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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자동차 속 작은 발전소 - 연료전지! 본문
수소자동차에 들어가는 ‘연료전지(FC, Fuel Cell)’가 172년 전 개발된 기술이란 걸 알고 계신가요? 수소를 연료로 전기를 발생시키는 연료전지는 1839년 윌리엄 그로브 경이 개발했습니다. 그러나 실용적 기계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로브가 발명한 초기 연료전지인 ‘기체 볼타전지’는 거의 한 세기 동안 호기심의 대상으로만 남아있었죠.
하지만 최근 우리 정부와 세계 각국은 연료전지 상용화를 이뤄내기 위해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일본의 원전 사고를 계기로 새로운 대체 에너지 개발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기 때문이죠. 과연 연료전지는 차세대 에너지 기술로 우뚝 설 수 있을까요?
연료전지는 수소로 전기를 만드는 ‘작은 발전소’
초등학교 과학 시간에 했던 물 전기분해 실험 기억하시나요? 물이 담긴 수조에 두 개의 전극을 꽂고 건전지를 연결한 후, 한쪽 전극에 성냥불을 갖다 대면 ‘펑’ 하고 작은 폭발이 일어났죠. 두려움 반 호기심 반에 들떠 있는 제게 선생님은 그것이 수소라고 설명하셨습니다. 물과 전기가 만나 수소와 산소가 나오는 화학 반응. 만약 이것을 반대로 하면 어떻게 될까요? 수소와 산소가 만나 물과 전기가 나오는 반응, 이것이 바로 연료전지의 원리입니다.
▲ 연료전지의 원리
연료전지는 두 개의 전극(Electrode)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 전극으로 수소와 산소 기체를 흘려 보내줍니다. 전극 사이에는 두 기체가 반응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촉매(Catalyst)가 있어요. 수소자동차에 들어가는 연료전지는 촉매로 백금(Pt)을 사용한답니다. 촉매에서 수소와 산소가 반응하면 전기가 발생하고 연료전지 외부로 연결된 회로에 전기가 흐르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순수한 물과 열이 발생해요. 공해가 전혀 없죠. 또 이렇게 전기를 만드는 방식은 수소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직접 전기에너지로 바꾸기 때문에 효율이 매우 높답니다. 움직이는 부품이 없기 때문에 조용하고 수명이 긴 것도 연료전지의 큰 장점이에요.
우리가 알고 있는 전지는 내부의 화학 물질이 산화되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지요? 배터리 또한 전기를 충전해야 다시 쓸 수 있고요. 하지만 연료전지는 엄밀히 말해서 ‘전지’가 아니라 ‘전기를 만드는 장치’이기 때문에 수소를 연료로 공급하는 한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답니다. 마치 주유소에서 연료를 주입하듯 수소 역시 연료 통에 채워주면 되요. 수소자동차는 엔진 대신 작은 발전소를 가지고 있는 셈이지요.
연료전지는 언제, 어디에 사용할까?
첫 번째 실용 연료전지는 1960년대 미국 우주계획 아폴로 우주선에 사용됐어요. 생명 유지, 통신 장치용 전기를 만들어 사용했죠. 오늘에 이르기까지 미국 우주계획에서는 연료전지가 성공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육상용으로 주목 받기 시작한 건 1990년대 이후랍니다. Perry Technology와 Ballard 사에서 연료전지 잠수함 실험에 성공한 것을 계기로 이제는 거의 모든 자동차 회사들이 엔진 대신 연료전지로 전기를 만들어 달리는 수소자동차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 아폴로 우주선의 연료전지(UTC Fuel Cells) |
현대자동차의 ‘투싼 FCEV’(현대자동차) |
발전용으로 개발 중인 고체 산화물 연료전지(solid oxide fuel cell, SOFC)는 금속 산화물을 전해질로 사용해요. 산소 이온이 반응을 일으키려면 800~1000℃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상용화가 어려웠지만, 최근에는 500~600℃까지 낮출 수 있는 재료가 개발되어 주목 받고 있답니다. 특히 최근에는 유럽과 일본에서 가정에 둘 수 있는 저용량 SOFC 실증 실험에 돌입하는 등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휴대용 전원용으로 개발된 직접 메탄올 연료전지(direct methanol fuel cell, DMFC)는 연료로 메탄올을 이용할 뿐 원리는 고분자 전해질 연료전지와 같습니다. 아래 사진처럼 메탄올을 기기에 직접 주입하면 안에서 전기를 만들어 휴대폰 등을 충전할 수 있어요.
