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색 옷을 입은 양양군 상평초공수전분교

 

 

  알록달록한 색들이 선명한 무지개를 그려냅니다. 아이들 웃음만큼이나 화사함을 뽐내는 강원도의 작은 시골 분교. 전교생 7명이 뛰어노는 운동장 뒤로 동화 속 풍경이 펼쳐진 듯합니다.  

 

아이들의 눈으로 봅니다.
어떻게 하면 학교가 즐겁고 재미난 공간이 될 수 있을까 머릿속으로 내내 그려요.
칙칙한 회색으로 둘러싸인 학교는 아이들 마음마저 그늘지게 만들지 않을까요?
무지개로 물든 학교는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양양군 상평초공수전분교는 4년 전 교사 안팎을 무지개색으로 새롭게 단장했습니다. 3천여만 원이 들었다는 도색 작업에 김재식(42) 씨가 선뜻 나선 덕분입니다. 노루표페인트 대리점을 운영하며 ()우리토건 대표로 있는 그는 도색 재능기부를 올해로 6년째 이어오고 있습니다
     

알록달록 무지개 옷을 입은 시골 분교

  "작은 학교가 폐교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는 뉴스를 보고 안타까웠어요. 낡은 시설물을 보수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도움이 절실해 보였지요. 고향 학교를 둘러보다 군데군데 도색이 벗겨져 있고, 폐건물처럼 덩그러니 놓인 작은 학교를 보고 시작하게 됐습니다.”
 
  17년 차 도장 기술자인 그는 페인트 통을 들고 양양 회룡초등학교로 향했습니다. 페인트와 인건비 등 모든 비용은 그가 부담했습니다. 며칠 뒤 밝고 선명한 비비드 컬러로 건물 안팎에 색을 입히자 학교는 몰라볼 정도로 환해졌습니다. 덩달아 아이들의 표정도 밝아졌습니다. “학교 주인은 아이들이잖아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색을 입혀야죠.” 주로 갈색이나 회색 위주의 색상 틀을 그는 과감히 깨버렸습니다. 그 뒤 회룡초가 작은 학교의 롤모델이 되면 좋겠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왔습니다.  
       
  그렇게 2013년 회룡초에서 시작된 도색 기부는 양양 현성초, 조산초와 강릉보육원, 강릉 옥천초운산분교 등 총 13개 학교로 이어졌습니다. 지금까지 들어간 비용만 3억여 원. 올해는 강원교육희망재단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농어촌 작은 학교 살리기에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여기에는 휴전선 비무장지대(DMZ) 내 작은 학교도 포함되어 논의 중입니다.
 
  “사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작은 학교지만 학교 안팎을 칠하는 데 1~4천여만 원이 들고, 몇 명의 인부가 꼬박 4일을 매달려야 하지요. 제 일을 하고 있기에 어려움도 따르지만, 어두침침한 건물로 아이들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요. 어쩔 수가 없네요. 하하” 
     
  초기에는 무지개 옷을 입히는 데 그쳤던 도색 작업도 나날이 발전했습니다. 2년 전 양양 송포초를 도색할 때는 학교의 영문명과 초등학교 이니셜 ‘S.P.E.S’, 현북초에는 ‘I LOVE H.B’로 의미를 되새겼습니다. “아이들이 함박웃음을 지었으면 좋겠다.” 마음으로 아이콘(^^) 모양을 살려 스마일 학교로 디자인하거나, 한글 자음인 ㄱ, , ㄷ 등을 그대로 디자인에 녹이기도 했습니다. “이전에는 디자인을 설계하거나 생각해 본 일이 한 번도 없다.” 그는 아이들과 만나면서 학교란 공간을 고민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됐다. 내가 좋은 게 아니라 모두가 바라는 디자인을 생각한다.” 했습니다

 

‘지니 삼촌’이라 불리는 김재식 씨(맨 왼쪽)와 상평초공수전분교 아이들

 

 

아이들에겐 ‘지니 삼촌’… 작은 학교에 희망을 입히다

  그의 도움으로 폐교 위기의 학교는 되살아났습니다. 10명 미만의 학교가 20~30명까지 늘어나며 운동장에서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당시 송포초 교장이던 최인규 강릉 임곡초 교장은 도색 직후 2~3명이 전학 와 폐교 위기에서 바로 벗어났다. 다른 분교도 아이들이 늘어나는 걸 보고 기뻤다. 큰 힘이 됐다.” 했습니다. 이후 강원도교육청에 김 씨를 표창 수상자로 적극 추천한 이도 최 교장입니다. 최은경 상평초공수전분교 부장교사는 천지가 개벽할 정도라며 상상도 못할 정도로 학교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전했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가장 신나한다고 합니다

알록달록한 색으로 밝아진 상평초공수전분교 내부

 

  공수전분교 교정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야외 학습에서 돌아오던 세 명의 아이들이 지니 삼촌, 함께 놀아요!”라며 다가왔습니다. 자주 학교에 오신다며 교사도 환한 웃음으로 그를 반깁니다. ‘지니 삼촌은 아이들이 그를 부르는 애칭입니다. 요술램프 요정 지니처럼 마술을 부려 학교를 바꿔 놓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세 아이는 자전거로 삼행시 짓기를 제안하며 심사를 해달라고 졸랐습니다.

 

 

스마일 디자인이 돋보이는 양양 광정초등학교 내부

 

아이들과 자주 만나다 보니 친해요. 종종 교정 벤치에 앉아 상담 요청을 하는데,
엄마와 아빠가 큰 소리로 다퉜다는 고민을 털어놓을 때는 진땀이 나기도 해요.
하하. 아이들이 보고 싶어 계속 오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강릉 옥천초등학교 운산분교의 바뀐 외관

 

  “앞으로 학교가 문화 공간이자 예술 공간으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는 그는 행복한 공간에서 작은 학교 아이들의 희망이 싹텄으면 좋겠다.” 소망을 전했습니다.
_편집실
출처_행복한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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