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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국민서포터즈

사교육은 공교육을 이길 수 없다

대한민국 교육부 2009. 6. 3.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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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교육은 공교육을 이길 수 없다
                                            글|박수언SBS 보도본부 국제부장  


※ 필자 박수언 씨는 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원점수 기준으로 전 과목 만점을 받아 화제를 낳았던 박창희 군(서울 환일고 졸업)의 아버지이다. 그는 공교육과 선생님에 대한 신뢰가 자녀의 학교생활을 성공으로 이끈다고 말한다.

 

링컨, 에디슨, 퀴리부인, 세종대왕, 김구….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위대한 삶을 살다간 이런 위인들을 내가 처음 만난 곳은 위인전이었다. 책꽂이 가득 위인전을 꽂아 두고 틈만 나면 읽고, 독후감도 쓰고, 어린 마음에“이런 사람들처럼 나도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지.”다짐도 많이 했다. 요즘 보니 우리 애들 책상에도 이런 위인전이 많이 꽂혀있다.

일전에 쉰 살을 바라보는 나이에 재충전을 하겠다며 재교육을 신청했다. 나름대로 자기 조직에서 자리를 잡은 머리가 희끗한 중견 간부들이 백 명 남짓 모였다. 어느 날 교수님이 재미있는 실험을 해보자고 하셨다. 모두들 눈을 감았다.“ 여러분 머릿속에 의자를 다섯 개 만드십시오. 그리고 여러분들 생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을 앉히세요.”조용한 음악이 흘렀고 시간이 지난 뒤 모두 눈을 떴다.

예상하지 못한 첫 번째 질문이 날아왔다.“ 위인을 의자에 앉힌 사람은 손을 들어 보십시오.”놀랍게도 한사람도 없었다. 어렸을 때 그렇게 열심히 읽었는데 정말 아무런 영향도 받지 못한 것일까?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봐도 그들의 이야기가 내 인생을 바꾸지 못한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두 번째 질문은 더욱 놀라웠다.“ 학원선생이나 과외선생을 앉힌 사람은 손들어 보십시오.”역시 한명도 없었다. 유명 강사를 찾아 버스를 몇 번씩 갈아타고 가서, 밤늦게 졸린 눈을 비비며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열심히 배웠던 추억은 있었지만, 무엇을 배웠는지는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들 마찬가지였는지 눈만 깜빡거리며 두리번거린다.

마지막 질문은 예상대로 학창 시절 선생님. 대부분의 사람들이-불행히도 전부는 아니었지만- 손을 들었다. 당연하다는 듯이 이번에는 아무도 놀라지 않았다.

나는 다섯 자리 가운데 두 자리에 선생님을 앉혔다. 사진기가 대중화되기 전이었지만 사진 찍는 법을 가르쳐주신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선생님과, 참 무던히도 체벌을 많이 하셨던 고등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이다. 다른 세 자리는 아버님과 직장 상사 두 분으로 채웠다.

신문과 방송에서는 학교수업, 이른바 공교육이 사교육보다 못하다고 연일 난리법석이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한국의 사교육 열풍은 어제 오늘 얘기는 아니지만 심지어는 출산율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하니 문제는 문제인가 보다. 교육당국은 사교육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내고 있다. 방과후학교, 보충수업, 자율학습에다 교육 제도적 측면에서는 자사고를 설립하고 학교 간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학교 선택제도 논의되고 있다. 교원평가제를 도입해 실력 없는 선생님은 장기적으로는 퇴출시키는 방안도 나왔다.

나도 사교육비가 부담스럽다. 정말 과외 안 하고 애를 키울 수 있다면 얼마나 편할까? 그렇지만 어딘지 모르게 학교 공부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사교육 시장을 기웃거리곤 한다. 과연 이런 제도가 잘 시행되면 공교육이 사교육을 이길 수 있을까?

학원에서는 수업 시간에 졸아도, 결석을 해도, 옆에 있는 친구와 싸워도 아무도 야단치지 않는다. 학원선생님이 학생을 야단치는 때는 오로지 성적이 떨어졌을 경우뿐이다. 학원 선생은 오로지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문제풀이를 잘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만 연구한다.

학교 아침 조회시간. 담임선생님은 학생의 얼굴빛이 조금만 달라도 걱정이다. 어디가 아픈가? 집에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친구들과 무슨 문제가 있나? 교무실로 돌아와 곰곰이 생각에 잠긴다.

기본적으로 차원이 다른 공교육과 사교육을 같은 척도로 비교하고 대결시키는 것은 애당초 무리다. 학습 이외에도 가르쳐야할 것이 너무 많기 때문에 공교육은 결코 사교육을 이길 수 없다. 똑같은 이유로, 그러나 다른 잣대로 평가하면 사교육은 또한 공교육을 절대로 이길 수 없다.

먼 훗날 우리 애들이 내 나이가 되어 같은 실험을 했을 때 결과는 어떨까? 지금 우리들의 실험 결과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수학 성적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아이들의 머릿속에 있는 다섯 개의 의자에 보다 많은 선생님을 앉힐 수 있는 방법을 우리는 더욱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의 다섯 개의 의자를 놓고 학원선생과 학교선생님이 경쟁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제발 공교육이 사교육을 경쟁상대로 생각하고 이기려고 함으로써 오히려 의자에 다른 사람들이 앉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퇴근해 보니 애들이 숙제한다고 위인전을 읽고 있다. 위인전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생님 말씀을 더 잘 들으라고 말해줬다. 애들이 의아한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너무 오래 잊고 지냈다. 이제는 정년 퇴직하셨을 내 의자 속의 선생님을 한번 찾아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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