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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큰 세계 - 나노 본문

~2016년 교육부 이야기/신기한 과학세계

작지만 큰 세계 - 나노

대한민국 교육부 2008. 12. 26. 18:18

 

작지만 큰 세계- 나노


정저지와(井底之蛙)

‘우물 안 개구리’를 나타내는 한자성어로, ‘우물 바깥’의 넓은 세상을 모르고 좁디좁은 ‘우물 안’ 식견에 갇혀 사는 어리석음을 지적할 때 쓰는 표현이죠. 과학기술이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더욱더 넓어지는 세상 앞에서 점점 더 자그마한 ‘개구리’가 되는 느낌을 받는 우리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세상이 좁아져도 ‘개구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바로 요즘 첨단 과학기술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나노’라는 녀석 때문입니다.

 

나노. 10-9m 단위를 나타내는 접두어이자, 요즘 ‘탄소나노튜브’다 ‘은나노 세탁기’다 해서 많이 들어보긴 했는데, 도대체 이 녀석의 뭐가 특별하다는 걸까요? 요즘 국제 환율이 치솟음에 따라 ‘금값’도 그야말로 ‘금값’이 되고 있으니, ‘금’을 한번 예로 들어봅시다.

 

< ‘살색’이 ‘살색’이 아니듯, ‘금색’도 ‘금색’이 아니었네…… >

우선 색깔을 살펴볼까요? 번쩍번쩍 빛이 나는 그야말로 ‘금색’이라고 답한다면 당신은 순환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무리 ‘은색’, ‘구리색’ 등의 표현도 널리 쓰고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 본 적이 없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도통 무슨 색인지 알 수가 없는 표현이니까요. 더구나 요즘 인종차별 및 인권 침해적 요소가 있다하여 황인종의 살갗 색을 기준으로 한 ‘살색’이라는 표현을 ‘살구색’으로 바꿔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아실 것입니다. 인종마다 살갗색이 천차만별인데, ‘살색’이라는 표현으로 유일무이한 특정 색깔을 나타낸다는 것은 어불성설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아! 그렇다면, ‘노란색’ 아니냐고요? 10점 만점에 5점~♬. 거시세계에서는 그야말로 ‘황금색’, 즉, 노란색이지만, 놀랍게도 금을 20nm 이하 크기의 입자로 만들면 빨간 색도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은의 경우 오히려 노란색이 될 수 있다고 하니 놀랍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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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가지 나노결정. 나노결정은 그 크기와 모양에 따라 색깔이 달라 보일 수 있다.


나노의 세계에서 달라지는 것은 색깔뿐만이 아닙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거시 현상계에서 금은 은과 구리 다음으로 전류가 잘 흐르는 금속, 즉 전도체이지만 나노 세계에서는 반도체가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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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크로 프로세서. 금은 거시현상계에서는 도체이지만 나노세계에서는 반도체일 수도 있다. 


또 금반지를 자석에 가져가 봅시다. 붙나요? 안 붙을 겁니다.(붙는다면 금은방 주인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나노 입자의 금은 자성을 띱니다. 그렇다면, 금광에서 흘러나오는 개천 물에 나노 크기의 금이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이 경우 산화가 문제가 될 것입니다. 소위 ‘녹’이 슨다고 하지요? 거시세계에서의 금은 다른 금속과는 달리 공기와의 반응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녹이 슬지 않아 그야말로 ‘귀금속’으로 분류되겠지만, 나노 세계에서만큼은 ‘녹’이 스는 ‘비(碑)금속’이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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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금각사. 거시계의 금은 녹이 슬지 않기 때문에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그 화려한 빛을 간직할 수 있다. 하지만 나노세계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처럼 나노 크기의 입자는 거시세계에서와는 다른 특징을 가지기 때문에 여러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앞서서도 말했지만, ‘나노’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탄소 나노 튜브’. 도대체 뭘까요? 탄소 나노 튜브란 말 그대로 탄소 원자를 가지고 만든 튜브입니다. 일반적인 철심보다 두께는 나노급으로 훨씬 가늘어지더라도 그 강도는 훨씬 높아질 뿐만 아니라, 튜브를 감는 각도, 즉 탄소 원자끼리의 결합각에 따라 전기적으로 다른 특성을 나타내는 것을 이용하면 반도체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전자제품의 초소형화를 가능하게 할 기술로서 주목받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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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노 튜브의 대표적인 두 가지 형상. 왼쪽이 Armchair형, 오른쪽이 Chiral형이다.



