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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를 위한 사과의 기술 ‘인·사·약’

대한민국 교육부 2017. 6. 16. 18:36



화해를 위한 사과의 기술

‘인·사·약’


 


  4월, 이제 제법 친해진 친구들과 교실은 조금씩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하는 달입니다. 쉬는 시간, 책상 사이를 뛰어가던 영대가 선영이의 책상에 부딪히며 책상 위에 놓여있던 필통이 떨어지며 필통 속 연필, 지우개 등이 바닥에 쏟아졌습니다. 화가 난 선영이가 소리쳤습니다.


  “야, 이게 뭐하는 짓이야.”


  “미안해, 됐지?”


  “그렇게 말하면 끝이야?”


  “그럼, 어쩌라고. 미안미안미안...됐어?”


  잘못한 아이에게 사과하라고 하면 흔히 듣는 대답입니다. 서투른 선생님은 이럴 때 흔히 재판관이 되어 판결을 내립니다.


  “네가 잘못했네, 어서 잘못했다고 말해. ”아이가 “미안해.”라고 말하면, 아직 감정이 풀리지 않은 피해자 아이에게 “사과했으니까 됐지?”라며 억지 사과를 받게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미안해.”라고 말했다고 마음이 풀리는 건 아닙니다. 어떻게 사과하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관계는 회복되기도 하고, 더욱 악화되기도 합니다. 학급긍정훈육법에 실린 교사의 10계명 중 네 번째 계명은 바로 ‘아이들의 싸움에 편을 들거나 재판관이 되지 마라.’입니다.

 



 

1. 잘못된 사과 
마음이 풀리지 않는 대표적인 사과 방법에는 4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① 책임전가형 : “○○가 하라고 했어.”, “○○가 해도 된다고 했어.”
② 반론이나 말대답형 : “왜 나만 갖고 그래, 다른 애들도 그랬는데…”
③ 역설형 : “내가 어떻게 하면 나를 이해할 수 있겠니? 내가 사과할까?”
④ 정색형 : “사과해야겠지? 미안하게 됐어.”

 

2. 진정한 사과를 위한 요령
진심으로 사과를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알아두어야 할 요령이 있습니다. 
① 변명하지 않기 : “미안해, 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었어.” 사과
하며 변명하는 듯한 표현은 마음을 풀지 못하게 합니다.
② 조건부 사과하지 않기 : “만약 네가 속상했다면, 내가 사과할게.” ‘만약’과 같은 조건부 사과는 ‘네가 기분나빠할 정도의 잘못은 아니지.’라며 상대방을 옹졸한 아이로 취급하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③ 모호한 표현 피하기 : “실수가 있었어.” 이 표현 역시 사과의 주체를 모호하게 만들어 ‘책임 인정’을 회피하려는 비겁한 태도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만, 네게 상처를 줄 생각은 없었어.”라고 말하면 상대방의 마음은 풀리지 않습니다. 
④ 사과할 타이밍 찾기 : 상대방이 단단히 화가 났는데, 불쑥 “미안해.”라고 하면, 상대방은 이 문제를 중요시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져 도리어 갈등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3. 마법의 약, ‘인사의약’으로 사과하기
  마음이 풀리는 사과에는 반드시 4가지 요건을 갖춰야 합니다. 
‘유감’과 ‘책임’, ‘개선책 제시’, ‘재발 방지’, 예를 들어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면 이렇게 해야 합니다.
“지난번에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해 정말 미안해(유감), 내가 잘못했다는 걸 알고 있어(책임), 조금이라도 너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알려줘(개선책 제시), 앞으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할게(재발 방지)” 
‘유감’과 ‘책임’, ‘개선책 제시’, ‘재발 방지’라는 어려운 용어 대신 아이들에게는 “친구에게 사과할 때는 마음을 풀어주는 마법의 약을 하나 먹어야 합니다.”라며 ‘인사의약’을 가르쳐 줍니다. 
① 인(인정) : 사과의 첫 단추는 ‘잘못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책임’ 단계로 “내가 친구들과 네 뒷담화를 해서” 있는 잘못을 그대로 인정해야 합니다. 
② 사(사과) : 두 번째로 자신의 진심을 담아 ‘사과’해야 합니다. 
‘유감’ 단계로 “정말 미안해.”라고 1단계 ‘인정’했던 잘못을 진심으로 사과해야 합니다. 
③ 의(의견 묻기) : 잘못한 행동의 결과에 대해 어떻게 할지 ‘개선책 제시’를 하는 단계입니다. “어떻게 하면 네 마음이 풀릴 수 있겠니? 그 결과를 바로잡기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 까?” 이 단계는 저학년, 중학년 아이들에게는 생략하고 가르쳐도 됩니다. 단계가 너무 길면 아이들이 습관화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④ 약(약속) : 마지막 4단계는 ‘재발 방지’의 단계입니다. 친구가 낸 의견대로 약속합니다.
“너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앞으로 다시는 네 뒷담화를 하지 않을 것을 약속할게.”

