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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교육부 이야기/부모의 지혜 나눔

게임에 중독된 엄마 VS 책에 중독된 엄마

대한민국 교육부 2011. 1. 26. 07:00


중독 [Addictions]
술, 담배, 아편 등 습관성 물질을 자주 즐김으로써 그것을 하지 않으면 정신적·신체적으로 정상적인 상태를 갖지 못하게 되는 것.
< 출처 :실험심리학용어사전 곽호완ㆍ박창호ㆍ이태연ㆍ김문수ㆍ진영선(2008) >
  
누구나, 무언가에 중독이 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 중독이 자신에게 치명적인 해가 되느냐 혹은 결정적인 성공 요인이 되느냐는 자신이 그 중독을 통제할 수 있는가와 중독된 그 무엇이 자신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발생할 수 있느냐에 있습니다. 더군다나 당신이 그 누군가의 엄마라면 중독성은 당신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자녀들에게까지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 입니다. 당신은 엄마입니까? 그리고 지금 무엇엔가에 중독되어 있습니까?
 
 
 

 # 게임에 중독된 엄마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35개월 된 아들을 숨지게 한 20대 엄마가 인터넷 게임에 빠져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충남 천안서북 경찰서는 "엄마 김모(27)씨가 하루 10시간 이상씩 게임을 하며 집안일과 아이들을 전혀 돌보지 않았다"는 가족들의 진술을 토대로 게임 중독과 사건의 연관성을 파악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사건 당일 고스톱과 사냥 게임 등에 2~3시간 몰입하다 잠시 쉬던 중 범행을 저질렀으며 아들의 시신을 사흘동안이나 방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조사에서 김 씨는 "평소에도 아이가 미웠는데 오줌까지 싸니까 순간적으로 너무 화가 났다"고 진술하였고 결국 지난 18일 오후 자신의 집에서 아들 김 모(3)군이 방바닥에 오줌을 싼다는 이유로 수차례 폭행한 뒤 목 졸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0. 12. 22. 노컷뉴스
 
 
놀라운 뉴스입니다만 저는 많이 놀라지 않았습니다. 이 뉴스보다 더 놀라운건 이 뉴스를 읽기 네 달전, 그러니까 9월 즈음 어느 학생으로부터 들은 실제 이야기에서 이미 위와 같은 사건을 예견할 수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게임에 중독된 학생들을 어떻게 선도, 치료(?)할까를 고심하던 제게 어느날 한 학생의 상담내용은 "엄마가 PC방에서 자고 집에 안들어와요"였습니다. 늘 지각하고 밥을 굶고 다니고, 품새 꾀죄죄해서 게을러만 보이던 그 학생의 고민은 친구도, 성적도 아닌 '게임에 중독된 엄마'였던 것이지요. 

PC방에서 게임하느라 매일밤 늦게 들어오거나 다음날 새벽에서야 들어오는 엄마는 애들 아침밥이며 학교 보낼 준비에는 관심 없고 그저 피곤한 몸 얼른 자고, 또 게임하러 가는 것이 급합니다.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인 그 학생은 동생들 둘까지 책임져야 했으니 외모도, 성적도, 친구관계도 온전할리가 있었겠습니까. 밤에는 게임, 낮에는 잠만 자는 엄마에게 셋이나 되는 아이들은 피곤을 가중시키는 대상일 뿐이고 그러다 보면 엄마는 위 기사와 같은 일을 저지르게 되는 일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인지도......
 
무서운 사실 하나는 '딸들은 자라서 엄마가 된다.'는 것입니다. 위 엄마와 똑같은 엄마가 또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 책에 중독된 엄마
 
 
민서엄마 문현이 씨는 책을 참 좋아합니다. 어릴적 도서관에 가서 컬러로 색칠되어 있는 책을 보고 도서관이라는 곳에 반해 버렸다고 하네요. 남편도 공부하는(!) 모습이 멋진 사람으로 골랐습니다. 

문현이 씨는 책을 읽기 위해서근무지가 학교인 내가 학교와 집을 왔다갔다하는 것보다 더 많이 도서관으로 출퇴근을 합니다. 애들이 학교간 사이에는 혼자서, 아니면 아직 학교에 다니지 않는 막내랑 둘이서, 혹은 주말에 아빠를 포함한 가족 모두를 도서관으로 안내합니다. 거기서 놀고, 영화보고, 밥먹고 책을 읽지요. 혹은 읽게 하지요. 

그녀에게 나는 감히 '책중독'이라는 말을 붙여 줍니다. '중독'이라는 표현을 써서 어감이 좋지는 않지만 이 '책중독'은  민서엄마에게 사교육의 광풍이 몰아닥치는 교육현실에서 자녀들 사교육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기본틀을 만들어주었고 또 주변 엄마들의 걱정어린 교육적 충고(?)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바람막이가 되어 주고 있습니다. 학교선생님들에게 칭찬이 자자한 민서. 그 민서를 만든 민서엄마. 그러한 민서엄마를 만든 민서엄마의 책중독.

민서엄마 문현이 씨


 
민서 엄마에게서 아주 재미있는 에피소드 하나를 들었습니다.
   
