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겉모습 PD 보다 남을 돕는 일에 흥미가 생겼어요

 

 

 

 

학기 초에는 친구들과의 관계도, 성적도 마음대로 되지 않아 힘들었어요.
학교생활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어요. 2학기에 자유학기제가 시작되면서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다른 반 친구들과 어울려 하는 수업을 통해 친구들도 많이 사귈 수 있었고 나의 장점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소심했던 성격도 더 밝아지고 쾌활하고 적극적으로 바뀐 것 같아요.

 

  꿈트리는 3월 2일 ‘2017년 자유학기제 성과발표회’에서 공모전 수기 우수사례로 선정된 기윤영 양(15. 경기 남양주 판곡중)을 만났습니다. ‘친구관계가 왜 어려웠냐’는 질문에 기윤영 양은 “남양주시립소년소녀합창단 활동으로 학기 초인 3월 말경 베트남으로 연주여행을 다녀오면서 친구를 사귈 기회를 놓쳤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남양주시에 위치한 판곡중학교는 지난해 1학년 13개 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2학기에 자유학기제를 실시했습니다. 학생들은 오전에 평소처럼 학과 수업에 참가하지만 지필시험은 치르지 않았습니다. 오후에는 수업별 일정에 따라 1·2기, 3·4기로 나뉘어 <주제선택>, <동아리>, <진로체험> 수업에 참가합니다. 주제선택은 화, 목요일 수업이 끝난 후 2시간 동안, 동아리 활동은 금요일 5~6교시에, 진로체험 활동은 일정이 있을 때마다 수시로 참여합니다.
 
  16개의 <주제선택> 활동 중에서 기 양이 지원했던 수업은 ‘에너지 프로젝트’, ‘경제야 놀자’, ‘가자! 세계 속으로’, ‘나눔 실천 프로젝트’ 4가지였지만 경쟁률이 높아 줄줄이 탈락했습니다. 기양은 차선책으로 ‘NIE 토의토론반’,‘토론하고 이야기 짓고’,‘과학으로 연결된 세상’,‘아름다운 수학 세상’ 수업을 선택했습니다.
    
  "주제선택의 경우 제가 원하는 수업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매우 좋았습니다. ‘NIE 토의토론반’에서는 개고기 식용, 드론 규제, 사형제 찬반 등 9가지 이슈를 놓고 찬·반·중립(채점)으로 나눠 토론을 했었어요. 저는 드론규제를 찬성한다는 쪽이었는데 규제를 하면 우리나라 기술 발전이 그만큼 뒤처질 거라는 반대쪽 논거를 듣다 보니 설득이 돼서 나중엔 중립에 가까운 입장으로 바꿨습니다.

  <동아리> 활동으로는 ‘페이퍼 아트’,‘양말 인형 만들기’에 참여했습니다. 동아리는 자신이 원하는 반에 신청하고 신청자가 많을 경우 다양한 게임을 통해 순번을 결정합니다. 또 학생들이 만들고 싶은 동아리가 있으면 선생님께 허락을 받은 후 신청 학생이 15명이 넘으면 만들 수도 있습니다. 기양은 영화를 보고 토론하는 동아리를 만들어보고 싶었지만 참여 인원의 미달로 만들지 못했습니다.
     
  <진로체험>에서는 행운이 따라줬습니다. PD, 큐레이터, 영화감독 직업체험과 연극영화학과, 신문방송학과 등 학과체험까지 기양이 원했던 수업에 모두 참가할 수 있었습니다.

 

꿈이 PD가 되는 것이었는데 진로체험 수업을 들은 후 생각이 바뀌었어요.
EBS 딩동댕유치원 프로그램을 만드신 PD님이 강의하셨는데 처음엔 어릴 때 열심히 봤던
프로그램을 만든 분을 직접 만나서 신기했어요. 수업을 들으면서 PD라는 직업이 제가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경험 많으신 PD님께서 방송제작 현장에서 부딪히는
어려움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여유당 활동’이라는 이름의 큐레이터 진로체험은 기양이 직접 지하철을 타고 남양주 역사 박물관을 찾아가서 참여했습니다. 남양주시를 포함해 우리나라 역사를 포괄적으로 설명해주는 것을 들을 때 매우 흥미진진했습니다. 큐레이터 체험을 직접 해보진 못했지만 어떤 부분에서 큐레이터가 어떤 면을 더 설명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기양이 진짜 원했던 직업체험은 사서 체험이었습니다. “교실에 있기 힘들 때 학교 도서실에 자주 가서 책을 읽거나 사서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때마다 사서라는 직업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며 “다른 아이들이 참가했던 사서 직업체험은 제 차례 때는 무산돼 못하게 된 점이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자유학기제를 경험하며 기양에게는 2가지 변화가 생겼습니다. 예전에는 그저 화려해 보였던 PD가 꿈이었지만 지금은 남을 도와주는 직업에 흥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간호사나 의사 같은 직업에 관심이 생긴 것입니다. 또 자유학기제를 통해 진로라는 것이 단순히 직업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처음에는 직업 찾기 정도로 생각했는데 진로 선생님과도 많은 대화를 나누고 지금은 진로를
찾아가는 것이라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직업으로 생각할 때는 너무 막막했는데 제 직업을 단순히
하나로 제한하지 않고 넓게 보니까 찾기가 쉬워졌어요. 남을 도우려면 그 사람의 심리나 인체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생물학이나 뇌과학, 심리학 쪽으로 공부해보고 싶어요. 

 

  덕분에 2학기에 받은 상장만 독서록, 줄넘기, 노래 부르는 음악상, 자유학기제 상장 2개(‘토론하고 이야기 짓고’ 1개, ‘과학으로 연결된 세상’1개) 등 8개에 달했습니다. 그만큼 자신감도 한 뼘 더 자랐습니다. 친구들과의 생활이 편안해지면서 공부에도 더 집중하게 됐습니다. 무슨 일이 닥쳐도 ‘그래도 잘 해결될 거야’라는 마음가짐이 생겼습니다.

 

처음 자유학기제를 시작할 때는 조금 겁을 먹었어요. 다들 성적도 떨어질 거라 하고
부모님들의 우려처럼 너무 노는 분위기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죠. 그런데 저는 자유학기제 덕분에
성격이나 친구관계도 좋아지고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1학년 후배들에게도 겁먹지 말고
도전해 보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글_김 은 혜 에디터
출처_꿈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