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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교육부 이야기/부모의 지혜 나눔

유치원 아이들 고문시키는 재롱잔치?

대한민국 교육부 2011. 1. 11. 07:00


연말 연초 유치원은 재롱잔치 시즌입니다. 이때쯤이면 유치원 여기 저기마다 재롱잔치들 한다고 분주한 모습입니다. 재롱잔치는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무엇을 배우고 얼마나 잘 하는지 공연으로 준비해 부모님께 보여드리는 날인데요. 재롱잔치 진정한 의미에 맞게 유치원에서들 하고 있는건지 사전에 검색해 보았습니다. (재롱잔치라 검색하니 안나오더군요. 그래서 잔치를 검색해 보았습니다.)
 
'잔치란 기쁜일이 있을 때에 음식을 차려 놓고 여러 사람이 모여 즐기는 일'

그럼 재롱잔치는 아이들의 성장의 기쁨과 재롱을 여러 사람이 모여 즐기는 것이라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아이들도 즐기는 것임을 포함해서겠죠? 음식을 차려 놓고 즐기기 보다는 카메라를 들고 즐기시겠시겠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여러 재롱잔치들을 보면 아이들이 즐기며 한다기 보다 부모가 보기에 즐거운 것들이 많습니다. 오늘은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해 보겠습니다.
 

큰 규모의 재롱잔치 모습입니다.





 2~3시간씩 무대 뒷편에서 기다리는 아이들
 

대부분의 유치원에서는 큰 공연장을 빌려 재롱잔치를 합니다. 유치원 내에 아이들이 공연을 할 수 있는 무대라든지 넓은 공간이 없기 때문에 공연장을 빌릴 수 밖에 없습니다. 또 빌리면 요금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날을 빌리기 보다 하루 빌려 공연을 하게 됩니다. 여건이 좋은 공연장은 여러 유치원에서 몰려 빌리기도 힘들지요.
 
하루에 공연이 이루어지다 보니 유치원 모든 아이들이 공연에 참가해야 합니다. 유치원은 보통 적게는 2반에서 많게는 20반이 넘는 유치원도 있습니다. 규모가 큰 유치원이라면 아이들 인원이 많아 더욱 심각해 집니다. 

한 반에 한 번씩만 공연을 한다고 쳐도 자신의 공연이 돌아오기까지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공연 하나에 10분정도 소요 되고, 들어 오고 나오는 시간까지 20분정도 걸립니다. 그럼 다섯반만 있다고 쳐도 한 공연에 한시간 정도니 2~3개 공연을 한다고 치면 아이들이 기다리는 시간만 2~3시간쯤 됩니다. 

아이들은 공연을 위해 무대 뒷 편에서 기다리며 어떤 생각이 들까요? 고문이라는 것을 안다면 고문받고 있다 표현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진정으로 즐기는 마음이 들지 의문입니다. 




 선생님들의 부담은 백배, 스트레스가 아이들에게
 

큰 공연장에서 공연이 이루어지다 보니 선생님들 또한 많은 부담이 됩니다. 부모님들 앞에서 배운 것을 보여 드린다는 것 부터 약간의 부담이 있을텐데 공연장의 크기에서 부터 마음의 부담감이 커지게 됩니다. 실수하지 말고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말입니다.

또 어떤 곳은 실수 없이 하기 위해 준비한 것을 원장이나 원감에게 검사를 받기도 한답니다. 더 나은 공연을 위한 측면인 것이겠지만 검사를 받고, 수정하는 것을 반복하다 보면 그 일이 즐겁다기 보다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밖에 없습니다. 

차라리 유치원에 함께 근무하는 선생님들 함께 보여주고, 보완할 점을 의논한다면 더 나을텐데 말입니다. 학교에서 실기 시험치고 점수가 안되면 재시험을 거쳐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선생님들의 스트레스는 아이들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연습할 때 아이들이 장난을 치면 미워질 수 밖에 없습니다. 잘해서 좋은 성적(?)을 얻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교사가 즐거워야 아이도 즐겁게 되는데 반대로 되어버리는 겁니다.




 삐에로 옷 입고 춤추는 아이들
 

정말 재롱잔치라면 늘 배우던 것 중에서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보여 드리는 것인데 그런 것은 사실 화려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행사 업체에 위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이 수업 시간에 배우던 국악악기 연주와 노래 춤, 동극으로 재롱잔치를 하는 모습입니다.


아이와 선생님이 일년 동안 함께 배운 것이 아닌 업체에서 가르쳐 주는 율동과 노래, 악기연주 등 그 것을 보고 아이들과 함께 따라 연습하는 방식입니다. 율동과 노래가 화려합니다. 의상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화려한 의상을 입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점수를 얻게 됩니다.  

