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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세기 마지막 동궐도 관람기!

대한민국 교육부 2013. 4. 3. 11:00

* 시골 삼 남매 서울 가다.
조간신문을 보던 아들이 호들갑 떨며 저를 재촉했습니다. 고려대 박물관에서 금세기 마지막으로 동궐도를 전시하니 가자고 말입니다. 고려대동아대 박물관에 각기 소장하고 있던 걸 교류전으로 한곳에 모았는데, 훼손의 우려가 있어 금세기에는 마지막이 될 거라고 합니다.

 

 

작년에 40년 된 시골 할머니 댁이 누전으로 전소하고, 아빠의 설계로 새로 짓게 되었습니다. 전통한옥을 재현하기는 무리였지만, 한옥의 미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애썼습니다. 함께 인터넷을 뒤져서 자료를 수집하고 주말이면 가까운 곳으로 실사를 갔습니다. 아들은 할머니 댁 공사과정을 지켜보면서 한옥의 매력에 푹 빠진 듯했습니다. 그동안 조사한 자료를 내보이며 동궐도 실물을 통해 궁궐의 참모습을 보고 싶다고 애원했습니다.

   

새벽 고속버스로 서울을 올라왔습니다. 아침잠이 많은 아이인데 본인들이 기획한 일이라 5시에 일어나 아침밥도 거르고 들뜬 맘으로 생애 처음으로 고속버스를 탔습니다. 서울행이 처음은 아니나, 수학여행 단체 관광버스, 가족 결혼식이나 모임 때는 승용차를 이용했기 때문에 무척 신기해했습니다. 시골버스는 안부를 묻고, 승객들이 타고 내리는 인사하느라 시끌시끌한데 조용히 자기 앞만 보고 가거나 소곤거릴 뿐 특정인을 흘깃거리지 않는 게 인상 깊었다고 합니다.

* 3D보다 정교한 동궐도
다행히 한적한 고려대 박물관에 도착했습니다. 사진촬영은 금지여서 입구에서 한 장 찍었습니다. 아이와 함께 동궐도를 유심히 살펴보았습니다. 궁궐 건축과 이를 둘러싼 자연의 모습은 하늘에서 내려다보듯 그려져 평면적인데, 시설물, 조경물 등은 원근법이라는 서양화적 기법을 사용해 공간감을 표현하였습니다.

큰아들은 나름 공부한 내용을 저와 동생에게 설명해 주며 제법 진지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사진으로 보던 것과는 비교 안 되게 정교하다며 감탄했습니다. 동궐도는 현판 글씨도 보이고, 비단의 올까지 드러날 만큼 보존상태가 양호했습니다. 각 건물의 명칭이 한자로 되어 있어 읽기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예습한 보람이 있어 위치로 이건 어떤 건물일 거야, 자기들끼리 의견을 나눕니다.

<동궐도(사본)>

아이들은 특히 소주간에 관심을 많이 뒀습니다. 평면도임에도 3D로 보는듯한 착각을 일으켰습니다. 나인과 신료가 나와서 움직일 것 같았습니다. "넌 조선 시대 태어났다면 뭐였을 것 같아?" 아이들이 자주 하는 상상도 해 봅니다. 엄청난 규모와 세밀한 구조와 배치를 보며 실제로 보지는 못했지만, 베르사유 궁전보다 낫다고 했습니다.

 

아기도 그림책 대신 스마트 폰을 더 좋아하는 세상이라는데, 이 정적인 그림 앞에서 이렇게 감동하고, 다양한 얘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게 저로선 더 신기했습니다. 특별히 예술적 감수성이 있는 아이들도 아닌데 말입니다.

화집은 비싸서 못 사고, 파일과 수첩을 기념품으로 구매했습니다. 우리끼리 자유롭게 둘러보는 것도 좋았지만, 해설이 필요할 때 설명을 듣고 싶어 아쉬웠습니다. 시간이 조금 남아 역사∙민속전시실에서 다른 조선 시대 생활용구의 문양과 상징에 대해서도 살펴봤습니다.

* 방문을 마치고

저는 참 빡빡한 일정이었음에도 불평 없이 재미있어하는 모습이 신기했습니다. 너무 정적이어서 나대던 아이들이 지루해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제가 선입견을 품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미루다 잊어버린다며 졸린 눈 비비며 자료를 정리했습니다.

 

어른이 여행 가자고 하면 따라나서서 맛난 거 먹고 놀이에 치중하던 아이들이 본인이 기획하고 추진한 여행부모가 동참해 주니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여러분도 아이가 관심 두는 분야에 함께해 주세요.

아이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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