 

4. 저학년은 3단계 ‘인사약’으로 지도하기
저학년 아이들이 서로 다투었을 때에는 서로에게 서운한 것을 이야기하고, 3단계 ‘인사약’으로 잘못을 인정하는 역할극을 학기 초에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 후에 ‘인사약’을 생활 속에서 활용한 사례를 일기로 쓰도록 안내하고, 친구들의 일기를 읽어주면 도움이 됩니다.
두 아이가 서로 뒤엉켜 싸우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불러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영대 : “애가 갑자기 저를 쳤어요.”
진호 : “내가 언제 때렸어, 밀었지.”
선생님 : “밀었다고? 그런데 왜 영대는 쳤다고 이야기하지? 그리고 왜 밀었어?”
진호 : “영대가 제 아픈 발을 밟고 지나갔단 말이에요. 그리고 미안하다는 말도 없어요.”
영대 : “내가 일부러 밟았냐? 일부러? 모르고 지나가다 밟았잖아.”
진호 : “아니에요. 선생님, 영대 이게 저 골탕 먹으라고 일부러 밟고 지나갔어요. 그리고 아까 웃었단 말이에요. 미안하다는 놈이…”
선생님이라면 이럴 때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자칫 선생님이 아이들의 대답만 듣다 보면, 평소 문제를 일으키던 아이의 잘못으로 판단해버리기 쉽습니다. 교사는 이때 누구보다 공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억울한 감정을 알아차리고 읽어주어야 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새로 만난 아이들과의 학급경영에서 80% 가까운 문제들이 갈등이 되기 전에 미리 해결될 수 있습니다.


회복적 질문 (Restorative Inqury)
1. 무슨 일이 있었나요?
2. 그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나요?
3. 그 일이 벌어진 이후로 무슨 생각을 했나요?
4. 당신이 한 일로 누가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나요?
5. 일을 바로 잡기 위해 무엇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나요?
6. 선생님이 어떻게 도와주기를 원하나요?

 

  ‘회복적 질문’을 활용해 두 아이가 서로 돌아가며 어떤 일이 있었고, 그때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는지 번갈아 물어봅니다. 그리고서 서로에게 서운한 점을 묻습니다. 처음 시작은 한 아이가 시작했어도, 감정이 상한 상대편 아이까지 다시 감정적으로 싸움에 들어서며 결국은 두 아이는 똑같이 감정에 상처를 받고 맙니다. 이럴 때에는 두 아이가 서로에게 서운한 부분을 묻고, 그 부분을 친구에게 사과할 수 있겠냐고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인”이라고 불러주면, 아이가 잘못을 인정하고, “사”라고 불러주면 “정말 미안해.”, “약”이라고 부르면, “앞으로는~하지 않을게.”라고 사과하는 연습을 아이들 다툼이 있을 때마다 활용해 보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아이가 사과를 한 후에는 “그렇게 이야기해줘서 고마워.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어른들도 쉽지 않은 거란다.”라고 말해 주세요.



글_ 허승환 서울난우초등학교 교사

출처_ 행복한교육 2017.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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