또 있습니다. 보통 재롱잔치를 시작할 때 인사말로 시작을 알리거나 사회를 보는 아이가 있는데요. 이것을 차지하기 위한 부모들의 경쟁이 치열하다는 겁니다. 남자아이, 여자아이 두 명이 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의 아이가 한다면 부모로써 정말 기분이 좋을만 합니다. 그런데 그 경쟁이 부모들끼리 치열하다는 겁니다. 

선생님의 재량으로 뽑는데, 보통 잘하는 아이가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의 아이가 뽑힐 가능성이 있겠다 싶으면 아이들 간식이라며 먹을 것이 많이 들어 보내주시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잘해주시면 받고 모르는척 할 수가 없어 시켜주는 경우가 생기게 되는 겁니다. 사심 있는 것이 뇌물, 촌지가 아닐런지요. 




 이렇게 바뀌면 좋지 않을까?
 

첫째, 화려하지는 않지만 아이들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하자

무엇보다 재롱잔치는 아이들이 즐거워야 합니다. 아이가 진정으로 행복한 것이 무엇일까 조금만 고민해보면 답은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던 것, 잘하는 것을 하면 좋겠습니다. 그럼 아이들 또한 자신 있게 할 수 있고, 즐겁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선생님들 또한 좋습니다. 굳이 스트레스 받아가며 연습할 필요도 없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기에 연습의 부담도 또 잘해야 한다는 부담도 줄어들게 됩니다. 조급한 마음 또한 줄어 아이들을 쪼으는 일이 적어지겠죠. 아이도 즐겁고, 선생도 즐겁게 준비할 수 있습니다. 모두에게 득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아이와 교사가 함께 공연을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삐에로 같은 의상 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머리에 쓸 반짝이 모자도 만들어 보고, 목에 달 리본도 만들어 보고, 동극에 필요한 소품도 직접 만든다면 아이들도 더욱 신이 나는 진정한 자신들의 공연이라 생각들지 않을까요? 

그런 과정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자신의 의견도 말해 보고, 잘하는 친구, 못하는 친구 없이 모두가 잘하기 위해 서로를 응원해 주고, 도와가며 진정한 교육이 이뤄지리라 생각도 들구요. 아이들이 즐거워 하면 부모님들 참여의식 또한 높아질테구요. 


둘째, 소박한 공연장에서 소박한 공연으로

사실 아이들이 매일 수업하는 교실이나 유치원에서 하면 가장 좋을 듯합니다. 익숙한 공간이면 더욱 능력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을 초대하는 잔치다 보니 유치원에서는 공간이 부족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소박한 공연장은 어떨까요? 

이름 있는 큰공연장에서 벗어나 부모와 가까운 곳에서 마주 보며 소통을 할 수 있는 곳, 아이들의 부담과 선생님들의 부담을 덜 수 있는 곳이면 정말 좋겠습니다. 이런 곳에서는 부모님들이 스텝이 되어 함께 해주시기도 합니다. 더욱 가족 같은 분위기가 될 듯합니다.
 

아이들이 수업하던 강당에서 이뤄지는 재롱잔치


 
셋째, 역할은 제비뽑기로 정하자
  
역할은 아이들에게 기회가 균등히 돌아갈 수 있도록 제비뽑기를 하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부모가 뇌물을 교사에게 받치는 일도 없을 것 같습니다.물론 아이의 의사도 중요합니다. 제비뽑기에 역할이 걸렸는데 진심으로 하기 싫다면 또 제비뽑기로 역할을 정하면 됩니다.  

못하는 아이에게 큰 역할이 걸려 걱정이라면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저는 동극 대사를 아이가 외울 수 있도록 모든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습니다. 

아이는 자신이 하는 일에 부모가 관심을 가져 주니 즐거운 마음으로 집에서 연습을 하였을 겁니다. 연습으로 인해 유치원에 오면 대사를 알고 있으니 더욱 자신감이 생겼을테구요. 이렇게 가정과 연계해 함께 해나갈 수 있습니다. 

재롱잔치를 하지 말자는 말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해봄으로써 용기과 도전의식을 갖게 하고 또 해냈을 때의 성취감을 생각한다면 많은 좋은 면들이 있습니다. 다만 정말 재롱잔치의 진정한 의미에게 벗어나 아이들을 고문 시키고 있지는 않나 생각해 볼 부분입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문제점을 인식하고 대안적 방법을 실천하는 유치원을 선호하기도 하십니다. 아이들이 행복하게 유치원 생활을 해 나갈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에서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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