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공식 블로그

석학과 함께하는 인문학 강연 본문

교육부 국민서포터즈

석학과 함께하는 인문학 강연

대한민국 교육부 2013. 4. 6. 13:00

'사람과 삶, 세상을 잇는 인문학’이란 제목으로 진행되어 온 인문학 대중화 사업이 올해로 6년째가 됩니다. 인문학과 대중과의 소통을 확대하여 인문학의 효용성과 가치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높여왔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그 중 교육부 주최, 한국연구재단 주관, 서울역사박물관 협찬으로 이루어지는 석학인문강좌가 3월 개강하였습니다.

첫 강의는 ‘미래와 만나는 한국의 선비문화.’라는 주제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이며 이화여자대학교 석좌교수이신 한영우 교수님이 해 주셨습니다.
 
강연내용이 실려있는 책자, 강연을 듣는 사람 모두에게 매주 한 부씩 제공되었습니다. 네 번으로 이루어지는 3월 강의를 두 번에 나누어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3월 9일과 16일에 있었던 강의입니다.

 

제1강 미래와 만나는 한국의 선비문화-한영우 서울대 명예교수/이화여대 석좌교수
 
제1주. 종교와 철학에 담긴 선비정신 (3월 9일)
제2주. 예술과 공익정치에 담긴 선비정신 (3월 16일)
제3주. 정치와 기록문화에 담긴 선비정신 (3월 23일)
제4주. 종합 토론 (3월 30일)

올해부터는 '스크린 강의'도 개강했습니다. 강연 신청이 마감되어 강연장에 못 들어가시는 분들을 위해 실시간 중계됩니다. 덕분에 많은 분이 인문학 공부에 동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회자님의 인사 말씀이 끝나고 한영우 교수님이 강연을 시작하셨습니다.


한민족을 관통하고 있는 선비정신(3월 9일)

교수님은 우리 민족의 정서를 잘 반영하고 있는 민족정신을 ‘선비정신’이라고 하셨습니다. 여기서 ‘선비정신’이란, 비단 ‘유학을 공부하는 학자 그룹’만의 정신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고, ‘우리나라 모든 국민이 가지고 있는 국민성’을 뜻하는 말로 새롭게 정의하셨습니다.

 

선비정신은 고조선 이전에, '자연사랑‘생명사랑’에서 출발하여 ‘홍익인간’의 공동체적 윤리로 발전하였습니다. 여기서 정치의 공익성과 백성을 생각하여 정치하는 민본정치로 승화된 것이며, 이것은 우리나라 왕조의 수명이 긴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중국 같은 경우는 왕조의 수명이 100~200년밖에 되지 않는데 우리나라 왕조는 짧게는 500년에서 길게는 천 년까지 되는 것이 놀랍다고 하셨습니다.

 

표현목적: 신바람과 흥취(3월 16일)

한국 전통문화의 표현목적은 기본적으로 천지인(天地人)을 하나로 보는 선비정신이 담겨 있습니다. ‘천지’로 대표되는 자연이 인간과 결합할 때, 인간의 정서적 행복이 극대화될 수 있다고 믿는 것입니다. 이런 정서를 교수님께서는 ‘신바람’이라고 하십니다.
 
“서양의 예술문화는 수학적이고 비례적인 면을 중시했습니다만, 한국인은 다릅니다. 한국인에게는 비례와 균형은 일차적인 관심사가 아닙니다. 외형적인 요소보다는 내면적 행복감을 만날 때 ‘신 난다,’ ‘멋있다’고 말합니다.”
 
교수님은 ‘서양의 미학적 기준을 그대로 받아들여 우리 문화를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하셨습니다. 서구와 우리나라의 전통문화가 추구하던 바는 다르기 때문이죠. 관촉사의 미륵보살이 얼굴이 너무 커서 비례에 맞지 않고, 반가사유상은 또 지나치게 말랐습니다. 그러나 이 문화재가 국보인 이유는 치밀하게 맞춘 균형미 때문이 아니라 얼굴에서 풍기는 인자함과 편안함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전통 예술을 보는 두 가지 눈(3월 16일)

우리나라가 앙코르 와트나 타지마할처럼 거대한 문화재를 가지고 있지 않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재료의 문제입니다. 일례로 우리나라의 바위들은 아주 딱딱합니다. 바위에 거대한 조각을 새기려면 사암 재질의 바위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그런 바위가 없습니다. 그래서 중국 둔황석굴같이 큰 규모의 불상은 만들지 못했던 것이죠.

 

두 번째는 정치적인 이유입니다. 국가가 풍요로워서 앙코르 와트나 타지마할 묘 같은 거대한 문화재를 건축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문화재들은 대부분 권력자가 백성의 노동력과 재물을 무리하게 짜내서 만든 것이죠. 그래서 문화재를 바라볼 때에는 한 눈으로 아름다움과 기술력을 가늠하는 동시에, 다른 한 눈으로는 거기 담긴 정신적인 의미를 함께 읽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창경궁 통명전 앞 연지’에 얽힌 이야기가 있습니다. 조선 성종 때 창경궁을 건설하면서 통명전 앞마당에서 솟아오르는 물을 처리하기 위해 작은 연못을 만들고 물길을 만들어 큰 연못으로 물을 뽑아냈습니다. 그런데 처음에 물길을 값비싼 구리로 만들었다가 신하들의 맹렬한 비난을 받았다고 합니다. 결국, 성종은 구리를 걷어내고 그 자리에 돌로 바꾸었습니다.
 
궁전건축에서도 첫 번째 규칙은 ‘장엄하게 짓되, 사치스럽게 짓지 말라’였다고 합니다. 경복궁도 자금성처럼 크고 화려하게 짓지 못했던 것이 아니라, 백성의 생활을 생각했기 때문에 단아하게 지은 것입니다. 이는 전적으로 백성을 사랑하는 애민정신 때문이라고 교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여행 중 찍은 사진을 보면 서양인들은 사람들의 얼굴을 클로즈업해서 크게 나오게 하고 배경은 묻혀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찍은 사진에는 사람은 작게 배경은 최대한 많이 넣으려 애쓴 모습을 봅니다. 강연자 한영우 교수님은 우리 민족은 나 또는 사람도 자연 일부로 보고 자연과 함께하려는 생각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러한 기본적 생각을 바탕으로 크고 화려한 건축 대신 작고 단아한 모습을 지니게 하였고, 백성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담겨있다고 하셨습니다.

 

강의가 끝난 후 한국인으로서 새롭게 자부심을 품게 되었습니다.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뛰어난 과학적 구조 외에도 백성을 사랑하는 애민정신에서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교수님께서 언급하신 선비정신이 원래 유학에서 유래한 것인 줄 알았는데, 한민족 고유의 정신이라는 것도 새로이 알 수 있었습니다. 백성에 대한 사랑이 담겨 있는 우리 문화, 자랑스러웠습니다.
 

본 강의는 인터넷으로 실시간 중계됨은 물론, 시간이 지난 강연도 볼 수 있습니다.

 

 

★12월까지 계속되는 제6기 석학인문강좌에 많은 분이 동참하면 좋겠습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