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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교육부 이야기/부모의 지혜 나눔

축제의 숨은 주연 자원봉사자의 이야기

대한민국 교육부 2013. 11. 12. 13:00

인구 35만의 작은 도시 진주 10월이면 불이 꺼지지 않습니다. 유등축제, 개천예술제, 코스모스 축제, 허수아비 축제, 국화 전시회 등 온 시내가 꽃으로 수 놓입니다. 한동안 축제에 각급 학교에서 동원되어 학업에 지장이 생기니 어른들의 축제로 열렸습니다. 그러나 보고 즐기는 축제에서 체험하는 축제로 변모하면서 다시금 학생들의 참여가 높아졌습니다. 보여주기 위한 행사 준비가 아니라 평소 갈고닦은 재능과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일종의 재능기부여서 나서서 참여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진주 유등 축제는 임진왜란 때 진주성을 침공한 왜군을 무찌른 진주대첩에서 유래합니다. 김시민 장군이 성 밖의 의병 등 지원군과 군사신호로 등불을 띄워 남강을 건너려는 왜군을 저지했다고 합니다. 가족에게 안부를 전하는 통신수단으로도 쓰였다고 합니다. 호국 정신도 기리고, 지금은 가족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는 소망 등을 띄웁니다. 진주시뿐만 아니라 이제 전국적인 축제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2013년 유등축제에는 진주박물관이 밖으로 나왔습니다. 활동에 관심이 많은 아이와 함께 신안동 음악 분수대 앞에서 열린 체험마당의 현장으로 달려가 보겠습니다.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환하게 불 밝힌 시민참여 등입니다. 십이지 신상 등이 있어 자신의 띠에 맞춰 소망 쪽지를 달았습니다. 중간고사 대박, 수능 대박을 기원하는 학생들의 바람과 이 등을 달기 위해 KTX를 타고 왔다는 연인, 가족의 건강과 평안을 기원하는 소박한 시민들의 소원이 주렁주렁 매달렸습니다. 예전에는 강물에 소망 등을 띄웠지만 결국 일일이 거둬들여야 하고, 쓰레기가 환경을 오염시키기 때문에 지상에 있는 등으로 바꿨습니다. 원숭이띠인 저도 쪽지를 받아서 하나 매달았습니다. 학생 자원봉사자들은 주로 접수하고 쪽지를 나눠주는 일을 맡았습니다. 뒤편에서는 주부 봉사단예쁜 모양으로 종이를 오렸습니다. 

가위질의 달인과 접수창구의 미소 천사십이지 신상 소원 등

굴렁쇠, 죽마, 투호 놀이를 하는 가족이 보입니다. 초등학생 시절 진주성에서 이런 전통놀이 체험을 했던 친구들이 이제는 대학생이 되어 안전 지도를 하고, 놀이법을 가르쳐 주는 자원봉사자로 활동합니다. 전통놀이에 얽힌 재미있는 설화도 전해 주고, 가족이 함께 참여하도록 유도합니다. 무뚝뚝함의 대명사 경상도 아빠들도 이제 육아에 많이 참여하는 모습입니다. 

전통놀이 체험-죽마 놀이 중인 가족

박물관 체험의 백미 탁본, 목판인쇄 체험입니다. 평소에 소정의 참가비를 내고 할 수 있었는데 축제 기간이라 무료입니다.여기에는 매년 40명씩 배출된 박물관 교실 졸업생이 나서서 도움을 줬습니다. 특히 이번 축제 때는 박물관에서 진주성도가 전시되어 많은 호응을 받았습니다. 어른들은 옛 진주성의 모습을 되새기고, 청소년들은 새로운 천 년을 꿈꾸는 모습이었습니다. 성문 밖과 안의 생활상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어떻게 지키고 발전시켰는지 지도의 변천만으로도 충분히 짐작게 했습니다. 동궐도에 비해서는 투박한 면이 있으나, 지방도임을 고려하면 놀라울 따름입니다.

인산인해 박물관 체험

허수아비 축제에서 아쉬워했던 짚 공예 체험도 있었습니다. 짚신, 소쿠리 등 생활용품도 전시되어 있고, 어린이들은 작은 허수아비와 잠자리 등을 만들어 봤습니다. 

짚 공예 체험짚으로 만든 신발, 똬리, 소쿠리, 공

100여 명에 이르는 어른과 학생들교대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각자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활동합니다. 학생들은 오후 6시 이후 사람이 몰리기도 하거니와 수업을 다 마치고 참여할 수 있어서 참 좋다고 합니다. 중간고사 기간이라 잠이 부족하긴 하지만 하루에 몇 시간에 불과하고, 공백은 장년층 자원봉사자가 메워주기 때문에 편안하게 참여한다고 합니다. 

안내 봉사하는 주부 봉사단

별다른 재주가 없는 우리 아이들축제가 끝난 뒤 남강변 청소에 나섰습니다. 진주시 가족봉사단청소년 봉사단 합쳐서 200여 명이 토요일 오전, 봉사를 함께했습니다. 주로 초등학생 이하 어린이 학부모는 가족봉사단으로, 중고등학생은 청소년 봉사단으로 활동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올해 창단한 진주시 청소년 자원봉사단 1기 회원입니다. 매월 자원봉사 기초소양교육, 장애이해 등 교육도 받고, 육아원, 요양원, 복지센터를 방문합니다. 인원이 많아서 시설봉사는 나눠서 해야 하는데 행사장은 넓어서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초등학생이 할아버지와 와서 고사리손으로 쓰레기를 줍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눈에 띄는 역할은 아니지만 잘할 수 있는 일이어서 뿌듯하다고 하셨습니다. 자원봉사를 생활 일부분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어려서부터 함께 한다고 합니다.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묵묵히 안내봉사, 급수 봉사를 하시는 어르신들도 뭔가 할 수 있어서 보람을 느낀다고 하셨습니다. 

진주시 가족봉사단 쓰레기 봉투를 가득 채우겠다는 막내

형형색색의 유등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들입니다. "또 청소만 하고 와서 속상하지 않았니?" 아들에게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엄마, 제가 쓰레기를 얼마나 많이 주웠는지 아세요. 봉지 가득 채웠어요." 라고 대답합니다. 대견합니다. 자원봉사거리가 없다고 불평하는 친구들에게 더 많이 알리겠다고 합니다. 앞에 나서서 하는 일만 빛나는 게 아니라고 말해주겠다고 말입니다.


물론 조금 더 전문적인 영역에서 활동하고 싶은 욕심은 있습니다. 역사와 미술에 관심있다면 박물관 학교를 통해 공부하고 체험활동 도우미 봉사를 할 수 있고, 외국어가 된다면 통역 봉사를, 예술적 재능이 있다면 가장행렬과 진주대첩 공연, 청소년 문화 축제에 참여할 수 있고, 우리 아이처럼 잠시 시간을 내 노력 봉사하는 것도 멋진 일입니다. 한때 의사가 되겠다고 큰소리치더니 요즘은 피를 보기가 무서워 교사가 되고 싶다고 합니다. "초등학생 시절 체험활동 많이 해 봤으니 이제 네가 어린 친구들 도와주면 되겠네." 했더니 웃습니다. "저는 자연과학을 좋아합니다. 다른 데서 활동할게요." 지금 할 수 있는 일 하면서 더 찾아보겠다고 합니다. 자원봉사는 날 잡아서 하루 하고 마는 활동이 아니니까요. 뭐가 됐든 즐거운 마음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열심히 하는 당신은 진정한 축제의 주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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