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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가까운 헝가리와의 데이트

대한민국 교육부 2014. 1. 2. 11:00

헝가리. 이 세 글자를 들으면 어떤 것이 떠오르시나요? 전 도시를 가로지르는 도나우 강과 헝가리 국회 의사당의 멋진 야경, 야외에서 즐기는 온천이 떠오릅니다.

 

헝가리는 지정학적 특징으로 인해 끊임없는 주변국의 침략에 맞서 싸워온 나라입니다. 세계대전과 냉전 시대를 거치면서 굴곡진 근현대사를 겪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도 공통점이 많습니다.

 

이러한 헝가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전시가 고궁박물관에서 내년 3월 9일까지 박물관 지하 전시실에서 개최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특별전은 국내 최초이며, 입장료는 무료입니다.

멀게만 느껴지는 헝가리. 작년 여름 부다페스트에 다녀온 기억이 납니다. 작열하는 여름 태양 아래 부다페스트는 빛나고 있었습니다. 제가 만난 부다페스트 시민들은 친절했고 그들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습니다. 서툰 영어로 헝가리의 역사에 관해 이야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러한 헝가리 국민들의 정신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17~19세기 합스부르크 지배 시기의 헝가리 귀족들은 합스부르크 왕가로 대표되는 오스트리아 빈의 문화와 예술에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당시 빈의 문화와 예술은 선진 문물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중요한 국가 행사나 의식 등에서 헝가리의 전통 의상 착용을 고수하는 등 헝가리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 꾸준하게 노력하였습니다. 

 

특히 그들의 대관식 전통 중에서도 합스부르크의 황제가 ‘헝가리의 신성한 왕관’을 직접 수여 받는 것을 엄격히 지켰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관식에 사용되었던 신성한 왕관의 스케치와 그 왕관을 직접 볼 수 있습니다. 왕관의 진품은 부다페스트에 보관되어 있지만, 그 왕관의 무게는 분명히 느껴집니다.

여학생들이 모여 있던 곳은 헝가리의 왕실과 복식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특히 헝가리 여성의 복식과 화려한 장식들이 인기가 많았습니다.

  

헝가리의 복식문화귀족들을 중심으로 발달했습니다. 오랫동안 고급 모직이 동방에서 전해 내려왔고, 단색의 벨벳, 자수를 놓은 직물과 같이 다양한 재료를 사용했는데요. 이러한 재료의 발달이 곧 디자인에도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동물의 모피와 레이스 등 귀족들의 복식은 점차 화려해졌습니다. 망토 장식 하나에도 정교한 장식이 더해진 것에서 그들의 높은 미적 감각과 세공 기술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전시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왕실과 귀족의 복장으로 한정되어 있어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농민과 차별화되고 싶어했을 이 귀족들이 농민들의 복식을 따라 했다는 것입니다. 19세기에 들어 합스부르크 왕가의 정책은 헝가리 사람들을 옭아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귀족들은 합스부르크 왕가의 문화를 따르는 대신 도리어 전통 민속 복식을 따라 했다고 합니다. 그들의 문화에 대한 자긍심과 높은 정신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헝가리는 우리나라만큼이나 전쟁이 잦은 국가였습니다. 이러한 역사 덕분에 무기도 발달했는데요. 이 무기들은 장신구의 역할로도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국내외의 전란이 잦았던 17~19세기 헝가리의 왕과 귀족들전쟁에서의 승리를 기원하고 용맹함과 부를 과시하기 위해서 몸에 항상 무기를 장식하고 다니는 것이 일반적이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무기들은 대부분 진귀한 보석으로 꾸며졌는데요. 하나하나가 예술 작품처럼 아름답습니다.

 

휘어진 칼날이 특징적인 사브르17~19세기 헝가리의 전쟁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었던 무기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브르의 화려한 세공에 본래 용도를 의심케 합니다. 오랜 전쟁의 역사에 걸맞게 갑옷도 다양하게 발달하였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던 사슬갑옷은 그 무게를 짐작게 할 만큼 묵직해 보입니다. 하지만 그 묵직함이 주인의 생명을 구했겠지요? 과학과 기술이 발달하면서 헝가리의 왕실과 귀족들은 다양한 화약 무기도 사용하였는데요, 이러한 총 하나하나가 마치 섬세한 공예품을 보는 듯 아름다웠습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무기라니. 살상용보다는 관상용이 더 어울리지 않나 싶습니다.

이번 전시는 국내 최초라는 것뿐만이 아니더라도 알찬 구성으로 꾸며져 관람하는 내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길 수 있었습니다. 부다페스트와 헝가리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다면 물론 더 좋겠지만, 전시 해설이 없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친절한 전시였습니다.

 

이번 전시는 멀게만 느껴졌던 헝가리더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전시였습니다. 겨울방학 동안 이번 전시는 아이들에게 헝가리에 대한 이해는 물론 국제적 감각과 더 넓은 시야를 얻을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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