"형아, 나도 6학년때 털이 날까?"
허걱. 털이라니. 너무 외설스럽나요? 이건 민서 동생 연서의 말입니다. 가족이 늘 함께 체험하고 또 모든 일에 함께 한다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하고 행복한 일이라고 말하는 민서 엄마는 큰아들 민서가 고추에 털이 나기를(^^)  손꼽아 기다렸다고 하네요. 

사춘기에 접어들 무렵인 민서에게 항상 "아들아, 털났니?" 혹은 "간밤에 몽정은 했니?"라고 물어 본답니다. 부끄러워하며 어찌 그런걸 물어보냐는 제 질문에 평소 가족들끼리 자연스럽게 성에 대해 묻고 답하기에 이렇게 묻고 대답하는 것은 그냥 '안녕?'하고 인사하는 것과 별 다를바 없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성교육의 달인이기도 한 민서엄마 ㅠㅠ 
   
곧 어른이 될 민서의 성장이 너무나 기특해서 그리고 축하해 주고 싶어서, 가족 모두 함께 민서의 경사스러운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어느날, 드디어 그날(!)이 왔습니다. 온 가족은 민서 주변에 빙 둘러서서 자랑스러운 그것을 구경했다고 하네요. 그때 남동생 연서는 "형아 축하해. 그럼 나도 형아처럼 6학년때쯤에 털이 나겠구나~?"라고 말하며 또하나의 자연스러운 성경험(?)을 하였고, 여동생 윤서 역시 "오빠, 털났구나. 축하해^^"라고 말하며 이성과 동성의 차이점과 비슷한점을 알게 되었다고. 어찌됐든 이날 민서네 온 가족은 조촐한 파티를 열어 성대히 축하해 주었다고 합니다.
 


 사교육 없이 잘 크는 현이씨네 아이들
 

민서네는 사교육에 돈 들이지 않고 도서관을 안방 드나들듯 다니며 자녀들을 학교에서 인정받는 학생으로 키웠다고 합니다.


사교육 없어요.
주말엔 소소하게, 멋지게, 화려하게 가족들만의 즐거운 시간을 가져요.
형제들끼리 함께 공부하고 함께 놀아요.
내 수준에 맞게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할 수 있어요.



 


 남들에게 공개하기 아까운 비결 몇가지
 

1. 민서의 하루 일과
일어나자마자 엄마아빠 뽀뽀 작렬. "잘잤니? 사랑하는 우리 아들~" (아무리 바빠도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아들에게 뽀뽀할 시간은 있다. ) 이후 대화대화대화(밥먹으면서, 차타고 학교가면서 평소 하고 싶었던 말들을 이야기 나눈다. "책 갖고 다니면서 틈틈이 읽어라, 학고 싶은 공부 하나 정해서 꾸준히 하라, 사춘기라고 해서 반항만 하는 것은 아니다....등등)
학교다녀오면 또 뽀뽀 작렬. "잘 다녀왔니? 오늘 학교에서 무슨일 있었니? " 이후 간식 챙겨주면서 숙제 등 자기가 해야 할 일을 계획표대로 스스로 할 수 있게 유도하기.
 
2. 부모의 교육철학
놀일 있으면 놀고 체험할 거 있으면 체험하자. (그러나 사실 도서관이 놀기 제일 곳은 곳이다. 책 공짜로 주지, 영화도 보여주지, 여러가지 체험도 할 수 있지. 주로 도서관에서 논다.)
 
3. 경제력
맞벌이도 아니고 소방감리사인 아빠의 월급은 뻔하다. 책을 많이 사주고 싶지만 설사 돈이 많아 책을 사준다 하더라도 도서관을 더 많이 이용했을테니 뭐.
 
4. 학교교육에 바라는 점
TV, 인터넷 등 각종 매체들이 오히려 학교불신을 조장한다고 생각한다. 자고 있는 애들을 보여준다거나 공교육 무너지고 사교육 불티나고..이런 뉴스들이 더욱 사교육을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올해 우리 학교에서 실시한 인성교육 프로그램 참 좋았다. 이런 프로그램들이 한해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교육 안에 자리를 잡아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등교하는 학생들을 따뜻하게 안아 줄 수 있는 학교, 꿈을 꿀 수 있는 학교가 되었으면 좋겠다.
 
5. 민서 가족만의 특별한 점
- 자주 안아주고 뽀뽀해 주기
- 일요일마다 뭉치기
- 가족회의 1주일에 한번하기(효과가 매우 좋다. 적극 권장)
- 가족끼리 비밀 없기
 
 


 꾸중하지 말고, 겁내지 말고 키우라
 
 
"요새 엄마들 애 키우기가 옛날보다 더 어렵구나. 오롯이 그 애만 쳐다보며 올인하니까 말이다. 옛날에는 낳기만 하면 온 가족들이 함께 키우고 동네 사람들도 같이 키워주고 그랬니라. 시대가 그런거지 너만 그런게 아니구나. 꾸중하지 말고, 겁내하지 말고 그저 느슨하게 키워라. 네가 하고 있는 방법이 제일 좋은 방법이니라."  
- 민서 할머니 말씀 -
 
공자님, 부처님 말씀보다 더 현명한 말씀으로 다가오는 민서 할머니 말씀이 책 한권을 읽어낸 뿌듯함으로 다가옵니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여. 부디 책에 다시한번 중독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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