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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와 손으로 범인을 목격한다? 영화 '블라인드' 속 과학 이야기 본문
‘하나의 사건, 두명의 목격자, 엇갈린 진술!’
일반적으로 시각장애인의 청력과 촉각은 비장애인보다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지만 과학적으로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최근 뇌과학자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영화에서 보여준 수아의 뛰어난 감각이 과학적으로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시각장애인이 귀와 손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이다. ▲ 김하늘, 유승호 주연의 영화 '블라인드'. 김하늘은 시각장애인 수아 역할을 맡았다.
1. 뇌의 시각 피질이 청각과 촉각 처리, 귀와 손으로 ‘본다’
미국 조지타운대 의학 센터의 신경과학과 연구진은 시각장애인의 뇌가 청력과 촉각을 처리할 때 뇌에서 시각을 처리하는 부위를 사용한다고 지난해 10월 신경과학 저널 ‘뉴런’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12명의 시각장애인과 12명의 비장애인에게 헤드폰으로 음악을 듣게 하고 음악이 어느 쪽에서 들려오는지 물었다. 또 손가락에 미세한 진동을 주면서 어느 손가락인지 맞추게 했다. 동시에 기능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실험자의 뇌를 촬영했다.
실험 결과 시각장애인의 시각 처리 부위가 비장애인보다 더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지타운대 생물물리학과 조세프 라우셰커 교수는 “우리 뇌에서 시각을 담당하는 부위를 시각장애인은 듣고 만질 때 사용하고 있었다”며 “이번 연구는 시각장애인이 뛰어난 청각과 촉각을 갖게 된 이유를 설명한다”고 말했다.
뇌에서 시각을 담당하는 부위는 다른 영역보다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다. 라우셰커 교수는 “시각을 처리하는 부위가 40개의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청각은 20개 정도에 불과하다”며 “청력과 촉각을 시각 담당부위에서 처리한다는 것은 비장애인에 비해 청각과 촉각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실험참가자들의 fMRI 뇌 촬영사진. 빨간색은 시각장애인이 들을 때, 초록색은 비장애인이 들을 때 뇌가 활성화되는 부분이다. 노란색은 시각장애인이 만질 때, 파란색은 비장애인이 만질 때 뇌가 활성화되는 부분이다.
2. 박쥐처럼 보는 시각장애인
시각장애인의 뇌에는 박쥐처럼 소리로 공간을 볼 수 있는 영역이 발견됐다. 캐나다 웨스턴 온타리오대 뇌심리연구센터 연구진은 시각장애인이 반사되는 소리를 이용해서 방향과 거리를 알 수 있다고 학술지 ‘미국공공과학도서관(PLoS ONE)’ 5월 25일 밝혔다.
연구진은 시각장애인이 혀를 차는 소리를 내게 한 후 메아리가 울리는 곳과 울리지 않는 곳에서 fMRI를 이용해 뇌를 관찰했다. 시각장애인이 메아리를 들었을 때 뇌에서 시각을 담당하는 부위가 활성화됐다. 뇌심리연구센터 멜빈 구들 교수는“이는 시각장애인이 자신이 낸 소리의 메아리를 이용해 주변 공간을 파악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돌고래나 박쥐가 자신이 낸 소리의 메아리를 이용해 주변 공간을 파악한 후 빠르게 헤엄치거나 날 수 있는 능력과 비슷하다.
구들 교수는 “이 연구는 두 사람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일반화하기는 아직 어렵다”며 “향후 추가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3. 손에 든 진동기는 ‘투명 지팡이’
블라인드의 마지막 장면에서 수아는 진동기를 사용해 범인의 얼굴을 정확히 가격한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이스라엘-캐나다 의학연구소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투명 지팡이’개발에 성공했다고 6월 27일 밝혔다. 투명 지팡이는 초음파를 발사한 뒤 되돌아오는 신호를 감지해 이를 진동으로 전달한다. 주변 물체의 위치나 높이를 알려줘 시각장애인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 차세대 '투명 지팡이'
개발에 참여한 아미드 아메디 박사는 “진동은 핸드폰과 유사하며 몇 분 정도 교육을 받으면 진동 정보를 통해 물체의 위치와 높이를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각 장애인이 사용하는 기존의 지팡이는 탐지 거리가 1m에 불과하고 가슴 위의 장애물은 감지할 수 없는 단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새로 개발된 진동 탐지기는 반경 10m까지 감지할 수 있으며 물체의 높이도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제조사인 이쓤의 야코브 미흘린 최고 경영자(CEO)는 “이번에 개발한 탐지기로 전 세계 2억 시각 장애인의 삶의 질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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