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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는 어른들의 과학탐구

대한민국 교육부 2011. 5. 4. 08:56



해가 저물어가는 저녁 무렵, 도심의 공기는 봄 향기를 가득 머금었습니다. 
빌딩숲의 차가운 바람을 옷깃으로 가리고 종종걸음치는 퇴근 인파. 그들이 지나가는 거리 풍경이 왠지 정겨워 보였습니다.
 
'과학독서아카데미'라는 성인들의 책읽기 모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이곳의 회원들은 무엇을 얻고자 할까’가 가장 궁금했습니다. 봄에 취해 다정한 친구와 함께하고 싶은 그런 날임에도 유혹을 물리치고 독서 모임에 참석하는 분들은 어떤 열정을 가졌을까 궁금해하며 광화문거리를 뛰었네요.
 

과학독서아카데미(회장 이덕환)는 과학기술과 사회에 관련된 교양적 성격의 과학서적을 한 달에 한 권 선정하여 읽습니다. 월례 독서모임에 참석해 주제도서의 저자나 역자로부터 책 내용에 대한 설명을 듣고, 그 분야의 권위자 2명이 논평하고, 참석자들의 토론으로 진행되는 아마추어 독서 모임입니다. 회원자격은 대학생 이상입니다.
 
모임의 목적
- 교양적인 과학도서 읽기를 통해 올바른 인성을 계발한다.
-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창조, 합리, 능률의 과학정신을 함양한다.
- 침체되어 있는 우리의 과학도서 출판계에 활기를 준다.
- 저자와의 대화, 서평자의 논평, 회원 간의 토론을 통한 새로운 독서운동의 전기를 마련한다.
- 여러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만남의 장을 만들어 생활의 폭을 넓히는 한편 늘 공부하며 자신을 가다듬어 사회의 모범이 되도록 한다.
 
낯선 문을 밀고 들어서니(경희궁의아침 4단지 지하1층 교보이벤트홀) 예상과는 달리 연세가 높으신 분부터 엄마 손잡고 따라온 꼬마까지 연령층은 다양했습니다.
저녁으로 김밥을 드시는 인상 좋은 회원님들께 실례를 무릅쓰고 이것저것 여쭸습니다.
 

 
왼쪽부터 강영자 회원(주부), 정근화 회원(전 성산중학교 교장), 오희순 회원(공인중개사) ⓒ이인옥
 
Q 어떻게 과학독서아카데미의 회원이 되셨습니까?

강영자 회원 : 처음에 모 일간지 문화면에 '책 읽는 소리'라는 기사가 난 것을 보고 그날로 등록하게 되었습니다.
오희순 회원 : (강 회원님은) 모임의 열성회원이십니다. 한번 결석도 않고요.
강영자 회원 : 좋은 책을 읽어야 하는데, 책만 선정해줘도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 가입했습니다.
 
Q 평소에도 과학책에 관심이 많으신가요?

강영자 회원 : 손에 들어온 책이면 뭐든지 다 읽는 편입니다. 

 
Q 과학책이라 어려운 점은 없으세요?

강영자 회원 : 저는 모임 때 설명이나 토의 내용을 거의 전부 메모합니다. 새로운 것도 많고, 깜짝 놀랄 때도 잦습니다. 아들이 고등학교 2학년 때 『코스모스』라는 책을 읽기에 같이 들춰보고는 세상이 내 생각보다 광범위하다는 것도, 많이 배워야 한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요즘은 이 모임에 거의 모든 열정을 두고 오지 말라고 할 때까지는 나오려고 합니다. (웃음) 

 
Q 책 읽는 것이 벅차진 않으세요?

오희순 회원 : 한 달에 한 권은 직업이 있어도 충분히 읽죠. 매달 초에 그달의 주제로 선정된 책을 읽기 시작합니다.
정근화 회원 : 제가 속한 모임이 많은데 모임 중에서 최우선이 여기입니다. (웃음) 대학에서 물리를 전공했지만 여기 오면 새로운 것이 참 많습니다. 우리 모임은 책의 저자나 번역가 또는 그 분야의 전문가가 오셔서 강의하는 것이 장점입니다. 여기 계신 두 분은 책에 저자의 사인도 곧잘 받아갑니다. (웃음) 또 한가지 좋은 점은 봄가을로 여행을 가는겁니다.
강영자 회원 : 여행의 장점은 여행 가서 하룻밤만 지나면 모두 가족이 됩니다. 
기자 : 부럽습니다. (웃음)
오희순 회원 : 오시면 돼요. (웃음) 고등학생들도 옵니다. 고등학생들이 선생님을 따라 의정부에서도 청주에서도 옵니다. 
 
잠시 이야기를 나눠보니 회원들의 모임에 대한 만족도는 최고인 듯싶었습니다.
 
취재를 갔던 4월 모임(4월 19일 화) 주제도서로는 올해가 '세계화학의 해'인 것을 염두에 두어 『퀴리부인은 무슨 비누를 썼을까』(여인형, 2007, 한승)를 선정했다고 합니다.
 
순서에 따라 산소 소주, 알칼리수, 포도주, 비타민 C 등의 생활 속 화학이야기로 책의 저자인 여인형 박사의 재미있는 설명이 먼저 있었습니다. (참고로 퀴리부인이 무슨 비누를 썼는지는 며느리도 모른다고 하네요.)
 

좌: 과학독서 아카데미 회원 / 우: 질문에 답하는 저자(여인형) ⓒ이인옥

 
설명이 끝나자 진지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화학과 연관된 평소 궁금점이 많으셨나 봅니다. 탄산음료, 햄, 산화 환원, 선크림 등에 대해 웃으며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질문자나 답변자나 시종일관 진지한 분위기였습니다.
 
콜라에서 방사능까지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의사결정’이라는 주제로 자연스럽게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모든 것에는 장단점이 있어서 사실을 한 가지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하더군요. 기자가 이해하기에는 '목적이나 관점에 따라, 기간과 시점에 따라 모든 것의 가치는 달라진다'는 말로 들렸습니다. 과학으로 이야기가 시작되어 결국 철학으로 끝맺는 시간이었네요.
 
공부하려는 어른. 자신만 옳다고 아집을 부리지 않고, 나이가 들어서도 신중한 어른. 더불어 살아가는 전문가. 조금 더 나아지는 사회를 꿈꾸는 기성세대. 멋지지 않나요?
 
과학독서아카데미의 회원은 100여 명이고 바쁜 일상생활에도 불구하고 정기모임에는 평균 50여 명의 회원이 열심히 참석한답니다.
 
우리 사회는 멋진 일도 많다는 것을 확인한 어느 봄날의 아름다운 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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