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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사정관제·마이스터고, 인재대국 대한민국의 미래 본문
우리나라와 같은 학벌사회에서는 명문대 진학이 인생의 전부다. 명문대에 진학하지 않으면 취직은 물론 성공은 꿈꿀 수도 없다.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국제중이나 외국어고, 과학고 등 특목고 입시를 준비하면서 엄청난 비용을 요구하는 ‘사교육 레이스’에 목숨을 거는 이유다.
성적에만 근거해 학생을 선발하는 현행 입시제도는 고액의 사교육비를 감당할 수 있는 계층과 일류 학원이 몰려 있는 대도시 지역 학생들에게만 유리하다. 사교육이 명문대 입학을 좌우하는 상황에서 공교육은 위축된다.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고, 교육으로 대물림된 가난을 극복할 수도 없다.
직업교육 천시 풍조도 무시하지 못한다. 사회 한편에서는 ‘실업자 1백만 시대’를 말하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사람을 구할 수 없어 난리다. 지식정보화사회에서 전문 기능인과 기술인의 부족은 국가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교육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고교 연계형 대학입시제도’의 도입을 내세웠다. 고교 연계형 대학입시제도는 ‘점수 위주 입시관행’을 개혁해 21세기 지식정보사회형 인재를 육성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지금까지처럼 수능 일변도로만 공부한 학생들은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력과 봉사정신, 풍요로운 정신과 체력을 갖춘 글로벌 리더가 되기 어렵다. 이에 대입제도를 선진국형으로 개선하고, 고교교육을 정상화하자는 것이 고교 연계형 대입 전형의 요지다. 입학사정관제도는 고교 연계형 대입 전형의 핵심이다. 입학사정관이 학생의 교과 성적뿐 아니라 잠재적 발전 가능성과 리더십, 봉사정신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입학사정관제도의 정착은 고교교육의 자율화, 다양화와 상호 영향을 끼치고 있다.
교육의 다양화와 자율화를 위해서는 마이스터고 육성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7월 9일 원주정보공고를 방문해 “대학 가는 것보다 마이스터고에 들어가길 원하는 시대가 불과 몇 년 안에 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마이스터들이 대학 졸업장 없이도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시대가 와야 한다는 것이다. 명문대 진학을 하건 못하건, 대학 졸업장이 있건 없건, 열심히 노력한 인재가 존경받고 부를 이루는 나라, 이명박 정부가 꿈꾸는 대한민국의 미래다.
잠재력과 가능성 평가하는 입시 '입학사정관제'
2010학년도 대입에선 연세대를 비롯한 47개 대학이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도입, 신입생 2만6백95명을 선발하기로 했다. 2009학년도 선발 인원 4천5백55명에 비하면 무려 4.5배나 늘어난 인원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도 지난 6월 9일 ‘2011학년도 대학 입학전형 기본사항(시안)’에서 대학 입학 전형의 기본방향과 원칙으로, 입학사정관제와 맥락을 같이하는 ‘선진형 대입전형’을 내세웠다. 입학사정관제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입학사정관제란 대입 전형 전문가가 다양한 전형 자료를 심사해 학생의 잠재력과 적성을 평가해 신입생을 선발하는 제도다. 각 대학 입학사정관들은 성적 위주의 획일적 선발에서 벗어나 학생의 잠재적 발전 가능성, 리더십, 봉사정신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학생을 선발한다. 입학사정관제는 대학의 학생 선발 권한 확대라는 의미와 함께 ‘사교육 광풍’을 끊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학의 설립 이념과 특색에 맞는 학생을 다면적인 평가를 통해 선발하기 때문에 점수 올리기 위주의 학원이 아니라 학교가 다시 교육의 중심에 서야 가능하다. 이는 곧 초중등교육의 정상화로 이어진다.
대입제도를 선진국형으로 개선하고 고교교육을 정상화하자는 것이 고교 연계형 대입 전형의 요지다. 입학사정관제도는 고교 연계형 대입 전형의 핵심이다. 이 제도의 정착은 고교교육의 자율화, 다양화와 상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정부는 입학사정관제의 내실을 다지기 위해 신규 및 지속 대학에 총 2백36억원 규모의 예산 투입을 결정했다. 지난 6월 19일 선정된 15개 ‘선도대학’에는 약 1백35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건국대, 고려대, 동국대, 서울대, 이화여대 등 10개 종합대와 가톨릭대, 울산과기대, KAIST, 포스텍, 한동대 등 특성화 대학 5곳이 선도대학에 포함돼 있다.
