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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국민서포터즈

어느 자폐 청소년들의 특별한 전시회

대한민국 교육부 2012. 6. 12. 07:00



화가가 되어 다시 만난 나의 첫 제자

 - ‘특별한 시선’으로 소통하는, 자폐학생 4명의 ‘열린 행성’ 전시회를 다녀와서 -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눈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눈으로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게 볼 수 있도록 설계해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귀를 주셨습니다. 온갖 아름다운 소리를 더 아름답게 들을 수 있도록, 훈련의 축복도 주셨습니다. 이것은 모든 사람에게 공통입니다. 그 중에 어떤 분들은 그 마음속에 아름다움을 품어서, 그 품은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일을 하도록 특별한 은사를 주셨습니다. 어떤 분은 음악으로, 어떤 분은 문학으로, 또 어떤 분은 미술로. 그것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주신 축복입니다. 함께 살고 있는 장애를 가진 우리 형제, 자매들에게도 이 귀한 축복은 동일하게 주어졌습니다.

 

홍정길 남서울은혜교회 원로목사님의 전시회 초대 말씀 중에서

 

지금도 2009년의 그 설렘을 잊지 못합니다. 학교 교문 앞을 들어갔다, 나왔다 몇 번을 반복했는지 모릅니다. 쿵쾅쿵쾅, 가슴이 터질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그렇게 밀알학교에서 저의 첫 제자들을 만났습니다. 비록 한 달 동안의 짧은 교생 실습이었지만, 저는 그 곳에서 일곱 명의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2012년 5월, 아주 반가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의 특별한 첫 제자 중 한 명인 신동민군(밀알학교 고등부 1학년)이 화가가 되어 전시회를 열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문득 쉬는 시간이면 동물 그리기를 좋아했던 중학교 1학년 동민이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3년 동안 동민이가 어떻게 성장했을지, 어떤 그림을 그려왔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렇게 방문한 밀알미술관, 동민이의 그림 앞에서 저는 조금 울었습니다. 대학원 생활이 힘들어서, 혹은 교생실습 때의 추억이 생각나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사실은 동민이의 그림들에서 작은 위로를 받았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에게도 그 따뜻하고 놀라운 세상을 소개합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행성에 살고 있다. 나는 조금 더 멀리서 왔다. 

나는 지금 나의 행성을열었다" 


동민, 선아, 예진, 동민이의 행복한 세상 ‘열린행성 전(展)’


▲ 자폐성장애를 가진 신동민군의 그림들


그림 어떠셨나요? 전시회에서 동민군의 어머니와 미술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 분들의 이야기도 들어보실래요?


1. ‘열린행성’ 전시회는?

 : 자폐성장애를 가진 청소년 작가(신동민(18) 강선아(16·여) 강예진(14·여) 이동민(14))들이 예술을 통해 독창적으로 자신의 세계를 표현하고, 세상에 ‘나’를 드러내 관객과 소통하는 미술 전시회입니다. 5월 19일~6월 3일까지 서울 일원동 밀알미술관에서 전시되었습니다. 열린행성 전은 끝났지만, 다음 전시회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신의 선물]展 6월 9일 ~ 7월 8일 곤지암리조트 갤러리 다르” 

 

2. 동민이와의 첫 만남은 어땠나요? (선생님)

 : 2011년 11월부터 1주일에 한 번씩 동민이의 그림을 지도하고 있어요. 우연한 기회에 동민이와 만나게 되었고요. 사실 이야기만 들었을 땐 아동화 수준의 그림일 줄 알았는데 실제로 동민이의 그림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그림의 수준도 놀랍지만, 그림이 포장되지 않으면서 정말 순수하고 깨끗했기 때문이죠. 그리고 어떤 그림을 그리든 ‘신동민화’ 되는 것이 가장 놀라웠어요. 10대 청소년이 하기 정말 어려운 부분인데, 그런 부분이 동민이가 작가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아닐까 싶었어요.

전시회에 오신 분들 중에 동민이 그림을 보시고 우는 분들도 많아요. 그림은 음악과 달라서 눈으로 보고 울기까지 다른 오감보다 더 어렵다고 하는데, 낮선 타인에게도 아이들의 울림이 전해지는 것 같아 저도 놀랐어요. 사실 이 아이들은 기성작가도 아니고, 나이나 사회적 지위, 학력 등 아무 기반이 없는데도, 작품과 작가의 경계, 예술의 경계 이런 것들을 다 내려놓고 작품을 마주했을 때 사람들이 감동하는 모습에 저도 감동했죠. 사람들이 동민이의 그림 하나 하나를 오랫동안 지켜보고, 유심하게 보고 그럴 때 동민이를 가르친 사람으로 뿌듯해요. ‘그림이 어떻다’라고 판단하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동민이를 드러냈을 때에도 사람들과 교감한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림으로 할 수 있는 가장 큰 역할을 아이들이 해낸 것이죠.

