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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수상자 16인을 배출한 덴마크의 힘은?

대한민국 교육부 2010. 11. 30. 16:00


서울 남산의 중턱. 덴마크의 축소판이 있다. 남산을 고즈넉하게 바라다보고 있는 덴마크 대사관이 그것이다. 작아 보이지만 결코 작지 않은 대사관 사무실 안에서 매주 월요일 오전 9시 30분에 대사님 주재로 회의가 열린다. 한 주의 업무를 계획하고 여러 가지 외교현안을 가지고 의견을 교환하는 시간이다. 

대사님이 말씀하신다. “다음 달 말에 덴마크 총리가 한국을 국빈 방문 하십니다.” “ 한국의 IT와 바이오산업에 깊은 관심을 가진 분이라서 관련 업체를 꼭 가보고 싶어 하신다는 본국의 연락이 입수되었습니다.” 차분한 목소리로 전달 사항을 말씀하시고 직원들에게 의견을 구한다. 

수많은 의견이 자유스럽게 오가지만 얼굴에 미소를 잃는 사람은 없다. 약간은 터무니없어 보이는 의견도 나오지만 그 의견을 비난하거나 잘못을 지적하는 경우도 없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살피는 일도 없고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말할 뿐이다. 오히려 많은 사람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핀다. 한국 회사에서도 오랫동안 일했던 나로서는 처음에는 이들의 화기애애한 회의에 적응하지 못했다. 벌써 4년 전의 일이다.
 

덴마크 사람들의 회의에는 늘 웃음이 있다.


나의 의견을 누군가가 비난하면 어쩌나. 내가 이 상황에서 말해도 되나. 내가 제시한 아이디어가 채택되지 못하면 어쩌나 라는 생각들이 나의 뇌리를 지배하던 한국 회사에서의 회의와 누구나 자연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회의는 너무나 다른 것이어서 나는 늘 당황하고 또 당황했다. 중요한 것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도 회의가 끝나면 각자의 역할이 정해지고 결론이 난다는 것이다. 

무거운 분위기에서 오랫동안 회의를 했지만 아무런 결론이 없는 회의와 밝은 분위기에서 비록 짧게 진행되었지만 무언가 결론이 나는 회의는 효율성 면에서 비교가 될 수 없는 것이었다. 효율성은 말로만 외친다고 만들어지지 않음을 절실히 깨닫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회의를 주재하는 사람이나 회의에 참석하여 의견을 개진하는 사람이나 하나의 주제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회의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된다는 것과 정해진 주제에 집중하여 신속한 결론을 낸다는 것은 오랫동안 몸에 배어 익숙해 있지 않으면 하기 어려운 일이다.

 

회의를 마치고 한 컷, 누가 김치라고 외치지 않아도 미소가 가득

  
덴마크인들이 업무를 협의하고 토론하는 것을 보면 그들이 어릴 때부터 받아온 교육 방식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어려서 부터 남을 배려하는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아름답게 보일 정도의 토론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신과 다른 의견을 내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결국 표정이 변하고 목소리가 커지는 것을 많이 봐온 나로서는 그들의 ‘말하기 방식’ 이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소위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긴다는 말이 지배적인 우리의 회의 문화 내지는 토론 문화에서는 더 그랬다.
 
덴마크의 교육을 한마디로 규정한다면 ‘다양성을 존중하는 교육’ 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말은 상대방을 존중한다는 말과 같은 뜻이다. 나이가 많다고 또는 지위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의 의견을 무시하는 경우는 상상할 수도 없다. 

이런 다양한 생각을 한 인격체가 만들어 내는 아주 중요한 아이디어라고 여기는 교육방식은 창의성으로 이어져 덴마크는 Lego라는 세계 최대의 장난감 회사를 만들어 내었으며, Panton Chair (덴마크 디자이너인 Verner Panton이 1960년대 만든 혁신적인 디자인의 의자) 로 대표되는 가구 디자인의 최강국이 되었다. 덴마크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소중한 것으로 여기지 않았다면 결코 만들어 질 수 없었던 걸작이다.
  

