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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속 피라미드, 인공위성이 찾았다! 본문
이 영화는 모두 고고학자가 주인공입니다. 이들은 사막이나 황량한 벌판, 밀림을 헤매면서 고대 유적이나 공룡 화석을 찾아다니죠. 땅 속에 어떤 것이 묻혔는지 찾으려고 수개월간 흙더미를 파헤치기도 하고, 새로운 걸 찾아 열대우림의 여러 위험을 무릅쓰기도 합니다.
하지만 요즘 고고학자들은 이렇게 모험하지 않아도 땅속 유적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인공위성’을 이용하기 때문이죠.
지난달 24일 영국 BBC 방송국은 이집트에서 땅 속에 묻혀있는 고대 도시를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유적지에는 피라미드를 포함한 1,000개 이상의 묘와 3,000여개의 고대 거주지가 있다고 합니다. 이 정도 많은 유적물을 발견하려면 아마도 오랫동안 땅 속을 파야할 겁니다. 하지만 사라 펄케이크(Parcak) 박사팀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도움으로 간단하게 연구할 수 있었죠.
펄케이크 박사팀은 상공 700km 궤도를 도는 위성을 이용했습니다. 여기에 실린 카메라가 찍은 ‘적외선 영상’을 분석한 결과 땅 속에 피라미드 등이 묻혀있다는 걸 알아낸 것입니다. 이후 연구팀은 유적 2곳을 발굴해 유적이 실제로 있다는 사실도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적외선’은 무엇이기에 땅 속에 들어 있는 고대도시를 보여준 것일까요?
적외선은 태양빛 중에 일부입니다. 우리 눈에는 무지개색의 ‘가시광선’만 보이지만, 사실 태양빛은 훨씬 다양하게 이뤄져 있습니다. 가시광선의 빨간색 빛과 보라색 빛 주변으로 더 많은 빛들이 있는 것이죠. 빨간색 빛보다 더 바깥쪽에 있는 게 바로 적외선이랍니다.
적외선은 열을 일으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태양이 뜨면 따뜻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죠. 또 적외선은 가시광선과 다르므로 이것으로 촬영하면 눈으로 보는 것과 다른 영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적외선 영상은 주로 온도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등을 보여줍니다. 이런 특징을 이용한 적외선 촬영을 이용하면 땅 속을 훤히 볼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고대 이집트인이 주변의 흙보다 밀도가 높은 진흙으로 벽돌을 만들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벽돌을 만든 진흙의 알갱이들이 훨씬 촘촘하게 붙어 있어서 더 단단한 것입니다. 만약 고대 도시의 주택이나 구조물은 주변보다 더 단단한 물질로 이뤄졌다면 적외선으로 촬영했을 때 밝게 나타날 수 있다는 이야기죠.
특히 사막은 태양의 적외선을 받아서 낮 동안 뜨겁게 달궈지고, 밤이 되면 식습니다. 이때 돌처럼 단단한 물질은 모래보다 밀도가 높습니다. 돌을 이루고 있는 알갱이들이 모래보다 더 촘촘하게 붙어있어 더 천천히 식게 되죠. 이 때문에 적외선 사진에서 건축물은 더 밝게 나타납니다. 결국 연구팀은 적외선 사진에 나타난 온도 차이를 해석해 고대 건축물을 확인했습니다.
연구팀은 피라미드로 보이는 2개의 구조물을 직접 발굴하기도 했습니다. 이집트가 시험 발굴한 결과 3,000년 된 고대 가옥은 적외선 영상이 보여준 모습과 같았죠. 이렇게 땅 속을 먼저 들여다보는 탐사는 정확성을 높일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유적을 발굴하는 데 돈과 시간도 적게 쓸 수 있고요.
인공위성을 이용해서 지하 유적을 찾는 방법은 또 있습니다. 위성에서 레이더파를 쏘는 것입니다. 레이더는 전파를 반사시켜 물체가 있는지 알아내는 기술입니다. 지표면을 뚫고 들어갈 수 있는 레이더파를 쏜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레이더파가 지하에 있는 물체에 반사돼서 돌아오겠죠. 이때 우리는 땅 속에 어떤 물체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때 사용하는 ‘합성개구레이더(SAR)’는 지상에 레이더를 쏜 뒤 반사파를 받아서 영상을 만드는데요. 땅이 얼마나 높고 낮은지, 토양에 물이 얼마나 있는지, 어떤 흙으로 이뤄져 있는지, 무슨 나무가 살고 있는지 등의 정보를 자세히 알려줍니다. 덕분에 고대에 물이 흘렀던 길(수로)을 발견하거나 유적 발견에 필요한 단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8월에 쏘아 올릴 인공위성, ‘아리랑 5호’도 레이더파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국내 최초 영상레이더위성인 아리랑 5호는 어둡거나 날씨가 좋지 않을 때도 지구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이제 인공위성은 고고학자들에게 삽이나 곡괭이처럼 중요한 발굴 도구가 됐습니다. 적외선 촬영 장치나, 합성개구레이더 등을 장착한 인공위성은 우리 눈으로 볼 수 없었던 유적을 찾아내기 때문입니다. 우주에서 고대 유적을 발굴하는 셈이죠.
앞으로도 우주과학의 발전은 고고학의 발전에 크게 도움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우주고고학(Space Archaeology)’이 또 무슨 유적을 찾고, 어떤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줄 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카리스쿨’(www.karischool.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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