 공부는 재밌고 즐거운 것이라 생각이 들어야 공부도 잘하는 아이가 되지 않을까요?  

정말 최악의 부모상을 보는 듯 하였습니다. 요즘의 많은 부모님과 아이들의 모습이지 않아 생각도 들더군요. 그런데 뭉둥이까지 들어 가며 일곱살 아이에게 왜 한자를 가르치나 했더니 어린이집에서 한자를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얼마 전 보았던 다큐에서의 내용이 생각납니다. 아이들의 작은 그릇에 많은 지식을 담으려 하지 말고 큰 그릇으로 만들려고 노력해라는 말이요.


 

 경쟁을 부추기는 선생님
 

선생님 또한 아이의 마음을 읽어 주지 않고 마찬가지 였습니다. 처음 나오던 화면에서 부터 민호의 마음을 읽어 주지 않고 다 울면 오라 그러시더니 마지막 쯤에는 정말 실망스러운 장면을 보았습니다.

'착한 어린이 상'을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는 장면이었는데요. 물론 그런 상은 줄 수 있습니다. 착한 행동에 대한 상이니 당연히 받을만한 일을 했겠거니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역시나더군요. 그 '착한 어린이 상'이라는 게 한자 공부에서 일등한 아이들에게 스티커를 나누어 주고, 스티커가 많은 아이들을 뽑아 주는 상이 었습니다.

그럼 공부 못하는 아이들은 모두 못된 아이들인가요? 공부 잘하고 시험에 100점 받아야 착한 어린이 인가요? 착한 어린이 상을 못 받아 본 아이들, 그게 저라면 못땠게 행동하고 싶은 마음이 마구 생길 것 같습니다.

일곱살 아이들에게 그런 상을 주고, 또 공개적으로 점수를 불러 주며 아이들끼리 경쟁을 시킵니다. 친구의 성적에 축하를 해주기 보다 시기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정말 친한 친구면서도 말입니다.

 


 상대방이 싫으면 하지 않는 배려, 그것이 존중하는 사랑이다.
 


친구가 싫다고 말하는데도 뽀뽀를 하고, 안으려 하고, 옆에 앉으려 하고, 끝까지 따라 다닙니다. 엄마는 아이가 싫어하는 말을 하고 놀리고, 싫은 율동을 동생과 해보라 시킵니다. 

사랑이라는 것, 어떻게 해야 올바른 방법인지도 가르쳐야 할 것 같습니다. 아니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 주는 것, 알아 주는 것, 상대방이 싫으면 그 의견을 존중하고 하지 않는 것, 배려하는 마음을 알고, 행동할 수 있는 것 말입니다.

그런한 행동들, 아이들이 먼저 받아 보는 경험을 해 보아야 상대방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나는 어떻게 하고 있나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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