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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치 가득 ‘2009 이그노벨상’ 10개 부문 선정

대한민국 교육부 2009. 10. 6. 09:38

▲ 브래지어 방독면을 착용한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볼프강 케테를레 교수

세계적으로 유명한 과학자와 학자, 소설가가 여성용 브래지어를 얼굴에 뒤집어쓴 채 사람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 중에는 2001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볼프강 케테를레(Wolfgang Ketterle) 교수도 포함되어 있다. 

지난 10월 1일 하버드 대학교 샌더스 극장(Sanders Theatre)에서 열린 제19회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 시상식의 한 장면이다. 이들은 공중보건 분야로 상을 받은 엘레나 보드나(Elena Bodnar) 교수의 ‘방독면 브래지어’ 시연을 돕기 위해 무대에 올랐다. 

이그노벨상은 상식을 뒤엎는 기발한 연구나 업적을 선정해서 ‘엽기 노벨상’으로도 불린다.  1991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수상되었으며, 진짜 노벨상 선정에 앞서 발표되기 때문에 언론의 주목을 받는다. 하버드 대학교 과학유머잡지 ‘AIR(Annals of Improbable Research)’가 10개 부문에 걸쳐 수상자를 선정하는데, 연구 내용만큼이나 기이한 수상자들의 퍼포먼스로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2007년 시상식에서는 “칼을 삼키는 사람들이 인후염에 시달릴 가능성이 많다”고 발표해서 의학상을 수상한 댄 메이어(Dan Meyer)가 직접 칼 삼키기 묘기를 보여 참가자들을 놀라게 했다.



크루그먼 얼굴을 민망함으로 붉힌 방독면 브래지어 

올해의 ‘2009 이그노벨상’ 시상식은 예년과 달리, 기발한 아이디어에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의 얼굴이 민망함으로 붉게 물들었다. 공중보건상을 받은 보드나 박사가 양손에 브래지어를 들고 나타나 노벨상 수상자 볼프강 케테를레 교수, 소설가 오르한 파묵(Orhan Pamuk),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Paul Krugman) 등 저명인사들의 얼굴에 일일이 씌워주었기 때문이다.

 

▲ 왼쪽부터 노벨상 수상자 볼프강 케테를레 교수, 이그노벨상 수상자 엘레나 보드나 박사, 소설가 오르한 파묵,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



우크라이나 출신 과학자 엘레나 보드나 박사는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건 당시에 마스크가 부족해 방사성 요오드에 노출된 사람들 때문에 ‘방독면 브래지어’를 발명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대부분의 여성들이 브래지어를 착용하기 때문에 위험 물질로부터 언제든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각 분야 수상작들의 연구 아이디어가 기발하다. 영국 뉴캐슬 대학교의 캐서린 더글러스(Ctherine douglas)와 피터 롤린슨(Peter Rowlinson)은 "이름을 붙여준 젖소가 우유를 더 많이 생산한다"는 연구 결과로 올해의 수의학상을 받았다. 

 

▲ 시상식에서 칼 삼키기 묘기를 선보이는 의학상 수상자 댄 메이어


이그노벨 평화상은 “빈 맥주병과 가득 찬 맥주병 어느 쪽이 두개골 골절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직접 실험을 감행한 스위스 베른 대학교의 슈테판 볼리거(Stephan Bolliger), 슈테픈 로스(Steffen Ross), 라스 외스터헬벡(Lars Oesterhelweg), 미하엘 탈리(Michael Thali), 베아트 크노이뷜(Beat Kneubuehl) 팀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법의학 저널(Journal of Forensic and Legal Medicine)에 해당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앞으로 술을 마시다 싸움이 벌어졌을 때 빈 병으로 머리를 내리친 사람은 가중처벌될 지도 모를 일이다.



관절염 실험 위해 60년간 손가락 꺽어

경제학상은 “소규모 은행이 얼마나 빨리 커졌다 작아질 수 있는지를 국가 경제 차원에서 보여준” 아이슬란드의 4개 은행장과 간부들이 수상했다. 금융허브로 떠올랐던 아이슬란드는 거품 붕괴로 인해 작년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바 있다. 창피함을 일깨우기 위한 선정이다. 

화학상은 “데킬라를 전구체(precursor)로 이용한 다이아몬드 필름 제조법”을 발표한 멕시코 국립자치대학의 하비에르 모랄레스(Javier Morales), 미겔 아파티가(Miguel Apatiga), 빅토르 카스타뇨(Victor Castaño) 팀이 수상했다. 혹여나 데킬라 품절 현상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

▲ 이그노벨상의 기발함을 나타내는 로고

의학상은 “손가락 관절을 꺾으면 관절염이 심해진다”는 결과를 얻어낸 미국 캘리포니아의 도널드 엉거(Donald Unger)에게 돌아갔다. 엉거는 비교 실험을 위해 오른손은 내버려 둔 채 자신의 왼손가락 관절만을 60년 동안 매일같이 소리내어 꺾어서 정확성을 기했다. 

또한 물리학상은 미국 신시내티 대학교의 캐서린 휘트컴(Katherine Whitcome), 하버드 대학교의 대니얼 리버만(Daniel Lieberman), 텍사스 대학교의 리자 샤피로(Liza Shapiro) 팀이 공동 수상했다. 이들은 “임산부들은 왜 걷다가 넘어지는 일이 적은가”를 수학적으로 밝혀 눈길을 끌었다.



팬더의 응가가 음식물 쓰레기 천적

문학상은 더욱 황당하다. 폴란드 말로 ‘운전면허증’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프라보 야즈디(Prawo Jazdy) 씨에게 교통법규 위반으로 50장이 넘는 딱지를 발부한 아일랜드 경찰국에게 영예가 돌아갔다. 이그노벨 수학상은 기든 고노(Gideon Gono) 짐바브웨 준비은행장에게 수여되었는데, 화폐개혁을 통해 100조 달러짜리 지폐를 1센트의 가치로 만듦으로써 큰 숫자에 대한 국민들의 두려움을 극복시킨 덕분이라나.

마지막으로 생물학상은 일본 사가미하라 의과대학원의 후미아키 다구치(Fumiaki Taguchi), 송 구오푸(Song Guofu), 장 광레이(Zhang Guanglei) 팀이 수상했다. 이들은 “자이언트 판다의 대변에서 추출한 박테리아를 이용해 음식물 쓰레기의 양을 90% 이상 줄일 수 있다”는 발표로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이그노벨상은 기존과는 전혀 다른 시각에서 사물을 바라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비록 이그노벨(Ig Nobel)이란 명칭이 ‘천하다’는 의미의 이그노블(ignoble)에서 유래했지만, 노벨상의 딱딱한 권위 의식에서 벗어나려는 의도적인 선택인지도 모른다. 어느 분야든 삐딱한 시선과 자유로운 아이디어로 사물을 관찰하고 상상 속을 헤엄칠 때 더욱 풍성한 발전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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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욱 기자 | duim@kofa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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