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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화해로 치유해요

대한민국 교육부 2014. 3. 26. 11:00

회복적 갈등조정을 통한 안전하고 평화로운 학교 만들기
학교폭력 ‘죄와 벌’ 아닌 화해로 치유해요
학교의 폭력 문화 I 평화 문화 I 치유와 공동체 복원 I 교육공동체 I 새로운 패러다임

학교의 폭력 문화를 평화 문화로 바꾸기 위해서는 단선적 징계와 처벌 중심의 대책이 아니라 치유와 공동체 복원이라는 좀 더 장기적이면서 통합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안전하고 평화로운 학교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학교 구성원 서로서로 비난하고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함께 협력하고 돕는 가운데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에 본 기자는 올해 부산광역시교육청 학교폭력예방 특별연구교사로 갈등조정 전문가 양성 연수에 참가하게 되었으며, 연수내용을 바탕으로 한 회복적 갈등조정 방식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새로운 패러다임 회복적 갈등조정이란?

회복적 갈등조정이란? 잘못한 학생을 처벌함으로써 그 죄에 대한 책임을 지우는 응보적 방식의 학생생활지도가 아니라, 피해 학생의 회복을 위해 필요한 것을 함께 고민하고 잘못을 한 가해 학생이 최대한의 원상복귀를 위한 정신적, 물질적, 관계적 행동을 이행하게 하는 것을 기초로 하는 생활지도 방식이며, 회복적 갈등조정의 초점은 피해자와 피해 상황의 회복이고 가해자의 책임은 강제적인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박수선 강사(평화여성회 갈등해결센터)는 말하였습니다. 이때 피해/가해 당사자뿐만 아니라 이들이 소속된 학교, 학부모, 지역공동체의 일원들이 함께 아픔과 피해 상황을 공유하고, 해결책을 같이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며, 개인간 분쟁의 문제를 공동체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함으로써 갈등이 공동체(가정, 학교, 지역)를 파괴하는 요소가 아니라, 함께 세우고 공동체성을 강화하는 기회로 전환하는 프로그램입니다.

↑ 부산광역시교육청 회복적 갈등조정 전문가 양성 연수에 참여 하였다.


회복적 갈등조정 전문가 양성

본 기자는 지난 2월 10~12일, 18~21일 학생자원상담봉사자, 상담 및 학생생활지도 교사를 대상으로 학교폭력을 ‘회복적 정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대화모임 조정자 훈련에 참여하였습니다. 그리고 24~25일은 회복적 갈등조정 훈련을 받은 교사, 상담자원봉사자 등 지역사회 자원봉사자 그룹이 함께하는 학교폭력의 회복적 접근 방안과 각 주체가 이를 현실화하는 방안에 대한 워크숍을 천안에서 진행하였습니다. 이 워크숍에서는 학교폭력 해결  과정에서 회복적 접근을 적용하는 방안에 대한 아이디어와 각 주체와 그룹이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 상호 기대를 나누고 참가자 사이의 교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평화여성회 갈등해결센터 박수선 강사가 회복적 갈등조정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부산에 회복적 학생생활지도 바람이 불다.

이상민 장학관(부산광역시교육청 학교폭력근절과)은 학교폭력 해결과정에서 관련 당사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문제 해결 과정에서 학생들이 배움의 기회를 얻도록 하는 회복적 생활교육을 올해 부산광역시교육청 중점과제로 다룰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의 속담처럼 부산에서는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가 함께 만드는 평화커뮤니티‘회복적 학생생활지도’를 통해 시작되고 있습니다. 교육청이 중심이 되어 각 주체가 협력해서 회복적 갈등조정을 실현하게 될 부산광역시교육청의 새로운 시도가 ‘안전하고 평화로운 학교와 지역사회’를 만드는 새로운 모범이 되기를 바랍니다.

↑부산광역시교육청 학교폭력근절과 이상민 장학관이 학교폭력예방을 위한 회복적 갈등조정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회복적 갈등조정에 기초한 대화모임 

철수 부모님: “지훈아, 우리 철수를 왜 때린 거니?”

지훈: “철수가 평소에 제 욕을 하고 다니고 전에 자기 볼펜을 잃어버렸다고 내게 화를 낸 적이 있어서 저도 모르게 그만… 어쨌든 때린 건 잘못이니까 철수한테 미안해요.”

철수부모님: “음, 그랬구나. 나도 처음엔 화가 많이 났지만 너를 만나 이야기를 들으니 그래도 잘못했다는 걸 알고 반성하고 있긴 하구나.”

지훈부모님: “철수야, 병원에 입원까지 했다고 하던데, 괜찮니? 그 당시 심정이 어땠니?”

철수: “몸도 그렇지만 마음도 매우 아팠어요. 다른 친구들이 저를 어떻게 볼까 두렵기도 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지훈부모님: “그래, 정말 힘들었겠구나. 지훈이도 당황스러워하고 본인이 잘못했다는 걸 알고 있단다. 우리 함께 해결방법을 찾아보자.”


