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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맛골 열차집에 대한 추억과 단상
글 | 이대영 교육과학기술부 홍보담당관
20년 넘게 단골인 빈대떡집이 있다. 광화문 피맛골에 자리한 열차집이라는 옥호를 가진 꽤나 역사가 있는 빈대떡집이다. 이전에는 머리 검은 나 같은 손님은 아주 드문 경우고 거의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이 옛 추억을 품고 빈대떡 한 장에 막걸리 몇 잔 들이키며 정담을 나누던 장소였다. 하지만 IMF 이후 노인들은 거의 보이지 않고 머리 검은 젊은이들로 세대교체가 일어났으며, 요즈음은 외국인들도 눈에 띈다. IMF를 거치면서 손님들의 양태는 달라졌어도 아직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늘 시끌벅적한 분위기만큼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어쨌든 나의 단골집 중의 하나인 이 집은 녹두를 제대로 써서 빈대떡을 굽는다. 녹두보다 밀가루를 너무 많이 넣어서 식으면 뻣뻣한 상태로 되는 엉터리 빈대떡과는 다르다. 늘 그렇다. 주는 것이라고는 간장에 집어넣은 양파와 어리굴젓뿐이다. 특히 그 집의 어리굴젓은 경제 상황에 따라서 맛이 조금 짜지기도 하고 심심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적어도 근본은 변함이 없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대포집도 가던 집만 가는 나의 촌스런 성격 때문인지는 몰라도 20년 넘게 다녀도 늘 그대로여서 좋고, 누구를 소개해주어도 불만이 없는 것을 보면 꽤 괜찮은 집임에 틀림없다.
음식에도 역사와 전통이 있는 것이다. 그 집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버지 세대가 학생이었던 시절부터 있었던 집이 그 아들과 손자 세대에도 단골로 이어지는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늘 변함없는 빈대떡의 질, 어리굴젓, 간장에 넣은 양파로 이루어진 일관된 메뉴와 그 집만의 투박하면서 소박한 서비스일 것이다. 변함없는 메뉴의 심플함과 일관성으로부터 고객에게 인정되는 무한한 신뢰가 나오는 것은 아닐까?
바로 그거다. 이제 재개발로 없어질 그 집뿐만 아니라 손님을 항상 부르는 음식점들의 특징은 그 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고유의 음식과 함께 늘 변함이 없는 음식의 질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음식을 통해서 신뢰가 쌓이고 그 신뢰가 바탕이 되어 그 집 음식의 질과 맛에 대한 정보가 자연스레 퍼져 나가서 손님은 더욱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맛집 하나도 유명세를 타기 위해서는 오랜 역사와 일관된 음식의 질 관리가 필요하다.
우리 정책입안자들이 생각할 바를 바로 성공한 음식점들에게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음식으로 성공하기 위한 가장 기본은 신뢰의 축적이라는 사실이다. 국민을 위해 정책을 입안하는 관료들이 잊지 말아야 할 덕목은 바로 우리가 입안하는 정책에 대해서 국민들이 열차집의 빈대떡을 신뢰하듯이, 그리고 그 집에서는 꼭 어리굴젓과 간장에 넣은 양파가 나온다는 것과 같은 확실한 믿음을 주는 정책이 입안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정책입안자가 아무리 무지갯빛 이상을 갖고 세운 정책이라도 나라의 주인인 국민 다수가 필요로 하지 않거나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정책으로서 가치가 없다. 정책은 관료가 입안하지만 그 정책을 빛나게 하고 발전시켜 주는 것은 바로 국민인 것이다. 국민이 기다려준다면 좋겠지만 그것은 우리의 바람일 뿐 우리가 강요할 수는 없다. 국민을 위하는 정책임이 확실하면 자신과 조직의 모든 것을 걸고 겸손하면서도 끊임없는 설득과 함께 정책을 일관되게 실현해야 할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정책의 속성에 대한 평가와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정부가 진정 국민을 위해서 일하고 있다는 신뢰가 쌓이기를 기다릴 필요도 있다.
투철한 사명감과 소명의식을 갖고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위해 애를 써도 반대의 의견에 부딪힐 때에는 마음이 아픈 것이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우리는 항상 각자의 일을 살펴보고 개선할 점은 없는지 국민의 의견을 제대로 듣고 반영했는지를 확인해야 할 것이다. 더도 덜도 말고 어떤 음식하면 그 집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정책의 개발과 실행이 절실한 요즈음이다. 서로 믿고 격려하는 분위기는 우리 조직 내에서부터 확실하게 번졌으면 한다.
이제 얼마 지나면 그 빈대떡 집은 사라지겠지만 또 다른 곳에 자리 잡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나처럼 오랫동안 단골이었던 사람들에게는 단순한 빈대떡집 그 이상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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