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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에 활동할 남극세종과학기지 대원들을 만나다

대한민국 교육부 2009. 1. 5.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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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송도 테크노 파크에 위치한 극지 연구소 전경 

인천 연수구 끄트마리에 붙은 다리를 하나 건너자 희뿌연 하늘 아래 송도 신도시가 차창 너머로 모습을 보였다. 헝클어진 데라곤 찾아볼 수 없는 신도시였다. 2009년 1월 1일 세종 과학기지로 파견되는 대원들을 만나기 위해 극지 연구소로 이동하는 택시는 반듯하게 뻗은 도로를 따라 매끄럽게 미끄러졌다. 도로 양옆에는 아파트들이 바둑판에 놓인 바둑돌마냥 정갈하게 늘어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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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사가 한창인 송도 테크노단지 앞, 수평선 너머로 바다와 섬이 보인다.

 

그런데 갑자기 벌판이 난데없이 펼쳐졌다. 흙으로 메운 갯벌이었다. 뿌연 벌판 너머로 섬과 바다가 안개 사이로 어렴풋이 실루엣을 드러냈다. 포크레인들은 갯벌 위에서 묵묵히 흙먼지를 풀풀 날렸다. 사방에서 굉음이 났다. 그리고 극지 연구소가 위치한 송도 테크노 파크 건물은 당당한 자태로 뽀얀 흙먼지가 뒤덮인 벌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건물 전면에 부착된 통유리창에 비친 송도의 공사현장은 흐린 날씨와 어우러져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거 같은 남극을 연구하며 그곳을 한 발 한 발 개척해 나가는 세종 과학기지 대원들과 잘 어울리는 장소 같았다.


1년 내내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남극은 지구상에서 가장 춥고 건조하고 바람이 가장 많이 부는 곳이다. 불과 몇 십년 전까지만 해도 지구상에 최후로 남겨진 미지의 대륙이었다. 생명체는 추위에 적응한 펭귄, 물개 등의 동물과 전 세계 20개국에서 온 천 여명의 연구원들뿐이다. 선사시대 원시인의 흔적도 없다. 대륙의 98%가 얼음으로 뒤덮여 있는데 얼음의 평균 두께가 1.6km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첫 번째 사진은 눈보라 속에서 활동하는 대원들, 두 번째 사진은 '불타는 얼음' 가스 하이드레이트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진영근 대장, 세 번째 사진은 남극의 펭귄(사진제공 : 극지연구소 홍보팀) 

그러나 그 속엔 세계 각국이 탐낼만한 놀라운 사실들이 숨어 있었다. 남극의 심해에 켜켜이 쌓인 퇴적물과 대륙의 빙하층은 ‘지구 역사 실록’이다. 남극 대륙과 주변 대륙붕에 대규모의 유전이 존재할 가능성도 컸다. 남극 크릴을 비롯해 엄청난 양의 해양 생물자원이 미개척 상태로 남아있다. 그러자 12개국은 1959년 남극조약을 맺고 군사행동과 광물 채굴을 하지 않겠다는 전제 하에 남극 대륙을 연구했다. 현재 남극 조약에 가입한 나라는 미국과 일본을 포함해 총 28개국이다.


한국은 조약이 맺어진 지 17년 뒤인 1986년에 남극 조약에 가입했다. 그리고 1988년 1월에 첫 연구단을 파견하며 남극 연구의 현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년 동안 남극 세종과학기지는 기후, 지질, 자원탐사 등 다양한 방면에서의 연구를 수행했다. 운석탐사를 통해 21개의 운석을 발견해 미국, 일본, 중국,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5번째의 운석 보유국이 됐다. 운석은 46억년 전의 지구 탄생 비밀을 간직한 소중한 지질 자료다. 최근에는 세종 과학기지 주변인 남극반도 해역에서 300년 간 쓸 수 있는 가스 하이드레이트를 발견했다. 가스 하이드레이트는 점점 바닥을 드러내는 석유와 가스를 대체할 수 있는 연료로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적은 청정에너지다. 남극에서의 탐사 활동은 지난 1991년 UN에 가입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2009년 1월 1일, 남극 세종기지에 제 22차 월동 연구대가 파견된다. 총 17명이다. 적은 인원임에도 생물, 대기과학, 지질, 천문우주 등을 탐구하는 연구원들, 기계나 통신을 담당하는 기술자들, 해상 안전을 담당하는 요원, 의사와 요리사에 이르기까지 그 구성원이 다양하다. 그 중 진영근(46) 대장, 박승일(38) 생물 담당 연구원, 황기환(25) 의사, 이상훈(39) 조리사를 만나보았다. 영화나 소설에서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곳은 종종 극기의 현장으로 묘사된다. 그 속의 주인공들 역시 극기의 정석을 보여준다. 영화 <티벳에서의 7년>에서 눈 덮인 산을 헤매는 브래드 피트는 살아남기 위해 악전고투한다. 소설가 김연수가 쓴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의 주인공 역시 죽음의 고비를 넘겨가며 설산을 등반한다. 그러나 영화와 현실은 달랐다. 곧 파견될 남극 세종기지 대원들은 맡은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다만 직장이 평범하지 않을 뿐이다.


                                                                   글, 사진 : 홍지미(교육과학기술부 블로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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