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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의 비밀 - 귀가 열리는 자리, 스위트 스팟 본문

~2016년 교육부 이야기/신기한 과학세계

공연장의 비밀 - 귀가 열리는 자리, 스위트 스팟

대한민국 교육부 2008. 9. 30. 00:26

스위트 스팟(Sweet Spot)은 스포츠 분야에서 나온 용어로 야구 배트나 테니스 라켓 등이 공을 맞힐 때 특별한 힘을 가하지 않고도 가장 멀리 가장 빠르게 날아가게 만드는 부분, 즉 공을 맞히는 최적지점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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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근 들어 마케팅에서는 소비자가 기업에 대한 친밀감이 극대화되는 순간인 소비자 심리 타점을 일컫기도 하고 건축에서는 콘서트홀과 같은 곳에서 가장 소리가 잘 들리는 자리를 말하기도 한다. 

이처럼 스포츠, 마케팅, 건축에서 다양하게 쓰이는 스위트 스팟은 단순히 적절한 위치라는 의미만을 나타내지는 않는다. 이번 북경 올림픽에서 이승엽 선수가 친 홈런들을 생각해 보라! 체구가 큰 서양의 야구선수들과 달리 이승엽 선수는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스윙으로 손쉽게 홈런을 만들어내어 우리 한국 팀에게 승리를 안겨 주었다. 바로 이승엽 선수의 배트가 투수가 던지는 공을 작용과 반작용이 가장 잘 일어날 수 있는 위치에 맞게끔 궤적을 그리며 회전하기 때문이다. 

건축음향설계에서도 이승엽 선수의 배트에 맞는 공처럼 소리가 가장 잘 반사되는 위치들이 있다. 음향설계에 있어서 어쩌면 가장 이상적인 것은 음원에서 전해지는 직접음을 듣는 것일 수 있지만 실내공간이 되면 이는 도저히 바랄 수 없는 이상이다. 과거 그리스의 극장들이 다 외부라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기둥 하나만 세워도 벌써 멋진 가수의 목소리를 감아 왜곡을 시키는데 벽이랑 천장까지 생기면 진정한 라이브의 묘미는 물 건너갔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건축음향설계를 할 때 벽이나 천장에 반사음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객석 전체에 충분한 음압을 고르게 분포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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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은 건축음향설계의 하나의 예로서 음원에서 나가는 직접음과 반사음이 골고루 객석에 전달되는 음선을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정도로 건축음향설계가 끝났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만일 직접음과 반사음이 객석에 도착하는 시간이 다르다면 이것도 아주 곤란한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바로 소리의 간섭효과로 소리가 불분명하게 들리는 것이다. 또한 이들 음이 적정한 잔향시간을 확보하지 못해도 똑같은 문제가 생겨나게 된다. 이를 해결하는 곳은 객석의 측벽이다. 

객석의 측벽은 음의 반사효과뿐만 아니라 음을 풍부하게 하는 확산효과와 적정실내잔향을 유지하기 위한 흡음성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그래서 콘서트홀의 경우 무대 쪽 전면의 경사진 측벽은 천장처럼 완벽한 반사재를 선택한다. 중간과 후면의 측벽에는 보통 사각뿔 형태의 구조물을 벽체의 중간높이를 중심으로 적절하게 설치하여 음을 확산시킨다. 콘서트홀의 맨 뒤쪽 벽은 유해한 에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 넓은 주파수에 걸쳐 흡음성을 가지도록 처리한다. 이것으로 최적의 소리를 만들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콘서트홀은 필연적으로 관객이 앉을 수 있는 의자들이 있기 마련이다. 극장이나 음악당을 가면 우리는 푹신한 천으로 된 의자에 앉게 된다. 모르는 사람들은 관객들이 편하게 앉아 감상할 수 있게 쿠션을 넣어 만들었다고 착각할 수 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것은 사람이 없을 때 의자의 바닥이 올라져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들려져 있는 의자의 바닥은 흡음을 위해 타공이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의자를 천과 쿠션으로 만든 것도 같은 이유이다. 만일 이 의자들이 소리를 반사하게 되면 멋진 소리를 귀에 닿기 위해 공들인 천장과 벽이 아무 소용없게 되기 때문이다.이처럼 천장과 벽 그리고 의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조화로운 역할을 조금만이라도 못한다면 그 공연장은 연극, 뮤지컬, 연주회 등에서 나오는 진정한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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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는 한스 샤로운(hans scharoun)이 설계한 베를린 필하모니 음악당이다. 자유로운 지붕의 형태는 음악당에서 작용하는 소리의 궤적을 따라 모든 객석이최적의 스위트 스팟이 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다.이승엽 선수는 멋진 홈런 한 방을 만들 수 있는 스위트 스팟을 찾기 위해 하루에 천 번의 스윙을 연습한다고 했다.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최적의 음향을 위해 무수히 많은 경우의 수를 생각해야 하는 건축가의 일 또한 그에 못지않을 것이다.

 

글 : 이재인 박사(어린이건축교실 운영위원)
출처 : 과학향기(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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