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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를 둔 부모들의 특징

대한민국 교육부 2016. 5. 16. 10:27

영재를 둔 부모들의 특징






우리 부모들은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서 부모의 행복을 기꺼이 희생한다. 그러나 부모가 아이를 키우면서 행복함을 느끼지 못하고 아이를 일찍 경쟁에 내몰며 아이를 다그친다면 우리 아이의 영재성은, 우리 아이의 잠재력은 사그라들고 만다.



TV 프로그램으로 전국의 영재를 찾아보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필자는 영재를 키우기 위해 필요한 부모의 역할을 찾아주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그 과정에서 국악에 천부적 소질이 있는 친구들도 만났고 음악, 미술, 수학, 과학 역사 등 다방면의 뛰어난 친구들과 그 가족들을 많이 만나왔다. 그렇게 1년간 영재와 영재 부모를 만나면서 가진 의문점이 한 가지 있었다. 


‘왜 이렇게 늦둥이들이 많을까?’ 일반적으로 의학적 상식에 의하면 산모의 나이가 35살을 넘어가면(이것을 고령산모라고 하는데) 아이에게 기형이 일어날 확률도 많으며 산모에게도 여러 가지 합병증이 생길 확률이 높아져 좋지 않다고 되어 있다. 게다가 아이를 늦게 낳으면 키울 때에도 부모가 노년이 될 때까지 뒷바라지를 해야 하는 일이 생기기 쉽다. 이래 저래 아이는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낳는 것이 좋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였다.


늦둥이 영재가 많이 나타나는 이유


그런데 공교롭게도 영재성을 보이는 아이들 중에 부모가 나이가 많은 늦둥이들이 정말 많은 것이다. 늦둥이들은 어느 집에서나 귀여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 부모가 ‘물고 빨고’ 키우며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만난 늦둥이 부모들도 그랬다. 아이가 좋아한다니 시켜주고, 시켜주었더니 좋아해서 내버려둔 것이지 아이가 정말 수학을, 문학을, 과학을 잘 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였다. 정확히는 관심이 없었다. 자녀의 특기를 빨리 찾으려고 이리 저리 끌고 다니는 부모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었다. 부모가 더 젊은 것도 아니고, 선행학습을 시키는 것도 아닌 아이들에게서 이런 영재성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은 영국에서 밀레니엄 코호트라는 연구 프로젝트에서 엿볼 수 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산모가 35세가 넘어서 낳은 아이들의 7세 전후의 인지능력이 그보다 젊은 산모들의 아이들의 인지기능보다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났다. 속칭 ‘더’ 똑똑한 아이들인 것이다.


35세가 넘은 부모들은 경제적으로 20대 부모들보다 여유가 있다. 어쩌면 그 여유로 아이들에게 좀 더 좋은 교육을 더 일찍부터 시켜서일 수도 있지만, 이 연구를 보면 20대의 부모보다 35세 이상의 부모가 아이들에게 오히려 교육을 덜 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 아이들의 인지능력이 더 발달한 걸까? 여기서 주목할 것은 부모의 정서적 안정이다. 35세 이상의 부모들이 더 젊은 부모들에 비해서 부모로서 정서적 안정성이 더 높았다. 이것은 그대로 아이들에게 더 좋은 양육 환경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늦둥이의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소리치거나 비난하거나 벌을 주는 경우가 훨씬 적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것이야 말로 아이들의 역량을 키우는 데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정서적으로 안정된 부모가 영재성을 키운다.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지 않은 뇌는 항상 불안한 상태에 있고 이때 나오는 22Hz 이상의 뇌파는 오히려 집중력을 방해하고 학습의 효율을 떨어뜨린다. 부모의 정서가 안정되어 있다는 것은 양육이 안정되어 있다는 걸 뜻하고, 그런 양육을 받은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어 있으며 정서적으로 안정된 아이들의 뇌는 훨씬 학습에 유리하게 되는 것이다.


그간 만난 영재 아이들도 보면 부모와의 관계가 좋은 아이들은 자신의 영재성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데 반해, 부모가 다그치는 아이들은 자신의 뛰어난 영재성을 십분 발휘하지 못하거나 다른 정서나 사회성의 발달에서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부모가 다그치기를 중단하고 늦둥이를 키우듯이 아이를 대하면 자신의 영재성을 폭발시키는 것을 살펴볼 수 있었다. 결국, 정서적으로 안정된 부모가 학습적으로는 많이 시키지 않는 것이 늦둥이 부모들의 양육 방식에서의 특징인 것이다. 학습을 많이 시키지 않는다는 것에는 ‘양’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질이다. 질적으로 많이 시키는 부모는 시키고 나서 자꾸 압박을주는 부모이다. 학원을 보내고 나서 100점 받기를 자꾸 요구하고, 남들과 비교하면서 왜 못하느냐고 다그치는 것이 ‘질적으로’ 많이 시키는 것이다. 학원을 다니는 개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아이를 얼마나 다그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우리 부모들은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기위해서 부모의 행복을 기꺼이 희생한다. 그러나 부모가 아이를 키우면서 행복함을 느끼지 못하고 아이를 일찍 경쟁에 내몰며 아이를 다그친다면 우리 아이의 영재성은, 우리 아이의 잠재력은 사그라들고 만다는 것이 밀레니엄 코호트 연구 결과를 보면 깨달을 수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아이를 다그치면서 불행해져야 하는 걸까? 우리 아이를 늦둥이라고 생각하면서 키워볼 일이다.



글 : 노규식 청소년소아정신과 의사


노규식 박사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세브란스 정신건강병원 청소년센터 소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전임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외래교수 겸 연세 휴 클리닉 원장으로 일하면서 학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학생들과 부모들을 상담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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