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공식 블로그

인간이기엔 너무나 로봇적인 로봇 본문

~2016년 교육부 이야기/신기한 과학세계

인간이기엔 너무나 로봇적인 로봇

대한민국 교육부 2009. 5. 2. 00:33

인간이기엔 너무나 로봇적인 로봇
로봇과 인간의 차별점을 묘사한 '터미네이터'

제임스 카메론(James Cameron) 감독은 1984년, 미국 보디빌딩 챔피언 영화배우 아놀드 슈워제네거(Arnold Schwarzenegger)에게 새로운 캐릭터를 입혔다. 당시 적절한 모델명이 없던 이 캐릭터는 “터미네이터(Terminator)”로 불렸다. 사이보그(cyborg) 암살자라는 의미인데,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캐릭터였다.

기계가 ‘자의적 판단’에 따라 인간을 추적해 제거한다는 것이다. 이전까지 기계가 사람을 살해할 수 있다는 상상을 한 작가들은 많았다. 그러나 대부분 인간이 기계를 수단으로 해 인간에게 위해를 가했었다. 그러나 터미네이터는 교사하는 인간이 없는, 자율적인 암살기계라는 점에서 독특한 이미지를 구축했다.

터미네이터는 현실 세계 기술수준으로는 구현해낼 수 없는 가상의 로봇이다. 그런 탓에 영화가 나올 당시로는 45년 후인 2029년 미래에 이러한 인공지능 로봇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 로봇은 시간을 거슬러 현실세계에 온 것으로 제시됐다. 과학계에서 인공지능 개발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이후 작가들은 자율적인 기계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게 됐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카메론 감독은 1991년 속편, ‘심판의 날(Judg-ment day)’을 만들면서 1984년 내놓은 첫 터미네이터의 모델명을 ‘T-800’이라고 밝혔다. 터미네이터의 앞 글자를 딴 T에 로봇의 진화 단계에 따라 숫자를 붙였다. 속편에 선보인 새로운 터메네이터 캐릭터는 2편과 3편 각각 ‘T-1000’과 ‘T-X’다.
◀터미네이터는 속편을 거듭하며 기능이 향상된 모델을 선보였다. 2편의 ' T-1000 '.  

모델번호만을 보고 특별한 개발단계를 알 길은 없다. 작가가 어떤 의미에서 번호를 매겨줬는지 알 수 없지만 신형 기계모델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때마다 숫자가 단위나 단계를 바꾸어 가는 것을 감안하면 T-1000은 T-800보다, T-X는 T-1000보다 특징적인 기능이 향상됐다는 점을 암시한다.

터미네이터는 사이버다인시스템사의 스카이넷으로 만들어졌다. 스카이넷은 인공지능 네트워크로 복잡하고 지능화된 기계문명을 통제하는 프로그램이다. 기계문명이 고도화되자 인간은 각각의 기계를 통제할 수 없게 됐고 기계들에 대한 통제권을 인공지능 컴퓨터에 위탁했다.



기계가 기계에게 전수한 지능
스카이넷 인공지능은 어느 순간 인간의 지배를 벗어나 자율적인 계획을 세우게 된다. 인간이 자멸하도록 만든 뒤, 지구의 지배자가 되겠다는 것이다. 스카이넷은 인간을 닮은 사이보그 로봇을 만들어내는데, 이들 로봇 병정들이 터미네이터다. 스카이넷은 터미네이터에 자신의 지능을 주입했다. T-800이 가진 인공지능은 기계가 만들어 기계에게 전수한 지능이다.

