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공식 블로그

자격증이 없어야 유능한 교장이 될 수 있는가? 본문

교육정보

자격증이 없어야 유능한 교장이 될 수 있는가?

대한민국 교육부 2018. 7. 4. 15:51

 

 

  현 정부는 자율학교에 한해 15%이내에서 교장 자격증이 없는 교직경력 15년 이상의 교사가 교장에 임용될 수 있도록 하는 교장공모제의 제한조건을 폐지하고 공모제를 확대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확대하려는 이유는 학교 구성원이 유능한 교장을 자격증과 관계없이 선발하게 하는 제도로 학교민주주의와 교육혁신에 기여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오랜 기간에 걸친 전문성 향상과정 필요

  그러나 내부형 교장공모제가 우수한 교장의 임용이 아니라, 자격증 유무의 문제로 접근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고 봅니다. 자격증 소지 여부를 떠나서 교장공모제 자체는 개방적 리더십의 구현이라는 긍정적인 측면보다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학교장에게 필요한 역량이 공모과정을 통해 길러진다는 주장은 주객이 전도된 것입니다. 현행법에서 교장은 교무를 통괄하며, 교사를 지도감독하고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갖습니다. 이들이 학교운영 전반인 교무를 통괄하고, 교사의 교육활동을 지원하면서 학교교육활동을 책임지는 지도감독의 권한을 쌓고, 학교를 운영하는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에 걸친 전문성 향상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교장공모제는 공모제 전까지 교직 경력이외에 연구부장, 교무부장, 교감 등 다양한 영역에서 중간 리더십을 경험하는 과정 없이 교사로서 경력만으로 바로 교장에 공모하게 됩니다. 이러한 짧은 기간에 이루어지는 공모의 방법으로 우수한 교장의 질을 시스템적으로 담보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교장의 질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교사가 교감, 교장으로 승진할 수 있도록 합리적 평정제도를 마련하여, 교장이 되기 위한 전문성을 신장하도록 하는 교장성장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현행 교사 양성, 임용과정처럼 4년간의 교사양성과정을 개혁하지 않고, 짧은 기간에 실시하는 3차례의 임용고사로 우수한 교사를 선발한다는 주장이 주객이 전도된 것과 같은 이유에서 교장공모제를 통해 우수한 교장을 선발한다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입니다.

 

가르치는 일과 행정은 인과관계 없어

  다음으로 가르치는 일의 전문성과 행정의 전문성이 상관관계를 갖지만, 인과관계를 갖지 않는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서로 다른 영역의 전문성이라는 사실을 전제할 때, 교장공모제는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교장공모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잘 가르치는 교사가 교장이 되도록 하는 제도가 내부형 공모제라고 말하지만, 잘 가르치는 교사가 여러 이해관계를 가진 주체들의 의견을 조율하면서 학교를 운영하고, 교무를 통괄하고, 교사를 감독하는 역량을 자동적으로 구비했다고 볼 이유는 없습니다. 특히 최근 교사는 가르치는 일과 생활지도에 집중하게 하고, 나머지 행정업무는 줄여주자는 업무정상화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가르치기만 하다가, 가르치는 일 이외의 교육행정, 재정, 시설안전, 급식 등 다양한 교육행정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그동안 교장과 같은 관리직을 교사 직제로부터 분리시키자는 의견도 제기되었는데 내부형 교장공모제는 이러한 맥락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교장공모제가 또 다른 교장 승진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교장공모제 중에서 교장 자격증이 필요 없는 내부형 공모제의 경우에도 일단 교장이 되면, 교장 임명장이 대통령으로부터 수여되고, 이 때부터는 교장 자격증을 사후적으로 갖게 됩니다. 그리고 내부형 공모제로 교장이 된 자격증이 없는 교사는 교장 연임 연한인 8년이 지나기 전까지는 다시 교사로 돌아올 수 없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일선 교사들에게 공모제 역시 교장 자격증이 없는 교사가 교장 임용, 교장 연임 또는 교육청의 보다 상위직으로의 이동과 같이 새로운 교장 승진 트랙으로 인식될 여지를 준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교장 자격증이 교장의 질을 담보하지 않고, 유능한 교사가 교장이 되도록 해야 한다면, 교장의 과도한 권한을 분산하던지, 자격증 자체를 없애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과도한 교장의 권한을 이야기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유능한 교장의 임용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이는 이율배반적인 것입니다.

 

교장의 법적 권한 분산이 더 중요

  마지막으로 공모제의 확대 논리는 오랫동안 논의되어 온 교사 자격증의 개방에 대한 논리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최근 4차 산업혁명, 융합교육, 장소에 구속되지 않는 다양한 배움이 강조되면서 교직개방의 논리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이는 학생의 다양한 배움을 지원하기 위해 기존에 교대, 사대를 통해 교사를 양성하는 것이 폐쇄적이고, 교사 자격증도 교사의 질을 담보하지 못하므로 과감하게 교직을 개방해야 한다는 논리를 강화하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실제로 오바마 정권 시기에 만들어진 해밀턴 프로젝트에서는 훌륭한 교직수행에서 교사양성과정, 교사 자격증이 별 영향을 미치지 않고, 현직연수가 교사 전문성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그래서 보다 중요한 것은 내부형 교장공모제의 확대가 아니라 교장의 법적 권한을 분산하고, 승진제 교장제도에서 교장 아카데미, 연수제도 정비, 자격기준 강화 등의 방법을 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밖에도 교장공모제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학교 구성원이 학교장을 직접 선택함으로써 학교민주주의가 보다 심화된다는 측면이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지만, 학교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곳이기 때문에 민주적 통제와 함께 교사의 전문적 통제도 중요합니다. 다시 말해 병원이 환자의 건강과 병의 치료를 위해 의사의 전문성이 폭넓게 보장되어야 하듯이, 학교에서도 학생의 성장과 배움을 위해 교사의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권과 전문성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짧은 공모기간은 교사가 자신의 교육철학이나 비전 등을 구체화하지 못하고 가시적인 정책을 검증받는 과정만 거치게 됩니다. 따라서 교무를 통괄하고, 교사를 지원하면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리더십을 함양하지 못하게 되어, 교사들의 진지한 교육활동이 민주적 통제라는 이유로 학부모들의 방해를 받게 될 수 있습니다.

 

교장 자격증, 가치 절하는 심각한 문제

  결론적으로 내부형 공모제의 확대를 주장하면서 교장 자격증을 가치 절하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자격증이 교장으로서의 전문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자격증이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지, 자격증을 무력화시키는 것이 해결책은 아니라고 봅니다. 이러한 해결책을 취할 경우, 부메랑이 되어 교사 자격증에 대한 신뢰도 감소시켜 전체적으로 교직의 전문성에 대한 부정적 인상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_ 정수현 초등학교 교사, 고려대학교 박사과정 수료
출처_행복한 교육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