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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국민서포터즈

무엇이든 가능한 시각장애 특수학교 아이들

대한민국 교육부 2010. 10. 28. 09:31

강원도 내 유일한 시각장애 특수학교인 강원명진학교(교장 현희영)가 최근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1인 1악기 다루기, 외국인과 함께하는 여름캠프 등 다양한 특색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태권도부, 관악합주부 등 다채로운 방과 후 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장애극복 의지와 재활의지를 높이고 있는 것. 신체적 장애가 더 이상 ‘장애’가 되고 있지 않은 강원명진학교의 교육 현장을 둘러봤다.

 

수업이 끝난 평일 오후 강원명진학교 운동체육실.

태권도부 학생들의 우렁찬 기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진다. 허공을 가르며 높게 뻗는 발차기,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깔끔한 찌르기와 옆차기… 빠르고 민첩한 동작 하나 하나에는 절도가 배어있다. ‘태권소년’으로 불리는 김용수 군(고1·시각장애 2급)은 이미 용인대의 지원 하에 태권도를 배울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뽐낸다. 일반학생들도 함께 출전한 개인전 품새에서 시각장애인으로는 최초로 동메달도 목에 걸었다. 


김 군은 “동작을 보지 못한 채 배워야 하니까 처음엔 뻣뻣하기도 하고 어려웠지만, 선생님께서 동작 하나하나를 지도하고 가르쳐 주셔서 잘 익힐 수 있었다.”“배우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앞으로 시각장애인을 가르치는 태권도 사범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관악합주부에서 활동하는 유경탁 군(고3·시각장애 2급)의 꿈은 드러머다. 악보를 전부 외워서 드럼을 쳐야 하는 어려움은 있지만 세계를 돌아다니며 연주를 하는 것이 유군의 꿈이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배우기 시작해서 6년간 배웠어요. 악보를 보지 못하기 때문에 드럼 위치를 일일이 외워서 쳐야하지만 그래도 즐겁고 재미있어요. 평택 재활복지대학에 진학해 음악을 더 공부하고 싶어요.” 

한쪽 눈으로 세상을 보는 표가희 양(고2). 오른쪽 눈이 보이지 않지만, 표양은 디자이너를 꿈꾸고 있다. 미술을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한 학교의 도움이 컸다. “눈이 불편한 제게는 실현 불가능한 꿈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영상미디어, 패션분야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싶어요.” 표양은 미대 진학을 위한 수능과 미술 실기 준비로 한창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태권도부·관악합주부 등 다양한 방과 후 활동
 

강원명진학교는 강원도 내 유일한 시각장애 특수학교로 춘천에 자리 잡고 있다. 1954년 강원맹아원으로 설립된 이래, 지난 50여 년간 장애인의 교육과 복지 발전을 위해 노력해 온 전통 있는 학교다. 유치원부터 초·중·고등부, 전공과까지 전교생 120명이 전액 무료로 학교를 다니며 꿈을 키우고 있다. 교육과정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다양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태권도부, 영어연극부, 관악합주부, 합창단 등이 다채롭게 운영된다. 현희영 교장은 “장애를 가진 학생들의 경우 다양한 체험활동의 기회가 적다.”“방과 후 활동을 활성화해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찾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한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진로지도라고 해봐야 안마사나 단순 작업이 필요한 직종에 머물렀던 것이 안타까워 시작한 일이었다. 시작이 쉽지만은 않았다. 영어수업을 위해 원어민 교사 지원을 받기까지 교육청을 수없이 들락날락해야 했다. ‘일반학교도 원어민 교사를 다 배치하지 못했는데, 특수학교에 어떻게 지원하겠느냐’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답답해진 가슴을 쓸어내린 적도 한 두 번이 아니다. 

현 교장은 “조금 느리고, 천천히 배우겠지만 재능과 끼가 많은 학생들이 많다. 소수라고 하지만 학교는 학생의 재능을 이끌어 내고 충분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한다. 


학생들은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증명해 냈다. 태권도부는 전국에서 시범공연 요청이 쇄도해 한 달에 두세 번씩 공연을 다닐 정도다. 지난해는 대한장애인태권도협회장배 전국품새경영대회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했으며, 개인전, 단체전 상도 싹쓸이했다. 이상우 지도교사 겸 체육교사는 “손으로 더듬어 동작을 익히고, 자세를 일일이 교정하다보니 기본 동작을 익히는 데만 2년이 걸렸지만, 그 후에는 일취월장으로 실력이 늘었다.”고 말한다. 

 

   영어캠프·1인1악기 특색교육 운영
 

일반학생도 출전한 전국 청소년 영어연극대회에서는 당당히 금상을 수상했다. 박홍식 교사는 “사회적인 편견만 없다면 뭐든 다 가능한 아이들이다.”고 강조한다. 

‘외국인과 함께 하는 영어캠프’는 올해로 10년째. 매년 여름방학이 되면, 캠프를 열어 세계 각국의 다양한 삶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영어를 배울 수 있도록 했다. 캠프에는 일반학생도 적극 참여시켜 장애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1인 1악기 다루기’도 눈길을 끈다. 특히, 관악합주부는 ‘실로암의 소리’, ‘제주국제관악제’, ‘원주따뚜’ 등 국내 유수의 음악축제에 초청돼 많은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악기를 배우면서 아이들의 성격도 밝고 활기차졌다. 관악합주부 김홍대 지도교사는 “내성적이던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변했다.”“‘아리랑’ 한 곡을 연주하는 데 3개월이 걸렸지만, 배우고 난 뒤에는 학생들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한다. 

 
대학진학반과 취업지원반을 나누고 진학지도와 직업교육도 강화했다. 임상 실험 실습을 통한 안마사, 침사 등 전문 이료인 육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학생들은 배운 기술을 토대로 노인복지 시설 등 병으로 고통을 받는 환자들을 직접 찾아가 이료 봉사활동을 한다. 격년마다 열리는 학교 예술제 ‘실로암의 소리’도 빼놓을 수 없다. 30년째 열리는 이 예술제는 지역 주민들이 1~5만 원씩 후원해 열리는 축제다. 주민 1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학생들은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선보인다. 현 교장은 “아이들이 일반사람들에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 예술제는 학생들의 발표력을 향상시키고, 자신감을 불어 넣어준다.”고 말한다.
 
 


   특기·적성 살려 ‘꿈’ 품는 아이들 늘다
 

최근에는 대학진학률이 높아졌다. 지난해는 고3 학생의 절반 이상인 5명이 대학에 진학했으며, 공주대 사범대학 특수교육과에 장학생으로 입학한 학생도 나왔다. 올해는 10명 중 7명이 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박 교사는 “자신이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학생이 많아졌다. 대학 진학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더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늘었고, 진로도 다양해졌다.”고 말한다. 

그러나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숙원사업은 교지 확장 문제. 시각장애를 가진 학생일수록 몸을 유연하게 하는 활동이 필요한데 아이들이 맘 놓고 뛰어놀 공간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다. 현 교장은 “현재 아이들이 뛰어다닐 운동장이 없는 상태다. 운동치료실도 협소하지만, 주변 땅을 매입하기에는 땅 값이 너무 비싸서 해결책을 찾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또 “점자화 돼 있는 교육 자료가 많지 않고, 개별화 교육을 하기 위한 교수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앞으로 계속 확충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글|한주희 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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