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청계천로에 있는 문화창조벤처단지 7층, 문화창조아카데미 강의실은 한여름 무더위가 무색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강사는 중세와 근대, 현대를 넘나들며 인문학과 과학의 진화를 설명했고, 학생들은 궁금증이 생기면 노트북으로 관련 자료를 검색하는 등 강의 내용을 완벽하게 소화하려 애썼습니다.

  문화창조아카데미 교육사업팀 최혜원 주임은 “오전엔 강의, 오후엔 그룹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게 이곳의 일과”라고 했습니다. 강의 커리큘럼을 보니 스토리텔링, 공연 디자인, 전시 테마파크 기획, 미디어아트와 같은 예술 분야와 로보틱스, 자동제어, 드론 등 기술 분야를 비롯해 문화, 인문, 과학 등 다양했습니다. 최 주임은 “강의는 각 분야에 대한 기본 이해 및 창조성 배양을 바탕으로 지식 융합 및 콘텐츠 개발 노하우를 함양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크리에이터(학생)들이 자신의 경험을 새로운 지식과 융합함으로써 창의력을 키우고 발현하기 위한 토대를 쌓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올해 3월 문을 연 문화창조아카데미는 현재 45명의 크리에이터가 8명의 감독(교수)들의 도움을 받으며 융·복합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교를 갓 졸업하고 스타트업 대표를 꿈꾸는 19세 구중완 씨부터 광고회사 대표를 지낸 52세 최고령 크리에이터 김현수 씨 등 연령대도, 경력도 다양하다. 이들은 1년에 3학기씩 2년 동안 이곳에서 공부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문화창조아카데미 강의 모습.(사진=동아DB)

 





 감성로봇·반려로봇 등 이색 융·복합 문화 프로젝트 진행
  45명 크리에이터 뜨거운 열기

  낮 12시, 강의가 끝나자 컵라면 등으로 간단하게 배를 채운 크리에이터들은 이내 자신들의 프로젝트 연구실로 향했습니다. 조관우(37), 이재훈(36), 신한진(28) 씨는 함께 반려로봇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만들려는 로봇은 고성능 고가 로봇이 아닙니다. 반려동물의 고유 행동을 따라 하는 저가형 로봇으로 당장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팀원 중에 이공계 출신이 한 명도 없습니다. 직업도 로봇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분야였습니다. 처음에 하려고 했던 프로젝트도 광고, 3D 프린터, 소셜플랫폼 등으로 로봇과는 관련이 없었습니다. 함께 수업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자연스럽게 의기투합을 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반려로봇이라는 아이디어가 탄생했습니다.

  “예를 들어 함께 살던 반려동물과 이별하면 마음이 아프고 힘들잖아요. 이럴 때 자기가 키우던 반려동물의 습성을 그대로 따라 하는 로봇이 있으면 많이 위로가 되지 않겠어요. 또한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은데 알레르기가 있어 키울 수 없는 사람에게 자기가 원하는 반려동물이 하던 행동을 재현하는 로봇이 있다면 좋지 않을까요.”

  흔히 로봇산업 하면 최첨단 고기능 등 ‘기술 중심’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마케팅, 디자인 관점에서 소비자의 욕구를 먼저 생각하고 거기에 필요한 기술을 찾아냈습니다. 21세기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력을 로봇을 통해 구현하고 있는 셈입니다.

  조관우 씨 팀 외에도 문화창조아카데미에서는 프로젝트 감독 주도 5개, 크리에이터 주도 28개 등 총 33개의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크리에이터 1인당 2~3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문화창조아카데미는 매학기 종료할 때마다 그동안 추진한 프로젝트의 성과들을 발표하는 피칭 행사를 갖습니다. 지난 6월 8일부터 10일까지 1학기 동안 진행된 프로젝트에 대한 발표와 평가가 있었습니다. 여기서 투자 전문가, 마케팅 전문가, 각 전문 분야별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조언과 피드백을 받을 뿐 아니라 평가를 통해 프로젝트를 계속 발전시켜나갈지 아니면 새로운 프로젝트로 전환할지 결정합니다.







