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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젊어지는 '벤자민 버튼'의 삶은 가능할까 본문

~2016년 교육부 이야기/신기한 과학세계

점점 젊어지는 '벤자민 버튼'의 삶은 가능할까

대한민국 교육부 2010. 8. 26. 09:40
‘위대한 개츠비’로 유명한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 주인공 벤자민은 기괴한 삶을 산다. 온통 주름투성이의 얼굴과 희끗희끗한 백발의 노인으로 태어난 벤자민은 기묘한 얼굴로 부모로부터 냉대 받으며 성장한다. 벤자민의 아버지는 성인 노인의 키와 얼굴인 벤자민이 창피해 동네 사람들한테 벤자민이 아들이라는 사실을 숨긴다.
 

▲ 60대 외모의 10대 소년 벤자민이 병정 놀이를 하고 있다.


벤자민은 보통 사람들이 커가면서 늙어가는 것과는 정반대로 나이가 들면서 점점 젊어진다. 20대 때 일반인의 50대 신체를 가진 벤자민은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게 되고 상대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에 성공, 달콤한 신혼생활을 하게 된다.

벤자민은 가문의 사업도 번창시키고 군에 입대해 혁혁한 공을 세우면서 자신감을 갖고 의욕적으로 살지만 점점 그는 젊어지고 아내는 늙어가면서 부부간의 사랑도 점차 식어간다. 60대 노년의 어머니에 비해 10대 소년으로 변한 아버지 벤자민을 부끄러워하는 벤자민의 아들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삼촌이라고 부르라고 아버지 벤자민에게 말한다. 벤자민은 어린 시절 가족에게 냉대 받았던 것처럼 다시 혼자만의 세계에 빠지고 70대 벤자민은 침대에 누워 막 태어난 갓난 아기처럼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 채 행복한 꿈에 빠진다.

‘70대 노인이 거꾸로 젊어져 아기가 된다’는 이 소재는 출간부터 화제가 됐다. 한 독자는 작가에게 “제가 지금까지 읽어봤던 그 어떤 소설보다 황당하며 가장 강력한 거짓말이라는 점을 시인할 수밖에 없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소설이 발간된 지 근 100여년의 세월이 흐른 요즘도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점점 젊어진다는 설정은 꽤나 흥미로운 주제이다. 기실 시간에 역행한다는 것은 사람이 자연적으로 늙어가는 현상인 ‘노화’에 역행한다는 것이고 의과학자를 비롯해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가 바로 어떻게 하면 보다 젊게 살 수 있을까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노화 자연현상, 생명체 때때로 자연현상 역행
 

노화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생물의 신체기능이 퇴화하는 현상이다. 세포의 노화는 세포가 분열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리는 것을 일컫는다. 즉 세포가 더 이상 자신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만큼 퇴화하는 것을 노화의 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생명의 기본단위인 세포도 인간처럼 라이프 사이클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세포가 어느 시점이 되면 소멸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때때로 세포는 자살(아포토시스, Apoptosis)하기도 한다. 

노화는 말 그대로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에 이를 거슬러 역노화가 진행된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생명현상에 반하는 것이 된다. 하지만 특정한 경우에 생물체는 자연스러운 현상에 반해 예외적인 반응을 일으키기도 한다. 대개의 경우 생존을 위해서이다.

생물학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센트럴 도그마(Central Dogma)란 개념이 있다. 센트럴 도그마는 유전정보의 흐름이 DNA는 복제를 통해 DNA를 만들고 DNA에서 RNA로 전사가 진행되며, RNA로부터 번역과정을 통해 단백질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즉 생명현상은 DNA→RNA→Protein으로 이뤄진다는 것이 센트럴 도그마의 핵심이다.

그런데 이 센트럴 도그마에 반하는 예도 존재한다. RNA로부터 DNA가 ‘역전사’되는 경우이다. AIDS를 유발하는 HIV를 레트로 바이러스(Retro virus)라고 부르는데 레트로 바이러스는 역전사를 통해 자신의 RNA를 DNA로 만든다. ‘레트로’라는 말은 복고풍, 거꾸로라는 뜻을 내포한다. 

레트로 바이러스가 RNA로부터 바로 단백질을 만들지 않고 역전사라는 특별한 과정을 거쳐 DNA를 만드는 이유는 그런 과정이 자신의 생존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는 숙주 세포에 침투해 기생함으로써 생존한다. 레트로 바이러스는 역전사를 통해 DNA를 만들어 숙주 세포의 DNA와 결합함으로써 보다 더 용이한 생존 방법을 만들었다. 

레트로 바이러스의 경우뿐만이 아니라 생명체는 자신의 생존에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예외적인 일들을 스스로 벌이기도 한다. 줄기세포는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세포를 일컫는다. 줄기세포는 크게 배아줄기세포와 성체줄기세포로 구분할 수 있다.
 

▲ 모든 세포, 장기로 분화할 수 있는 줄기세포.


배아줄기세포와 성체줄기세포의 차이점은 줄기세포로써 얼마나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지 능력의 여부에 있다. 배아줄기세포는 배아상태의 줄기세포이기 때문에 인간의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모든 조직, 장기로 분화할 잠재능력을 갖고 있다. 때문에 배아줄기세포를 다른 말로 만능줄기세포라고 말한다.