2007년부터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한 포스텍은 입학사정관제 정착 우수 사례 학교로 꼽힌다. 2010학년도에는 3백명 전원을 수시모집 중 입학사정관제 전형 방식으로 선발할 예정이다. 학생부, 우수성 입증 자료, 추천서,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한 1단계 종합평가를 거쳐 2단계에서는 교과 지식을 바탕으로 한 창의적 사고와 잠재적 능력을 평가한다. 2단계에서는 서류와 면접 전형이 이뤄지는데, 합격 여부는 전임 입학사정관(6명)과 교수 입학사정관(12명)으로 구성된 입학위원회에서 결정하게 돼 있다.
입학사정관 전형 방식은 대학마다 다르다. 포스텍처럼 입학사정관 전형을 별도로 시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성균관대처럼 특별 전형(글로벌리더, 과학인재, 동양학인재전형)에 입학사정관이 일정 부분 평가를 담당하기도 한다. 서울대처럼 정시모집에서 농어촌 지역 특별전형, 특수교육대상 전형 등 정원 외 전형이 중심인 곳도 있다. 학생 임원 출신을 대상으로 하거나(건국대, 경희대, 한국외국어대), 특정 분야에 재능이 있는 학생을 선발하는 경우(이화여대, 숙명여대)나 외국어 우수자 선발(경희대, 서강대)도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대학자율화팀 이지현 사무관은 “입학사정관제 전형은 서류 및 면접 평가를 바탕으로 논술이나 어학 성적을 반영하는 등 각 대학이 추구하는 인재상에 맞는 전형 요소가 추가된다”고 밝히고 있다. 대교협이 지난 5월 발표한 공통 평가 절차를 보면 ‘사전 공지→서류 심사→심층면접 토론→최종 선발’의 4단계를 거치게 된다. 가장 중요한 전형은 서류와 면접이다. 서류 평가에는 특기, 학업능력, 교과외 활동, 기타(자기소개서, 추천서)가 포함된다. 전형 요소별 반영 비율은 대학은 물론 개별 전형마다 비중이 다르다. 면접은 1 대 1 개인면접, 1대 다(多) 면접, 집단 토론, 과제 발표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된다. 건국대의 경우는 1박2일 합숙을 통한 심층적 면접을 실시하기도 한다.
입학사정관제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학부모들과 일선 교사들은 공정성과 신뢰도를 걱정하고 있다. 서울 북아현동 중앙여고의 고3 담임 김권섭 교사는 “내신과 수능 성적이 아니라 학생들의 잠재적 가능성을 믿고 선발하는 취지에는 1백 퍼센트 찬성한다”면서도 “계량화하기 어려운 학생의 잠재력을 어떻게 평가할지 걱정스럽다. 학생 선발 기준의 적합성에 대한 시비가 분명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우려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는 입학사정관의 전문성 강화와 전형 공정성 및 신뢰성 확보를 위한 방안을 다각적으로 마련 중이다. 대학 차원에서 입학사정관 전형의 기본절차, 기준, 방법 등을 결정하고 전형과정에 복수 입학사정관과 교수가 공동 참여하는 집단의사결정 체제를 구축하며, 기존 입학사정관의 재교육 훈련과 연수를 위한 직무 프로그램을 마련해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입학사정관의 윤리강령 수립도 빼놓을 수 없다.
공정성 시비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 각 대학 입학사정관들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북대, 고려대, 서울대, 이화여대, 전남대 등 5개 대학은 입학사정관 전문 양성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입학사정관 희망자와 교사, 장학사 등이 대상인데 직무연수 교육과 국제 세미나 등 다각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대학 졸업장보다 대우받는 기술인 '마이스터고'
마이스터고는 기업들이 현장에서 요구하는 우수 기술인력을 양성하는 특성화 실업계 고등학교를 말한다. 지역 내 기업과 협약을 통해 교사, 교재, 장비 등을 지원받고 졸업생의 경우 우선 취업도 보장받는다.
마이스터고는 서울 지역의 수도전기공업고등학교(이하 수도전기공고)와 미림여자정보과학고를 비롯해 충북의 충북반도체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현재 15개 지역에 21개 학교가 있다. 정부는 마이스터고를 2011년까지 50개교로 육성할 방침이다.
