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달
옛날 우리 조상들은 보름달을 보면서 달에는 방아를 찧는 토끼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지구에서 볼 때 달에는 어두운 면과 밝은 면이 있는데, 이런 음영이 무늬를 만들어 여러 가지 상상을 유발시켰습니다.
이런 상상은 나라마다 조금씩 달라요. 페루에서는 두꺼비가 있다고 믿었으며, 스페인에서는 당나귀 또는 여자의 모습, 유럽 남부에서는 독서하는 소녀, 중국에서는 꽃게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드디어 망원경이 발명되고 나서야 사람들은 그것이 달의 표면이 매끄럽지 않아서 생긴 그림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음력 15일에 뜨는 보름달을 보면 달의 전체 모습을 볼 수 있게 됩니다. 달은 밝고 높은 부분과, 어둡고 낮은 부분으로 나눠지는데, 특히 달의 어두운 부분을 ‘바다’라고 해요. 하지만, 달에 지구와 같은 바다가 있는 것은 절대 아니예요. 달의 바다는 용암이 굳어 단단해진 현무암이 어둡게 보이는 것 뿐이랍니다.
이처럼 달에 대한 비밀이 과학 문명의 발달과 함께 조금씩 풀려가긴 했지만, 사람들은 지구에서 볼 수 없는 달의 뒷면에 점점 더 큰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어떤 UFO 학자들은 심지어 외부 은하에서 온 외계인들이 지구인과 접촉하기 위하여 달의 뒷면에 중간기지를 만들어 놓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과학이 발달하면서 드디어 달의 뒷면에 대한 미스테리가 밝혀지게 되었습니다. 소련은 1959년 탐사선 Luna 3을 통해 달의 뒷면을 사진으로 찍어 지구로 전송하였습니다. 그리고 1968년에는 미국의 Apollo 8 우주선은 달의 주위를 10회나 돌면서 달과 지구의 모습을 촬영하였으며, 여기에 탄 우주인들이 직접 눈으로 달의 뒷면을 보고 돌아왔습니다.
달의 뒷면에는 옛날 사람들이 믿었던 방아찍는 토끼도, 외계인들의 기지도 없었습니다. 그곳에는 달의 앞쪽면과는 달리 ‘바다’라고 불리는 부분이 거의 없고 수많은 운석 충돌구(crater)로 덮여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처럼 달의 앞면과 뒷면의 모습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요?
달은 공전 주기와 자전 주기가 같아요. 이것을 ‘동주기 자전’을 합니다. 즉, 달이 지구 주위를 한 바퀴 도는 공전을 하는 동안, 스스로 한 바퀴 자전을 합니다. 따라서 달의 반쪽은 늘 지구를 바라보게 되고, 다른 쪽 면은 늘 바깥 우주를 향하게 된 것이지요.
지구에서 볼 수 없는, 우주를 향하고 있는 달의 뒷면에는 우주에서 수많은 운석, 혜성, 소행성들이 날아와 부딪혔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우주 속 크고 작은 천체의 파편에 부딪쳐 달의 뒷면은 심각하게 훼손된 것이지요.
달에는 대기가 없어요. 그래서 달은 외부에서 날아오는 이런 천체들을 방어하고 저항할 수가 없습니다. 충돌로 인해 생겨난 운석 충돌구의 흔적이 아직까지 선명하게 남아있는 것도 바로 이처럼 대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지구를 향하지 않는 달의 반쪽이 항상 어두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지구와 마찬가지로 달도 그 반쪽은 언제나 태양빛을 받아 빛을 내고 있습니다. 즉, 우리가 반달을 보고 있으면 나머지 달의 뒷부분도 반달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인류는 직접 눈으로 볼 수 없기에 신비스러운 생각까지 들게 하는 달의 뒷면을 이용하려는 다양한 생각들을 갖고 있습니다. 달의 뒷면은 지구에서 전송되는 전파로부터 영구적으로 막혀 있습니다. 이처럼 유난히 조용한 달의 완경은 전파 망원경이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좋은 장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언젠가 달의 뒷면에 설치한 전파 망원경을 통해서 외계의 생명체를 찾아내거나 그들과 교신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글 : 이혜주(서울상봉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