스카이넷은 이들 터미네이터들에게 미션을 줘 시간여행을 통해 과거(현실)로 보낸다. 로봇이 지배하는 미래사회에 저항하는 게릴라 지도자 존 코너의 모친을 암살하기 위해서다. 터미네이터가 만들어지는 시놉시스는 그렇게 논리정연하지는 않다. 그러나 캐릭터가 개발된 시기를 감안하면 터미네이터 이미지와 상징성은 결코 작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터미네이터들의 성격상 특징, 이미지는 냉정함이다. 고통을 느끼지 않고 감정도 없다. 미션을 수행하기 전까지 쉬거나 미션을 포기하지도 않는다. ‘죽음의 사자’와 같은 이미지인데, 감독이 바라본 기계는 절제된 감정으로 인간과 차별되는 점을 주로 묘사했다.

T-800은 티타늄합금으로 만들어진 프레임을 가지고 있다. 팔과 다리는 철핀이나 쇳덩이 등으로 구성돼 있다. 중앙제어장치는 머리 부분에 설치된 칩을 중심으로 작동한다. 배 부분에는 전체 에너지를 생성하는 핵융합로가 장착돼 있다. 전체적인 모습은 인간의 골격을 흉내냈다. 스카이넷은 인간 사이에 살인로봇을 뒤섞이게 하기 위해 이러한 모습의 로봇을 만들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강철프레임을 가진 터미네이터는 냉정한 기계를 상징한다.  

터미네이터의 피부는 합성수지로 돼 있고 피부 아래로 온기가 흘러 사람과 같은 느낌을 갖도록 했다. 카메라는 눈 부분에, 흡음장치는 귀에 장착돼 있다. 소리는 입 부분에 달린 마이크로 낸다. 각 기능은 몸 전체에 흐르는 전기로 작동된다. 각종 기계장치를 기능에 맞춰 인간의 각 기관별로 매칭시켰다.

<터미네이터>가 보여주는 인공지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눈’이다. 로봇은 눈을 중심으로 전체적인 지능을 통제한다. 영화 역시 이런 면을 부각시켰다. 감독은 터미네이터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화면을 영화 전면에 내세웠다.

붉은 색 바탕에 백색 문자로 구성된 터미네이터의 눈은 백색 반투명으로 된 초점으로 목표물을 따라 이동한다. 좌우 가장자리에는 목표물에 대한 정보를 보여준다. 화면은 수시로 변해 새로운 정보를 전달한다. 방위와 각도를 나타내기도 하고, 추격대상의 예상 진입로를 파악하기도 한다.



로봇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세상
터미네이터는 로봇아이(Robot eye)를 통해 대상물을 인지한다. 우선 대상물의 외곽을 그린 뒤, 대상물이 무엇인지 파악한다. 생물인지 기계인지, 목표물인지 아닌지, 기계라면 어떤 기계인지 등을 구분한다. 기계가 어떤 모델인지를 판단하면, 그에 따른 매뉴얼을 찾아낸다. 매뉴얼의 지시가 로봇아이에 나열되고, 터미네이터는 이를 학습해 해당 기계를 조종하거나 수리할 수 있다.

노트에 적힌 글귀를 보면 필요한 부분만을 백색으로 밝게 비춰 필요한 정보를 알아챈다. 추적 대상의 노트를 발견하고는 페이지를 넘기면서 필요한 정보와 불필요한 정보를 걸러낸다. 손으로 휘갈겨 쓴 메모를 스캔해 어떤 정보인지 인지하면 큰 글씨로 문자를 인식하는 식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로봇아이는 지능의 판단을 주관한다.  




손으로 쓴 글씨를 영상을 통해 인식하는 기술은 PDA 등이 개발되면서 이미 빠른 속도로 발전해 왔다. 그러나 여러 글귀 중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걸러내는 작업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검색기술은 인간이 원하는 키워드로 작동한다. 그러나 키워드를 정할 수 없는 어떤 목적, 즉 ‘특정 대상을 추적한다’만 가지고 유관한 단어를 자동적으로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다. 미래 개발될 검색엔진이 담당해야 할 몫이다.