성체줄기세포는 성인의 줄기세포를 말한다. 이미 분화가 다 진행되고 각각의 조직과 장기가 형성이 된 상황에서의 줄기세포이기 때문에 배아줄기세포와 같은 만능 분화능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때때로 성체줄기세포는 인체가 필요로 하는 특별한 상황에서는 잃어버린 분화능력을 회복해 특별한 세포로 분화하기도 한다. 성체줄기세포는 배아줄기세포에 비해 분화능력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잠재능력을 갖고 있고 안정성도 입증돼 이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때문에 성체줄기세포가 배아줄기세포에 비해 노화가 진행돼 줄기세포의 능력을 잃어버려 제대로 사용할 수 없어 문제가 되는 ‘성체줄기세포의 노화’는 줄기세포 연구의 주요 테마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 연구진의 성체줄기세포 노화 기작 규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성체줄기세포 노화 비밀 규명, 마이크로RNA 관여
 

지난 16일 서울대 수의과대 강경선 교수팀은 성체줄기세포의 노화가 기존에 추정했던 것처럼 선천성 유전적 변화 때문이 아니라 후천성 유전적 조절 기작으로 진행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과학저널 ‘세포 및 분자생명과학(Celluar and Molecular Life Science)’에 게재했다.

연구팀은 인간이나 동물의 노화는 몸의 재생기능이 떨어지는 현상이고 이런 재생기능에 관여하는 것이 성체줄기세포인데 노화과정에서 성체줄기세포의 기능과 숫자가 줄어드는 것이 바로 노화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노화 조절이 선천적인 염색체 이상보다 염색체상의 히스톤단백질의 아세틸화에 관여하는 폴리콤브(polycomb)단백질과 JMJD3단백질의 역할에 의해 이뤄진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규명했다. 히스톤 단백질은 DNA와 함께 인간 염색체를 구성하는 성분이다. 또한 연구팀은 줄기세포의 노화와 특이적으로 관련 있는 ‘HMGA2’ 유전자를 표적으로 하는 마이크로RNA 3개를 발견했다. 

연구팀은 줄기세포의 노화와 관련한 특이 마이크로RNA를 찾아내는 것은 줄기세포의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이며 이 노화과정에서 생성, 변화되는 마이크로RNA가 있다면 노화 현상도 설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이크로RNA는 작은 RNA(small RNA)의 하나인데 세포 내에서 다양한 유전자를 조절함으로써 분화, 성장, 사멸 등의 생명 현상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도 다능성 줄기세포, 줄기세포의 새로운 대안
 

한편 과학자들은 인간의 난자를 이용해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는 배아줄기세포와 다른 세포로의 분화 능력이 떨어지는 성체줄기세포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 유도 다능성 세포는 배아줄기세포의 윤리문제와 성체줄기세포의 노화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한 대안이 되고 있다.

 
유도 다능성 줄기세포 (Induced Pluripotent Stem cells, iPS)기술은 성인의 체세포를 역분화 과정을 통해 배아줄기세포와 같은 상태로 만들어 다른 세포로 바꾸는 방법이다. 이 기술은 체세포만을 이용하기 때문에 배아줄기세포와 같은 윤리적 문제가 없으며 배아줄기세포와 같은 상태로 만들기 때문에 성체줄기세포와 같이 분화능력이 떨어지는 문제점도 없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 16일 미국 버크노화연구소는 인간의 피부세포를 iPS로 역분화시켜 파킨슨병 쥐를 치료하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피부세포로부터 iPS를 만든 뒤 이를 파킨슨병 환자에게 결핍된 신경전달물질 도파민 생산 세포로 분화시켜 파킨슨병 쥐에 주입, 이 병을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고 과학저널 ‘Stem Cells’에 게재했다.

연구를 주도한 쩡쎤민 박사는 인간배아줄기세포를 도파민 생산 신경세포로 분화시키는 것과 똑 같은 방법으로 iPS의 분화를 유도했으며 이는 iPS가 인간배아줄기세포와 다를 게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줄기세포나 iPS연구가 질병치료 등 인류에 새로운 희망을 던져줄 돌파구가 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지만 현재까지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줄기세포는 인체의 어떤 장기로도 분화할 수 있지만 동시에 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자신의 줄기세포가 아닌 다른 사람의 줄기세포를 이식받았을 경우 인체 면역거부반응 또한 문제로 지적된다. 인체는 자기 자신 이외의 모든 것은 적으로 간주해 면역반응을 통해 공격한다.

이 같은 문제점은 앞으로 과학계가 풀어야 할 숙제다. 미래의 어느 시점이 되면 인류가 노화의 비밀을 풀고 오래된 장기, 병든 조직을 새로운 장기, 건강한 조직으로 교체해 무병장수할 수 있는 날이 올 수도 있다. 하지만 생명현상은 자연스러운 방향으로 흘러가며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 좋다는 말이 있다. 인류가 무병장수의 꿈을 꾸는 것은 당연한 바람이지만 10대의 모습을 한 60대의 벤자민이 가족과 사회로부터 냉대를 받았다는 점 역시 인류가 고민해야 할 과제다.

 이성규 객원기자
 한국과학창의재단  사이언스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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