▲ 도시바 Dynario (구글검색)
▲ 1kW급 가정용 연료전지 (한국가스공사)
수소? 그게 연료라고?
연료전지 개발에 힘을 쏟는 이유는 연료전지가 효율이 우수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연료로 쓰는 수소의 장점이 크기 때문이에요. 수소는 원소 기호 1번으로 가장 가벼운 원소이고 무색, 무취, 무미의 성질을 가지고 있죠. 만물의 90% 이상에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고,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많아 연료로 굉장히 매력적이에요. 석유나 석탄처럼 고갈될 우려도 없어 차세대 연료로 유망한 후보에 올라있답니다.
물론 아직 기술적인 한계는 존재해요. 수소는 너무 가벼워서 공기 중에 머물지 않기 때문에 다른 물질에서 추출해야만 하거든요. 아직까지 대부분의 수소는 천연가스(LNG)를 분해해 얻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화석 연료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하지만 곧 태양광, 풍력 등의 신 재생 에너지 혹은 연료전지 자체에서 전기를 얻고, 그 전기로 다시 물을 분해하여 수소를 얻게 되면, 수소의 생산부터 사용까지 100% 친환경적인 에너지로 거듭날 수 있답니다.
수소는 세상의 중심이 될 수 있을까?
과연 수소가 중심이 되는 세상이 올까요? 아직까지 연료전지는 가격이 비싸고 수소의 생산, 저장 기술이 미비한 실정이에요. 수소 공급관, 충전소 등이 도입되어 있지 않아 상용화는 아직 이른 실정이죠. 일부에서는 수소보다는 태양광, 태양열, 풍력 등을 활용하는 ‘태양경제’가 도래할 것이라고 해요.
1차적으로 전기가 발생하면 그것을 바로 쓰는 것이 가장 좋겠죠. 에너지는 형태가 변환되거나 이동하면 열역학 제2법칙에 의해 항상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에요. 만약 태양광 발전으로 만들어진 전기를 바로 쓰지 않고 수소로 바꾸었다가 다시 전기를 만들면 효율이 현저하게 떨어지게 되요.
하지만 전문가들은 태양광이나 풍력 등의 신 재생 에너지는 송전과 저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수소가 그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태양광, 풍력 등의 자연 자원은 전기 발생량이 날씨에 많이 좌우되고 인간의 생활 리듬과 맞지 않는 문제점이 있어요. 예를 들어 이른 아침 시간과 저녁 시간에 전기 사용량이 급증하는데 일사량은 정오에 가장 많은 식이죠. 그렇다면 일사량이 가장 많은 정오에 전기를 많이 만들어 저장해 두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배터리 기술이 그만큼의 전기량을 저장할 수 없어요.
하지만 정오에 태양광 발전, 혹은 연료전지 자체에서 얻은 전기로 물을 분해하여 수소를 만들어 놓으면, 그 수소로 밤에도 필요한 만큼의 전기를 만들 수 있답니다. 즉 태양 에너지를 수소의 형태로 저장해 두는 거에요. 이 때 수소를 에너지 캐리어(energy carrier) 혹은 에너지 운반체라고 부른답니다. 이러한 순환 시스템이 갖춰지면, 비로소 화석연료를 완전히 탈피하여 신 재생 에너지만으로 전기 수급이 가능한 시대를 만들 수 있어요. 우리가 바라는 장밋빛 미래죠.
수소 시대에 대비하려면
수소 시대에 대비하려면 수소의 생산, 저장, 그리고 연료전지 기술이 함께 발전해야 해요. 수소의 생산에는 천연가스를 분해하는 방법 외에도 물 전기분해, 바이오매스 등 여러 기술이 연구 중이에요. 수소 저장 방식에는 수소를 액체로 만들거나 아주 적은 부피로 압축하는 방법이 있는데 아직은 둘 다 매우 비싼 기술이에요. 최근에는 탄소나노튜브(CNT)에 고체 형태로 저장하는 기술도 개발되었답니다. 또한 수소를 운반하고 공급하는 수소 충전소 등도 함께 개발해야겠지요?
개발단계에 있는 기술에 대해서 그 누구도 확고하게 ‘수소 시대가 온다’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에요. 하지만 확실한 것은 현재 인류가 에너지 위기에 봉착해 있고, 수소가 그 유망한 후보로 떠올랐다는 것이지요. 한국도 수소 에너지의 가능성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현실성 있는 정책으로 곧 도래할 수소 경제 시대에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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