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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 발톱도 다 먹는다? '가을 식욕' 본문

~2016년 교육부 이야기/신기한 과학세계

손톱 발톱도 다 먹는다? '가을 식욕'

대한민국 교육부 2009. 9. 8. 10:07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둘러싸인 집에서 잠을 자고, 공장에서 조리된 가공식품으로 식사를 하며, 석유에서 추출한 합성섬유로 된 옷을 걸치고, 배기가스를 뿜어내는 자동차를 타고 집을 나선다. 창문 가득 쏟아지는 아침 햇살이 아니라 시끄럽게 울리는 자명종 소리에 잠에서 깨며, 해가 진 뒤에도 여전히 대낮처럼 밝은 인공조명 아래서 밤을 낮처럼 즐긴다.
글 | 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무더위에 선잠… 생체시스템 무너진 탓

이처럼 대부분의 현대인은 자연과 동떨어져 인공물에 의존하는 생활을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인간의 몸은 아직도 자연의 변화를 따라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옛말에 “봄볕은 며느리를 쬐이고, 가을볕은 딸을 쬐인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봄볕에는 피부가 타고 거칠어지기 쉬우니 며느리를 내보내 일을 시키고, 가을볕은 상대적으로 피부에 덜 해로우니 딸을 내보낸다는 뜻으로 며느리보다 딸을 더 아낀다는 뜻이 담긴 속담이다. 실제로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평균 기온은 봄에 비해 가을이 1~2℃ 정도 높은 편이지만, 자외선의 농도는 봄이 가을에 비해 20% 가량 더 높게 나타남을 알 수 있다.

또한 물리적인 자외선 조사량의 차이뿐 아니라, 계절에 따라 피부의 상태가 다른 것도 변수가 된다. 

가을은 1년 중 최고로 자외선이 강한 여름 뒤에 오는 계절이다. 따라서 피부에는 이미 자외선을 막기 위한 멜라닌 색소가 많이 퍼져 있기 마련이므로, 상대적으로 자외선에 더 잘 견딜 수 있다. 그러나 봄은 자외선이 적은 겨울에 이은 계절이므로, 피부에는 자외선을 막아줄 멜라닌 색소가 줄어들어 있을 뿐 아니라, 겨우내 찬 기온과 건조한 바람에 시달린 피부는 약해질 대로 약해져 있는 터라 봄볕에 쉽게 손상을 받기 마련이다. “봄볕에는 보던 임도 몰라본다.”는 말 역시, 봄볕 속의 자외선이 강함을 이르는 말이다.




햇빛이 점차 강해지는 봄을 지나 여름이 되면,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다. 쨍쨍 내리쬐는 햇빛은 사람을 오뉴월 엿가락 늘어지듯 축 처지게 만들고 삼복에는 입술에 묻는 밥알도 무겁다고 할 정도로 더위에 지치게 한다. 대지마저 녹여버릴 듯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에는 시원하게 내리는 소낙비가 그립다. 오죽하면 ‘여름비는 잠비’라는 말이 있을까.

이는 여름에 비가 내리면 기온이 떨어져 잠이 솔솔 온다는 의미이다. 더위에 지치면 몸이 늘어짐에도 불구하고 정작 단잠은 들지 못하고 뒤척이기 일쑤이다. 그것은 우리의 생체 시스템 탓이다. 사람이 잠이 들기 위해서는 한낮에 비해 0.5~1℃ 정도 체온이 낮아져야 한다. 날씨가 더워지면 체온을 낮추기 힘들기 때문에 열을 식히지 못한 몸은 쉽게 잠들지 못하고, 선잠을 자기 마련인 것이다. 이런 때 소나기가 내려 달아오른 대지를 식혀주면 더위에 달떴던 사람들도 쉽게 잠을 이룰 수 있기에 여름비는 숙면의 조력자로 불리는 것이다.



‘가을 식욕’도 추위 대비한 자연스런 반응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더위도 처서만 지나면 언제 그랬냐 싶듯 선선해지기 시작한다. 시원한 가을 바람과 함께 늘어나는 것은 식욕이다.

가을이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라는 말에서 나타난 말(馬)은 모든 동물들을 대표한다. 실제로 가을이 되면 어찌나 식욕이 돋는지 ‘가을에는 손톱발톱도 다 먹는다’고 할정도이다. 가을에 유독 식욕이 늘어나는 것은, 무더위로 인해 잃었던 입맛이 돌아오고 수확과 결실의 계절인 가을에는 먹을 것이 풍부한 것도 이유가 되지만, 더 큰 이유는 다가올 추운 겨울을 대비하기 위한 신체의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해석할 수 있다. 모든 것이 얼어붙는 겨울은 먹을 것이 부족하다. 따라서 겨울을 넘기기 위해서는 잘 먹어 에너지원을 미리 저장해둘 필요가 있다.

특히나 다람쥐나 곰처럼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의 경우, 가을이면 엄청난 식탐을 보이며 몸무게를 봄철에 비해 2~3배까지 불려놓곤 한다. 그래야 겨우내 먹지 않고도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 역시 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가을이면 식욕이 돋고 피하지방이 늘어난다. 저장된 지방은 에너지원으로 쓰일 뿐 아니라, 추위를 견디는 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지방은 매우 뛰어난 단열재이다. 빙하에 몸을 맞대고 사는 바다코끼리가 얼어 죽지 않는 것은 온몸을 두꺼운 피하지방으로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 역시 가을이 되면 추위를 대비하기 위해 여름에 비해 식욕도 늘고 지방이 쉽게 저장된다. 따라서 가을에는 조금만 방심하면 금새 몸무게가 늘기 마련인데, 같은 이유로 인해 가을에는 체중 감량이 더욱 힘들다.



일조량 줄면 신경전달물질 ‘세로토닌’도 줄어

이제 겨울이 다가온다. 겨울밤은 길고도 길다. 오죽하면 황진이가 그리운 님을 만날 때 쓰려고 ‘동짓날 기나긴 밤을 한 허리 베어내어’ 두고 싶어 했을까. 이처럼 밤이 길어지는 겨울이 되면, 자연스레 햇빛 구경을 못하는 날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이탈리아 속담에 ‘태양이 비치지 않는 곳에는 의사가 들어 온다’는 말이 있듯, 햇빛을 제대로 보지 못하면 건강이 나빠지기 마련이다. 햇빛을 오랫동안 보지 못하면 뼈에 이상이 온다. 뼈를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비타민 D는 햇빛을 받지 못하면 체내에서 합성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햇빛 부족은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우울증 환자들의 경우, 뇌에서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한 것이 이유로 지적되는데, 이 세로토닌의 분비량은 일조량에 영향을 받는다. 일조량이 적어지면 세로토닌의 분비도 적어지므로, 사람들은 쉽게 우울해지게 된다. 특히 겨울이 되면 일조량이 급격히 적어지는 노르웨이나 핀란드 등 북유럽의 경우(이 지역의 1월 평균 일조시간은 1~4시간에 불과하다), 겨울에는 타 계절에 비해 자살율이 높아지는데, 이는 햇빛 부족으로 인한 우울증이 가져온 극단적인 결과이다.

이처럼 계절의 변화는 인간의 신체에도 변화를 일으킨다. 이는 오랜 시간 동안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결과, 자연의 변화에 인간의 신체가 적응하여 진화해 왔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에 계절 변화에 따른 신체적 이상에 더욱 취약한 것은, 우리의 몸과 자연이 맺어왔던 섭리를 무시했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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