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인공위성의 두뇌가 되다
인공위성. 많이 들어보셨죠? 그럼 인공위성이 어떤 일을 하는지는 알고 계신가요? 인공위성은 그 종류에 따라 하는 일이 다릅니다.
날씨를 알려주는 기상위성, 지구 반대편에서 열리는 경기를 생중계할 수 있도록 해주는 통신위성, 비행기와 배뿐만이 아니라 내가 서 있는 위치를 정확하게 알려주는 GPS 위성, 우주를 관측하기 위한 천문위성 등이 있습니다.
이렇게 복잡하고도 중요한 일을 하는 인공위성의 두뇌 역할을 맡은 컴퓨터는 어떨까요? 아마 엄청난 성능을 가진 컴퓨터일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으세요? 우리가 집에서 쓰는 컴퓨터보다도 훨씬 뛰어난 성능을 가진,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컴퓨터라고 말이에요. 정말 그럴까요?
현재 사용하는 대부분의 우주선이나 인공위성에는 십 년도 더 넘게 이전에 사용했던 컴퓨터의 성능을 가진 CPU가 두뇌 역할을 하고 있답니다. 한 예로 화성탐사선 큐리오시티의 CPU의 처리속도는 400MIPS이지만 현재 나오는 스마트폰의 처리속도는 수 천MIPS입니다. 왜 이렇게 오래된 CPU를 사용하는 것일까요?
MIPS : 1초당 100만 개 단위의 명령어 연산을 하는 프로세서의 처리 속도, 컴퓨터의 성능을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
우주는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지구와는 너무나 다른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주는 절대온도 0K(-273°C)에 진공 상태입니다. 태양의 복사열을 받을 때와 복사열을 받지 않을 때 엄청난 온도의 차이가 발생하지요. 이런 온도 차이가 CPU에 손상을 입힐 수 있습니다. 그래서 위성은 발사하기 전에 환경시험을 통해 작동상태를 확인하는데요. 200°C 이상 차이가 나도록 하여 몇 주기 동안 반복해서 인공위성의 작동상태를 확인합니다.
지구 밖의 천체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입자인 우주선(Cosmic Ray)이나 미세먼지 또한 인공위성의 활동을 방해합니다. 높은 에너지를 가진 입자나 미세먼지가 인공위성 안으로 들어와 데이터를 손상시키거나 높은 에너지로 인해 회로를 끊어진다거나 하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또한, 에너지가 낮은 우주선들이 쌓여서 한꺼번에 방출될 경우 CPU의 작동이 멈춰버릴 수도 있습니다.
쏘아 올린 인공위성은 고장이 나도 수리를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인공위성에는 우주 환경에서 잘 버틸 수 있는 튼튼한 두뇌가 필요한 것입니다. 아무리 최신 성능을 가진 컴퓨터도 우주 환경에서 어떻게 될지 실험과 경험을 통해 검증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는 것이지요. 따라서 예전부터 인공위성에 사용해왔거나 우주 환경에서 잘 버틸 수 있는지 검증이 된 컴퓨터를 사용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빠르고 명석한 스마트폰을 인공위성의 두뇌로 사용하는 건 불가능한 일일까요?
스마트폰은 고해상도의 카메라, 고성능 CPU와 저장 공간, GPS, 블루투스 통신 기능 등이 있기 때문에 이전에 사용한 인공위성의 두뇌 역할을 맡은 컴퓨터보다 훨씬 더 뛰어나고 다양한 능력을 보여줄 텐데 말이지요.
NASA의 에임스 연구센터에서는 2010년 스마트폰을 약 9km까지 상공까지 올려 발사부터 종료까지 2시간 반 정도의 영상을 촬영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인공위성 실험이 가능함을 입증해준 것입니다. 이 실험의 성공을 바탕으로 개발한 폰샛 (Phonesat: phone+satellite)이라는 인공위성은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10cm인 정육면체의 인공위성으로 이 안에 스마트폰을 장착하여 인공위성의 두뇌 역할을 맡도록 할 계획입니다.
폰샛은 두 가지의 버전이 있는데 폰샛 1.0은 스마트폰을 우주환경에 보냈을 때 얼마나 오랜 기간 동안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 목적입니다. 시스템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 스마트폰의 상태와 사진 데이터를 가지고 올 예정입니다. 폰샛 2.0은 더 오랜 기간 동안 활동하기 위해 태양 전지판을 탑재할 예정입니다. 또한, 지구와 통신할 수 있는 외장 라디오 신호와 GPS 수신기를 설치하고 지구 자기장을 통해 위성의 자세를 제어하는 시스템도 탑재하여 좀 더 전문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할 것입니다.
인공위성은 우주 환경에서 제대로 작동할지 고려를 해야 하기 때문에 개발부터 실험까지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어갑니다. 하나의 위성을 개발할 때 몇천억 원의 비용이 들지만 폰샛 하나를 만드는데 드는 비용은 3,500달러라고 합니다. 이미 완성된 제품으로 나온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때문에 개발 비용과 시간을 그만큼 절약하는 효과를 가져다주는 것이지요.
폰샛은 척박한 우주환경에서 잘 버틸 수 있을까요? 폰샛이 성공적으로 쏘아 올려진다면 스마트폰의 다양한 기능을 이용해 인공위성뿐만 아니라 달이나 행성탐사, 우주선 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우리가 직접 만든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수도 있겠지요?
글 : 박찬순(서울등양초등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