< 나노 기술 - 생활 속에서 찾아볼까? >

보다 친근한 응용 제품은 없냐고요? ‘탄소나노튜브’ 못지않게 많이 들어본 ‘은나노’. 은 자체가 살균효과를 띠고 있는데 이것을 나노 크기 입자로 만들면 표면적 증가로 인하여 그 효과가 증대되기 때문에, 몇 년 전에는 이것을 이용하여 세탁기도 출시되었습니다. 물론 그 함량이 매우 미소하여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만, 은 자체가 살균효과를 띠는 것과 나노 기술을 통해 이를 극대화 시키려 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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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가정용 세탁기 내부. 여기에 살균효과가 있는 은을 나노 단위로 코팅한 제품이 출시되기도 했다.


금, 은, 탄소까지 나왔는데 또 뭐 없을까요? ‘나노’가 난쟁이라는 뜻이니, ‘거인’이라는 뜻의 ‘티탄’, 산화티타늄에 대해 살펴봅시다. TiO2라는 화학식을 갖는 이 물질은, ‘광촉매’의 대표적 물질이자 ‘초친수성 물질’이죠. ‘광촉매’란, 문자 그대로 ‘자외선과 같은 빛 에너지에 의해 반응이 활성화되는 물질’로, ‘산화티타늄’이 자외선을 받을 경우 활성화 되어 물이나 유기물을 분해시켜 활성 산소를 발생시키고 살균 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에 벽지 등에 나노 크기로 도포하여 ‘새 집 증후군’을 방지하기 위한 용도로 쓰이고 있습니다. 또한 산화티타늄은, 표면이 젖어도 물방울을 만들지 않고 엷은 막을 만들어 내는 성질, 바로 ‘초친수성’을 띠고 있기 때문에, 유리나 타일 등에도 나노 크기로 도포하여 셀프 클리닝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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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외벽에 셀프 클리닝 효과가 있는 광촉매 나노 입자를 코팅한다면 청소비 절감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한가지 더 말하자면, 여름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 선블록 화장품에도 이 산화티타늄이 들어가는 것을 아시나요? 선블록의 원리는 간단합니다. 산화티타늄이나 산화아연과 같은 입자들을 얼굴에 도포하여 피부층에 자외선이 도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죠. 따라서 이와 같은 화장품 입자의 크기를 나노 단위로 미세화시켜 피부 표면에 고르게 도포되고 깊숙이 침투시켜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 작다고 얕봤다가는 큰 코 다치겠네 - 나노의 위험성>

이처럼 첨단 과학 기술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 속 곳곳에 활용되고 있는 나노 기술이지만, 여느 것처럼 ‘양날의 칼’임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나노 입자의 경우, 그 크기가 미세하기 때문에 다른 거대 입자와는 달리 제어 자체가 어렵고, 특히 인체에 침투했을 경우 어떤 반응을 나타낼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 최근 탄소나노튜브가 석면과 동일한 수준의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하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하였는데, 탄소나노튜브에 노출된 지 30~40년 후에 중피종(폐의 중피에 발생하는 암)이 발병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나노의 잠재적 위험성 문제를 인식하고, 미국, 유럽, 일본의 재료 과학자와 독성학자들이 나노물질의 환경, 보건, 안전성 문제 등을 검사할 수 있는 표준 프로토콜을 제정하기 위하여, 국제 나노EHS(Environment, Health and Safety의 약자; 환경, 보건, 안전) 연합(International Alliance for NanoEHS Harmonization (IANH))을 결성하기도 하였습니다.

 

< 양날의 칼- 여느 과학 기술과 같이 조심성 기울여야 >

사실 아직은 나노 기술로 인한 직접적 피해나 위험성에 대한 확실한 연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라, 나노 기술이 가져다주는 편리한 생활과 황금빛 미래 모습이 더 매혹적이긴 합니다. 여느 과학 기술처럼 그 위험성은 그것을 다루는 우리의 지식수준과 윤리적 잣대에 의해 발현된다는 점을 명심한다면, 나노 기술과 함께 하는 지금의 장밋빛 사회는 지속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지향(교육과학기술부 블로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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