마이스터고는 대개 기숙사 시스템으로 이뤄지며 입학금과 수업료는 전액 무료다. 실무 외국어 교육과 산학 연계 맞춤형 교육, 해외연수는 물론 졸업 후 우수 협약기업에 취직도 가능하다. 또 졸업 이후 원하면 대학교육을 병행할 수 있다. 군 입대 4년 연기 가능 등의 혜택도 있다.
지난해 ‘에너지 분야 마이스터고’로 선정된 서울 개포동 수도전기공고 황해룡 부장교사는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높지만, 실업자로 있는 대학 졸업생들이 수두룩하다”며 “대학 진학률과 국민소득, 행복이 직결되는 건 아니다. 우수한 직업고등학교를 마이스터고로 키워 전문 기술인을 양성하는 것은 국가 발전을 위해서나 학생 개인을 위해서나 바람직하다”고 마이스터고 도입을 환영했다.
1924년 경성전기학교로 설립되어 1978년 수도전기공고로 이름이 바뀐 이 학교는 건축·전기 기술자와 에너지 분야 전자제어 기술자, 에너지 분야 정보통신 기술자 등을 양성할 계획이다. 마이스터고와 관련해서는 교과과정 개발을 끝냈고, 내년 3월 신입생 모집(2백명)을 기다리고 있다.
황 교사는 수도전기공고의 교육과정에 대해 “3학년 학생은 산업수요 맞춤형 교육 위주로 현장실무 중심 교육을 실시하고 실무 중심의 외국어 교육, 방학을 이용한 산업체 인턴제도 외에 전문대 졸업자들이 갖춰야 할 직업기초능력 교육을 정규교과로 편성하는 등 전문화된 특성 개발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한다.
수도전기공고는 전국 단위 입학생은 30퍼센트로 제한하고, 지역기반 산업을 키우기 위해 70퍼센트는 서울 지역 학생을 뽑는다. 전형은 자기소개서, 학업 계획서, 포트폴리오, 심층면접과 적성검사를 통해 선발한다. 독특한 점은 총선발인원의 10퍼센트는 강남구 특별전형으로 뽑는다는 것. 강남구 개포동에 소재한 학교의 특성상 강남구 평생학습센터로서 직업교육을 주관하고, 이에 따른 운영비는 강남구가 지급한다는 내용의 협약을 지난 5월 체결하면서 특별전형 조항을 마련한 것이다. 황 교사는 “사교육 1번지인 강남구에서 공교육 다양화를 실현하는 학교로서 자치단체와 협력하는 모델을 만들었다는 데 그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스터고는 실무 외국어 교육과 산학 연계 맞춤형 교육, 해외연수는 물론 졸업 후 우수 협약기업에 취직도 가능하다. 또 졸업 이후 원하면 대학교육을 병행할 수 있다. 군 입대 4년 연기 가능 등의 혜택도 있다.
2009년 2월 현재 졸업생의 64.1퍼센트가 대학에 진학했고, 25퍼센트가 취직을 했다. 한국전력이 경영하는 학교인 만큼 한전 취직률도 높다. 마이스터고 전환에 따라 앞으로는 한전 계열사에까지 탄력적 고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산학협동은 수도전기공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산학협동으로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개발하고, 산업현장에서 직접 배우는 산업수요 맞춤 전문 교육은 마이스터고의 특징이다. 대표적 사례는 반도체장비 분야 특성화고교인 충북반도체고교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7월 22일 하이닉스반도체와 세미텍은 이 학교에 약 40억원 상당의 반도체 장비를 무상 기증했다. 실습실 설계와 구축, 교원 연수에도 적극적 지원을 약속했다. 졸업 후엔 반도체 산업체 취직도 우선적으로 보장돼 있다.
충북반도체고의 송길용 부장교사는 “우리 학교는 반도체 전문 기술자를 배출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하이닉스와의 산학연은 물론 중국 쑤저우고등기술고등학교와도 자매결연을 했다. 학생들이 영어와 일본어뿐 아니라 중국어까지 마스터한다면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지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학입학사정관제와 마이스터고 모두 걸음마 단계다. 시행착오도 클 것이요, 보완해야 할 점도 많다. 일선 학교 현장에서의 혼란도 불가피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명박 정부가 공교육을 살리기 위한 대대적인 교육개혁을 선포했다는 사실이다.
글 | 정지연 기자 / 내용출처 | Weekly 공감
문의 | 입학사정관제 : 대학자율화팀 02-2100-6363
마이스터고 : 진로직업교육과 02-2100-6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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