연간 수백만명이 방문하는 레고랜드에 있는 레고 블럭으로 만든 유럽의 고성


Panton 의자는 만들어 진 지 수십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혁신적인 디자인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덴마크는 1830년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의무교육을 실시하였는데, 현재 의무교육기간은 9년간으로 7세부터 15세까지이다. 굳이 우리나라로 따지자면 중학교까지다. 고등학교로의 진학은 개인의 선택이며 청년 인구의 약 8퍼센트 정도만이 대학으로 진학한다고 한다. 대학은 남들이 가니까 따라 들어가는 곳도 아니고 졸업장을 받기 위해 들어가는 것은 더더욱 아닌, 정말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들어간다.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면 인생의 패배자가 된 것같이 여기는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완전히 다르다. 물론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의 모든 수업료는 전액 무료다. 무료라고 하면 들어가서 등록을 할만도 한데 절대로 그렇지 않다.
 
덴마크 학교에서는 성적을 매기지 않는다고 한다. 너무 의심스러워 그것이 정말이냐고 덴마크 동료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국영수를 잘해야 대학에 들어가고 사교육에 의존하는 교육 현실과는 정반대라고 보면 된다. 

더 중요한 과목이라는 개념도 없다. 수학이 역사과목보다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고 영어가 미술과목보다 더 중요한 과목이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입시과외같은 개념은 아예 없다. 성적을 매긴다는 의미는 남과 경쟁해야한다는 의미인데 성적을 매기지 않다보니 시험이라는 것도 고등학교에 진학해서야 처음으로 본다는 말이 놀라웠다. 경쟁해서 남을 이긴다는 생각 이전에 남의 생각을 존중하는 것을 먼저 가르치는 것이 부러웠다.
 
덴마크인들이 생각하는 경쟁의 의미는 덴마크에서 덴마크인들과 경쟁하는 것이 아닌 세계인으로서 보다 경쟁력 있는 국가를 만드는 의미로서의 경쟁이라고 한다. 국내에서의 좁은 경쟁이 아닌 국외에서의 경쟁을 가르치는 것이다. 덴마크의 노벨상 수상자는 16명이나 된다. 

특히 과학 분야의 성과는 눈부실 정도여서 노벨물리학상, 화학상, 의학상을 휩쓸었다. 경쟁에서 이기고 1등이 되는 것을 강조하지만 과학 분야에서 단 한 개의 노벨상도 없는 우리나라와, 경쟁을 가르치지 않고 학교에서 1등이 최고라는 개념도 없는 덴마크 학교 교육이 과학 분야에서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전 세계 어린이의 마음에 동심을 불어 넣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내가 좋아하는 분야를 내 스스로의 독창적인 방법으로 생각하고 분석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덴마크 교육은 가르친다. 스스로 체험하는 교육을 중요시하여 교실에서 이론으로만 배우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몸소 체험하는 교육보다 더 나은 방법은 없다. 체험하면서 배운 교육은 무한한 상상력으로 이어져 안데르센 같은 불후의 동화작가를 탄생시켰다. 창의력은 경쟁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체험하고, 남의 생각을 편견 없이 들을 수 있을 때 나온다. 경쟁은 수많은 사람 중에서 가장 잘 하는 사람을 만들 수는 있으나 이 세상에서 나 하나 밖에 없는 창의력은 만들어 낼 수 없다.
 
덴마크의 교육이 만들어 내는 선진적인 토론 문화와 창의력은 전 세계 어린이들의 마음에 동심을 심어주는 사람, 인류를 위한 위대한 과학발전을 성취한 우수한 인재를 배출해 내었다. 한 줄로 세우는 문화가 없는 덴마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노벨상을 받을 만한 글로벌 인재를 계속 양산해내고 있다. 노벨상 팩토리가 되고 있는 셈이다.

다행히 우리나라 교육도 변화하고 있다. 한 줄로 세우지 않고 다양한 학생들의 잠재력과 창의력을 평가하여 선발하는 자기주도 학습전형과 수능일변도의 점수위주 입시관행에서 벗어난 선진국형 입시제도인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였다. 또한 입시교육에서 탈피하여 대학 졸업자보다 대우받는 기술명장을 배출하기 위한 마이스터고가 전국 스물 한 곳에 문을 열었다.


글을 쓰는 것을 좋아했던 안데르센은 정작 글을 잘 쓰지는 못했다고 한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안데르센과 글을 잘 쓰지 못하는 안데르센은 양립할 수 없는 역설처럼 들리지만 어찌 보면 교육의 목적은 좋아하지만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을 격려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지금은 못하지만 좋아하는 마음이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격려하는 교육의 효과를 덴마크는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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