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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메달, 경매장 나온 사연

대한민국 교육부 2018. 1. 30. 17:04

노벨상 메달, 경매장 나온 사연

노벨상 오디세이 (21)



가난한 시골 농부인 바누는 어느 날 우연히 집 앞에서 메달 하나를 주웠다. 마을에 있는 학교 교장을 찾아간 그는 그것이 바로 전날 분실된 노벨상 메달임을 알게 된다. 교장의 조언대로 메달을 정부에 반환하기 위해 그는 직접 콜카타로 향한다. 그러나 고향을 떠난 주인공은 내내 그 메달을 몰래 팔고자 하는 유혹에 시달린다.


수만 고쉬 감독의 인도 영화 ‘노벨상 메달 도둑’의 줄거리다. 2011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된 이 영화는 인도의 시성 타고르의 실제 노벨상 메달 도난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는 타고르는 1913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함으로써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노벨상 수상자가 되었다.


그때 받은 노벨상 메달은 웨스트벵갈 주에 세워진 그의 생가 기념관에 보관돼 있었는데, 2004년 3월 감쪽같이 사라지고 말았다. 당시 인도 경찰은 현상금을 내걸고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으나 범인은 물론 메달도 결국 찾지 못했다. 그러자 스웨덴의 노벨재단이 최초로 복제본 메달을 만들어 분실된 메달을 대체할 수 있게 했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상금과 증서, 그리고 노벨의 상반신 초상이 새겨진 메달을 받는다. ⓒ public domain

 


노벨상 수상자들은 거액의 상금과 함께 노벨상 수여 사실이 명기된 증서, 그리고 메달을 받는다. 메달의 앞면에는 노벨의 상반신 초상과 함께 그의 출생 및 사망연도가 라틴어로 새겨져 있다. 뒷면엔 부문별로 도안과 문구가 약간씩 다른데, 과학 및 문학 부문의 경우 ‘발명은 예술로 아름다워진 삶을 더 풍요롭게 한다’는 라틴어 시구가 새겨진다.


노벨상 메달은 순금에 가까운 23K로 제작되며 지름 4㎝, 무게 225g이었다. 그런데 1980년 이후부터는 18K 위에 24K를 입혀서 만들고 있다. 지름은 예전보다 큰 6.6㎝이지만 무게는 175g이다.


 


 


전당포에서 발견된 노벨상 메달


노벨상 메달은 훔쳐도 팔기가 쉽지 않다. 시장에 내놓는 순간 주인이 누구인지 금방 드러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분실된 지 약 20년 후 전당포로 흘러들어간 메달도 있다. 1936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카를로스 사아베드라 라마스의 메달이 바로 그런 사례다.


아르헨티나의 외무장관과 국제연맹회의 의장을 역임한 라마스는 차코전쟁을 종식한 부에노스아이레스 회의를 주재한 업적으로 노벨상을 받았다. 그런데 1959년에 그가 사망한 후 메달의 행방이 묘연해졌다. 그로부터 약 20년 후 메달은 전당포로 흘러들어 여기저기를 떠돌다가 남미의 한 전당포에서 발견됐다. 결국 이 메달은 2014년 경매에 붙여져 116만 달러에 팔렸다.


정상적인 경로로 경매에 붙여진 노벨상 메달도 꽤 있다.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해 196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수상한 프랜시스 크릭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가 사망한 지 9년 후인 2013년 4월에 그의 손녀에 의해 노벨상 메달과 인증서가 경매장에 나와 200만 달러에 낙찰됐다.


그의 가족들은 경매대금의 50%는 그가 말년에 근무했던 미국의 솔크 생물학연구소에, 대금의 20%는 새롭게 지어질 영국의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에 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당시 경매장에서 노벨상 메달보다 더 비싸게 팔린 크릭의 유품이 있었다. 그가 이중나선구조를 발견한 후 아들에게 쓴 편지가 바로 그것. 이 편지는 무려 600만 달러에 낙찰됐다.


크릭의 메달은 유명세로 인해 매우 높은 가격에 팔린 경우이며, 그만한 값을 받지 못한 메달도 많다. 196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앨런 호지킨의 메달은 2015년 경매에 나와 약 79만 달러에 팔렸으며, 중성자 발견으로 1935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채드윅의 메달은 2014년에 약 33만 달러에 경매됐다. 반면 1903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월리엄 랜들 크리머의 메달의 낙찰가는 1만7천 달러에 불과했다.




자신의 메달을 경매장에 내놓은 왓슨


사후가 아닌 생전에 본인이 직접 자신의 메달을 경매장에 내놓은 사례도 있다. 프랜시스 크릭과 함께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수상한 제임스 왓슨이 바로 그 주인공. 그는 자신의 메달을 2014년 12월 뉴욕 경매장에 내놓았다.


당시 전문가들이 예상한 낙찰가는 약 300만 달러였지만, 실제 낙찰가는 그보다 훨씬 높은 475만 달러였다. 그는 노벨상 메달을 경매에 내놓은 이유에 대해 생의 마지막을 정리하며 메달 수익으로 과학계에 기여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하지만 왓슨이 메달을 판 진짜 이유는 생활고 때문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2007년 영국 ‘선데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인종 차별적인 발언을 한 이후 그는 경제 활동이 거의 정지됐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40년 가까이 소장으로 근무했던 미국 콜드스프링하버연구소에서 강제 사임되고 재직 중이던 기업의 이사회에서도 쫓겨났으며, 그 이후로는 대중강연조차 할 수 없는 신세였다.


그런데 그가 판 메달은 운 좋게도 다시 그의 품으로 돌아갔다. 메달을 낙찰 받은 러시아의 재벌 알리셰르 우스마노프가 뛰어난 업적을 기리는 메달은 원주인에게 있어야 한다며 다시 그에게 돌려줬기 때문이다.


중성미자의 정체를 밝힌 연구로 1988년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수상한 리언 레더먼의 메달도 생전에 경매장에서 팔렸다. 2015년에 경매장에 나온 그의 메달은 경매자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채 약 76만 달러에 낙찰됐다. 그가 메달을 판 이유는 요양비를 마련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수여되는 금메달은 지름 92.5㎜에 586g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올림픽의 금메달은 은에다 금을 도금해서 만들어진다. 국제올림픽위원회에서 92.5% 이상의 은과 6g 이상의 금으로 금메달을 만들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은메달은 은으로, 동메달은 동으로 만들어진다.




글_ 이성규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

출처_ 사이언스올 사이언스타임즈

저작권자 2018.01.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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