반려로봇을 개발하고 있는 조관우, 이재훈, 신한진 크리에이터.

 





 산업 현장에 투입할 인재 배출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공헌

  크리에이터들의 프로젝트는 이제 시작 단계임에도 벌써 여러 프로젝트가 사업화 가능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LED 패션가방은 이미 국내 유명 가방 브랜드와 출시 계약을 맺어 제품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일본의 전통잠옷 유카타처럼 한복을 잠옷처럼 편하게 개량한 한복 스테이도 호텔 등과 연계해 관광복합상품으로 출시될 예정입니다. 구글 글라스 같은 역할을 하는 스마트 글라스, 왕궁 관람에 스토리와 디지털 콘텐츠를 입힌 경복궁 야간기행, 홀로그램 콘텐츠, 새로운 개념의 개인채널(MCN) 서비스도 성공 가능성이 높은 아이디어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크리에이터들의 프로젝트를 직접 지도하고 있는 고주원 문화체험창작감독은 “프로젝트들은 앞으로 콘텐츠 기획·제작, 상용화를 목적으로 한 시제품 개발 등 수행 과정 전반에 걸쳐 다각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연내에 가시적 성과를 낼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크리에이터 송창훈(41) 씨를 따라 서울 장충동에 있는 아트센터나비 타작마당을 찾았습니다. 그는 아트센터나비 관장인 노소영 감독이 주도하는 감성로봇 서비스 플랫폼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작업을 한다고 했습니다. 계단을 내려가자 나타난 작업장은 기계, 전자 부품들로 가득했습니다. 차고를 개조해 작업장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차고에서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 잡스가 떠올랐습니다.

  감성로봇은 사람들의 표정이나 음성 등을 분석해 그의 현재 감성을 파악하고 위로를 하거나 격려를 하는 등 가장 적절한 반응을 해주는 로봇입니다. 이렇듯 인간과 교감할 수 있는 다양한 로봇을 개발해 올해 안에 플랫폼을 통해 선보이는 게 목표입니다. 송창훈 씨가 개발 중인 감성로봇의 이름은 ‘굽신이’와 ‘당당이’라고 합니다.






성로봇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송창훈(오른쪽) 크리에이터.






  “당당이는 주인이 무슨 말을 해도 당당하게 대응하는 로봇이에요. 굽신이는 그와 반대로 주인이 뭐라 하든 굽신거리며 반응하는 캐릭터죠. 사람들이 재미있어하지 않을까요.”

  송 씨 역시 로봇에는 문외한이었습니다. 원래는 글을 쓰고 음악을 하는 게 직업이었습니다. 로봇을 개발하는 데 어려움은 없냐고 묻자 “모든 게 다 어려웠다. 그래서 더 재미있었다”며 웃었습니다.

  “모르는 분야에 도전하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어요. 아이디어만 있으면 팀원들은 물론 다른 크리에이터들과 소통, 협업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감독님들도 도와주고요. 기술적인 부분은 전문가 손을 빌리면 되고요.”

  문화창조아카데미 김준섭 혁신서비스센터장은 “문화창조아카데미는 문화,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로 활동해온 크리에이터들이 입학 후 인접 영역 타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융합 프로젝트를 수행하도록 교육·지원하는 융합교육의 산실”이라며 “단순 지식 전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와 인큐베이팅 과정을 거쳐 산업 현장에 바로 투입할 인재를 배출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시스템을 갖췄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창의적 교육과정과 융·복합 프로젝트를 통해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갖춘 융합 인재를 배출하고 청년 일자리 창출에 공헌할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문화창조아카데미는 내년 초,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옛 산업연구원 터로 이전해 2기 크리에이터들을 선발하고 커리큘럼을 확대하는 등 우리나라 융·복합 문화콘텐츠 개발의 주역들을 양성하는 베이스캠프로서의 역할을 더욱 튼튼히 한다는 계획입니다.

[출처] 정책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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