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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족을 잡아먹는 북극곰의 비극 본문

~2016년 교육부 이야기/신기한 과학세계

동족을 잡아먹는 북극곰의 비극

대한민국 교육부 2009. 12. 14. 17:21
본 포스트에는 다소 잔인해 보일 수 있는 사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자이크 처리를 하였습니다만 심신이 약하시거나 보기를 원치 않으신 분들은 스크롤을 여기서 멈추시기를 바랍니다.







암사자가 양육하고 있는 새끼를 숫사자가 덥석 물고 가서는 절벽에서 떨어뜨린다. 대부분의 새끼 사자들은 죽고 말지만 그 중 한두 마리는 살아남는다. 그러자 어디에선가 나타난 어미 암사자가 이들을 반갑게 맞아준다.

이 같은 행동이 목격된 이후 사자는 강한 새끼만을 받아들이는 스파르타식 양육법을 한다고 알려졌다. 그런 힘든 과정을 거쳐서 백수의 제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숙연해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것은 사람들의 착각일 뿐이었다. 

▲ 지구온난화로 북극곰의 사냥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사실 숫사자가 새끼를 절벽에서 떨어뜨린 것은 모두 죽이기 위해서였다. 늙은 숫사자를 물리치고 무리의 새 두목이 된 젊은 숫사자들은 종종 이와 같은 잔인한 행동을 보인다. 이유는 암컷과 교미해서 자신의 새끼를 낳게 하기 위해서다.

새끼를 기르고 있는 암컷은 교미를 하지 않으므로, 숫사자가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기 위해서는 그런 방법을 취할 수밖에 없었던 것. 살아남은 새끼를 암사자가 반갑게 맞아들이는 장면의 진실은 숫사자의 극단적 행동을 눈치 챈 어미가 운 좋게 살아남은 새끼를 몰래 데리고 간 것뿐이었다.

사자와 달리 단독 생활을 하는 호랑이의 경우에도 수컷이 돌아다니다 다른 새끼를 만나면 간혹 죽이는 수가 있다. 새끼를 없애면 암컷에게 다시 발정기가 찾아오며, 따라서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릴 기회가 많아진다. 또 먹이와 영역 다툼의 미래 경쟁자를 미리 없애버리고, 개체수 조절의 효과도 있다.

그러나 육식동물의 대표격인 사자나 호랑이도 자신이 죽인 새끼를 먹지는 않는다. 그것은 같은 종족을 먹이로 섭취할 경우 그 속에 있는 병원체에 좀 더 공격당하기 쉬운 질병 전파와 같은 요소가 작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아무리 포악한 육식동물일지라도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종족이 더 많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바라는 것은 본능이다. 때문에 육식동물도 자신의 종족에 대해서는 공격적인 행동을 억제하도록 진화되어 온 것으로 보인다.

어쩌다 어미가 약한 새끼를 잡아먹는 동물도 가끔 볼 수 있는데, 그것은 약한 것을 도태시키고 그 결과물을 가장 경제적으로 이용하는 자연의 생존법칙에 따르는 행동으로 볼 수 있다.



   북극곰의 두개골 크기도 점차 작아져
 

그런데 최근 전 세계 북극곰의 수도로 일컬어지는 캐나다 허드슨만의 처질 마을로부터 약 300㎞쯤 떨어진 곳에서 수컷 북극곰이 새끼 북극곰을 잡아먹는 장면이 촬영되었다. 몸체는 거의 다 먹고 남겨진 새끼의 머리 부분만을 입에 물고 있는 모습은 처참하다 못해 몸서리가 쳐질 정도이다.

▲ 먹다 남은 새끼곰의 머리를 물고 있는 북극곰 ⓒ로이터

곰은 육식동물 중에서도 동종포식의 성향이 조금 강한 편에 속한다. 특히 따뜻한 지역에 서식하는 곰보다 추운 지역에 사는 북극곰이나 회색곰, 불곰 등은 그 같은 사례가 좀 더 잦은 것으로 보고된다.

그러나 수컷 곰이 암컷을 장악하기 위한 목적에서 새끼를 죽이고, 그 과정에서 취식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와 달리 이번 북극곰의 동종포식이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 것은 바로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먹이가 부족한 여름철에 해초와 나무뿌리 등으로 허기를 달래온 북극곰은 빨리 겨울이 와서 바다가 얼기만을 기다린다. 북극곰의 주식인 바다표범은 바다 속을 헤엄쳐 다니다 숨을 쉬러 올라오곤 한다. 그러면 빙판에 구멍을 뚫어놓고 끈기 있게 기다리던 북극곰이 잽싸게 낚아채 배를 불린다.

하지만 얼음이 얼지 않을 경우 북극곰의 사냥은 매우 힘들어진다. 얼음과 얼음 사이의 거리가 멀어서 사냥에 나선 북극곰이 쉽게 지치고 익사하는 경우까지 생긴다. 또 얼음이 얇아지면서 북극을 떠나는 바다표범도 많아지고 있다.

이와 같은 먹이 부족 때문인지 덴마크 오르후스대학 연구팀이 북극곰의 두개골 300여 개를 표본 조사한 결과, 최근 개체의 두개골 크기가 더 작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한다. 20세기 전반의 북극곰에 비해 20세기 후반 북극곰의 두개골 크기가 평균 2~9% 정도 작았다는 것.

한편 지난해에는 미국 내무부에서 북극곰을 멸종 위기종으로 공식 등록했다. 세계적으로 동물이 지구온난화에 따른 피해로 인해 공식 보호를 받게 된 것은 북극곰이 처음이다. 현재의 온난화 속도라면 허드슨만의 북극곰은 2050년쯤 멸종될 것이라고 한다. 그때쯤이면 지금의 충격적인 북극곰의 동종포식 사건들이 아련한 추억거리쯤으로 남을지도 모를 일이다.

 한국과학창의재단  사이언스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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