실제 학교폭력의 피해자와 가해자가 마주앉게 된다면 어떨까. 이 상황보다 훨씬 더 언성을 높이고 감정 섞인 말이 오가지 않을까. 위의 대화는 실제 상황은 아닙니다. 얼마 전 중학교에서 일어났던 학교폭력 사건 조정과정을 ‘핫시팅’(역할배우들을 의자에 앉혀놓고 궁금한 점을 물어보는 연극기법)으로 재연해 연습하였습니다. 선생님들은 먼저 핫시팅을 통해 학교폭력 사건을 들여다보고 해결을 위해 실제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알아보았습니다. 각자 피해-가해 학생과 부모, 교사 등의 역할분담을 한 뒤 당사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회복적 갈등조정을 위한 대화모임의 절차

회복적 갈등조정을 위한 조정자 훈련 

정난숙 선생님(피해 학생 역): “맞았다는 수치감에 오히려 당당할 수 없었다. 특히 가해자 부모가 철수를 때린 이유를 자꾸 나한테서 찾으려고 하는 느낌을 받아 서운했다”

이임재 선생님(가해 부모 역): “한심하고 답답했다. 당사자로서의 나는 원인을 자꾸 피해자로부터 유추해볼 수밖에 없겠구나 싶었다. 피해 아이의 어딜 봐서 우리 애가 같이 어울렸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또 무기력하거나 회피하려는 교사의 모습을 보니 학교에 대한 원망도 들더라”

이영내 선생님(가해 학생 역): “아이가 잘못을 저지르고 이 자리에 오면 두려움에 진짜 견디기 힘들겠구나 싶더라”며 “내가 어떤 말을 해도 안 통하겠다 싶어서, 빨리 이 자리를 빠져나가려고 잘못했다는 말만 반복했다.”

김광도 선생님(조정자 역할):“내가 하는 말이 어느 한쪽을 편드는 말이 될까 봐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부모들은 당연히 자기 아이를 먼저 챙기는데, 교사 입장에서는 두 아이 모두 다치면 안 되니까… 매우 곤란하였다.”


대화모임의 조정자 훈련에 참가한 선생님들은 사건 이후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온전한 회복을 하고 일상생활로 돌아가기 위해 실질적으로 어떤 점이 필요한지, 중재자 그룹은 이들을 위해 어떤 일을 해줄 수 있는지 각자 논의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회복적 갈등조정 전에 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한 양파분석을 모둠별로 설명하고 있다.↑핫시팅을 통한 회복적 갈등조정 과정을 체험, 실습하고 있다.


공감과 이해를 통한 피해자-가해자 관계회복

‘피해를 본 사람은 누구인지’, ‘그들은 무엇이 필요한지’, ‘그들의 요구를 채우고 피해를 회복하고 관계를 바로잡을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였습니다. 가해자-피해자-조정자 역할로 모둠을 지어 직접 회복적 정의를 기반으로 한 조정 실습을 거친 뒤 가해자, 피해자, 조정자끼리 각각 모였습니다. 둘의 관계가 회복되는 데 필요한 것, 충족되어야 할 것을 얘기한 뒤 서로 주고받았으며, 피해자 모둠“나의 고통을 가해자가 알도록 하고, 가해자의 동기를 직접 들은 뒤 재발 방지를 약속했으면 한다. 상처에 대해 치료비와 심리적 치유가 필요하다”고 하였습니다.

↑회복적 갈등조정을 위한 조정자 훈련을 받고 있다.↑피해자-가해자 간의 합의문

가해자 쪽“상황에 대한 맥락을 충분히 이야기할  기회, 두려움이나 낙인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기, 책임을 인정하고 문제 해결 과정에서 생기는 어려움에 대해 도움을 받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박수선 강사(평화여성회 갈등센터)는 “피해자가 소외되고 가해자에게 사회적 냉대를 보내거나 낙인을 찍는 상황은 현 제도의 한계를 보여준다”며 “처벌만 중시되며 화해와 치유의 기회는 부족하다. 회복적 갈등조정의 궁극적 목적은 학교폭력으로 인해 파괴된 가해자와 피해자 및 교육공동체 사이의 관계를 복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하였습니다.

 

안전하고 평화로운 학교 만들기

↑회복적 갈등조정 전문가 양성 연수를 마치고 소감을 말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의 문화는 사회와 어른들의 축소판이라고 합니다. 평화로운 학교문화 형성은 비단 학교 내의 학생들에 국한되어 있지 않습니다. 서로 다른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 갈등을 대화로 해결하려는 문화는 교사, 학부모, 학생들의 세 주체가 서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서 움직일 때 비로소 그 빛을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학교폭력은 결국 ‘소통’이 부재한 학교문화의 부정적 면이 극단화된 형태이며, 학교폭력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가 긴밀하게 소통을 하고 서로 따뜻한 관계를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본 기자는 회복적 갈등조정 프로그램을 통하여 학생들 간의 책임감, 상호 존중, 공감적 언어소통, 원만한 의사소통을 유도하여 학교폭력예방이 없는 안전학고 평화로운 학교 만들기의 기반을 다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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