현재 검색기술은 인간이 원하는 키워드로 작동한다. 그러나 키워드를 정할 수 없는 어떤 목적, 즉 ‘특정 대상을 추적한다’만 가지고 유관한 단어를 자동적으로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다. 미래 개발될 검색엔진이 담당해야 할 몫이다.

사람을 보면 키, 몸무게, 치수 등을 알아낸다. 3차원으로 내부의 사이즈까지 알아낸다. 이동하는 추적 대상에 대한 상대속도를 알아채고 자신의 보폭을 수정한다. 어떤 질문을 들으면 대답할 답변을 고르기도 하는데, 이 역시 로봇아이에서 선택지가 나타난다. 로봇아이가 지능의 판단을 주관하는 것이다.

로봇아이는 인간의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고, 이를 결정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여관에 숙박 중이던 T-800에게 청소지기가 계속 숙박을 할 것인지 묻는다. 로봇은 “가능한 답변(possible response)”을 제시한다. “YES/NO, OR WHAT?, GO AWAY, PLEASE COME BACK LATER, FUCK YOU ASSHOLE, FUCK YOU” 6가지다. T-800은 이 중에 5번째 답을 내놓는다.

터미네이터는 보통의 답변과 달리 욕설이 섞인, 보다 ‘인간적인’ 답을 선택한다. 로봇이 자신의 생김새와 캐릭터를 정하고 상대방 인간이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해야 나올 수 있는 답변이다. 이를 통해 상대방 인간이 자신을 로봇으로 생각하지 않도록 위장하는 것이다. 영화로는 간단하게 보여줄 수 있지만, 사실 이런 답변을 내게 만드는 데는 상당한 데이터나 논리규칙이 필요하다.



첫 번째 미션은 옷을 입는 일
미래에서 온 터미네이터는 언제나 발가벗은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래서 언제나 새로 옷을 확보하는 일이 첫 번째 미션이다. 이 장면은 <터미네이터> 이야기의 특징이기도 하다. 이 때 로봇아이는 보이는 사물에 대해 몇 단계를 거쳐 판단을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터미네이터는 시각을 중심으로 지능을 관장한다.

먼저 보이는 화면 중 대상을 윤곽선에 따라 파악한 뒤 스캔한다. 스캔된 화면의 특징에 따라 남녀를 구분한다. 여성의 경우라면 다른 대상물로 시선을 옮긴다. 여성의 옷은 필요없기 때문이다. 남성이라고 판단되면 “size assessment”로 측정에 들어간다. 측정결과는 키, 몸무게, 목, 어깨, 등 등 13가지다. 터미네이터가 아니라도 영상 하나로 전체 신체치수를 알아낼 수 있다면 의류계에 대단히 유용한 프로그램일 수 있다.

치수가 적당하다고 판단한 터미네이터는 2차원 영상을 통해 3차원적인 추리를 해낸다. 바지의 기저면과 허리 위치 등을 파악해 속옷의 모습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측정이 완료되면 맞을 가능성을 계산한다. 가능성이 어느 수준 이상이 되면 매칭했다는 것을 알려준다.

작가들이 정보를 받아들이고 처리하는 수단으로 ‘눈’을 선택한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문자는 눈을 통해 전달되고 문자를 통한 논리적 사고는 인간에게 가장 주요한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인공지능 기계인 터미네이터에게 눈을 경유한 정보처리나 판단, 분석이 필요할지는 의문이다.

카메라나 눈은 정보 흡수기관이며, 본래 판단은 연산처리장치가 하기 마련이다. 컴퓨터 화면처럼 보이는 것을 통해 분석하고 처리하는 것은 오히려 직접적인 판단에 장애로 작용한다. 사실상 터미네이터의 로봇아이는 로봇의 관점에서 본 화면이 아니라 인간의 관점에서 고안해낸 로봇의 눈의 모습을 띤 것이다.



<<< ⓒ사이언스 타임즈 http://www.sciencetimes.co.kr/
<<<글 : 박상주 객원기자 |utopiapeople@naver.com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