 

3. 동민이의 재능을 어떻게 발견하게 되었나요? (어머니)

 : 동민이는 어려서부터 그림을 좋아하고 잘 그렸어요. 그림을 통해서 한글을 가르칠 정도였으니까요. 평소엔 말도 안하고, 반응도 안 하던 아이가 그림만 그리면 두세시간씩 자리에 앉아있었어요. 그 때는 그냥 낙서라고 생각했는데, 그 생활이 계속되면서 그림이 점점 섬세해지고 발전하더라고요. 어느 날 학교에서 그린 그림이 밀알학교 꿈 가게에서 파는 에코백에 프린팅된 적이 있었어요. 예상치도 못했는데 그 가방이 불티나게 팔렸죠.

이 전시회 준비하면서는 하루에 7~8시간을 그림만 그렸어요. 그런데도 싫다는 소리 안하는 동민이가 기특하죠.

 

4. 그림을 그릴 때의 동민이는 평소와 어떻게 다른가요? (어머니, 선생님)

 : 동민이는 정말 집중해서 그림을 빨리 그려요. 매일 그림을 그리는데, 토요일 같은 경우에는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도 그리거든요. 그러면서도 지루해하지 않아요.

특히 본인이 좋아하는 걸 그릴 때 집중의 강도는 정말 유별나요. 눈에서 나오는 레이저의 수준이 다르거든요(웃음). 동민이가 동물만 좋아하고 사람한텐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인종별로 그려봤더니 흑인을 좋아하고. 노인을 그릴 때는 매우 집중하더라고요.  아마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던 건 편견이었나봐요. 그리고 작가답게 새로운 것들을 시도할 때 좋아하죠.

작년까지는 마커를 가지고 그렸는데 마커로 그린 그림은 보존 기간이 짧기도 하고, 동민이가 드로잉을 워낙 잘하니까 유화에 과감히 도전했어요. 사실 유화는 작가들의 꿈이라고 불릴 만큼 어렵고, 디테일한 선을 그리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과감하게 도전했죠. 그런데 물감을 다뤄보지 않은 아이가 유화 기법에 대해서 특별히 가르치지 않고 그냥 자유롭게 그리도록 내버려뒀는데도 시간이 지나니까 혼자 기름을 능숙하게 조절하더라고요. 색의 미묘한 차이점을 잘 잡는 동민이의 장점이 유화를 쓰면서도 빛이 났죠.

 

5. 동민이의 작품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어머니, 선생님)

 : (어머니) 저는 ‘맘모스’를 제일 좋아해요. 동민이가 유화로 처음 그린 그림이기도 하고, 거칠면서 힘이 있어 보여 좋아요.

 (선생님) 전시회에 온 많은 분들이 ‘사슴’ 그림을 가장 좋아하세요. 애잔하고, 따뜻하면서 슬픈 느낌이 있다고 하시거든요. 그리고 ‘거울 보는 신동민’ 그림도 좋아하시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토이 스토리’ 그림을 좋아해요. 이 그림 그릴 때는 너무 집중을 해서 동민이를 건드릴 수도 없었거든요(웃음).

 

6. 지금 동민이는 어떤 그림 수업을 받고 있나요? (선생님)

 : 동민이는 ‘하지 말라’는 것 속에 살던 아이였잖아요. 그래서 동민이 안에 있는 것을 편하게 풀어낼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어요. 그림 그리러 와서 웃고, 떠들고, 소리 지르고 하면서 편하게 있도록 해요. 그리고 싶으면 그리고, 아니면 놀고 그렇게 자유로운 그림 수업을 하고 있어요.

 

7. 어머니와 동민이의 꿈은 무엇인가요? (어머니)

 : 이런 일들이 갑자기 꿈처럼 왔어요. 사람들이 이렇게 관심을 가져줄 줄 몰라서 사실 앞으로의 꿈을 생각하기에는 지금도 얼떨떨해요. 동민이가 좋아하는 일하는 동안 제가 뒷바라지하고, 동민이와 함께 겸손하게 사는 것이 제 꿈이예요. 좀 더 더하자면 동민이가 그림을 좋아하면서, 즐겁게 그릴 수 있었으면 좋겠고요. 동민이 그림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웃음).

(선생님) 지금 이 전시회 때문에 자폐성장애인과 동민이의 그림에 ‘반짝’ 관심이 쏟아지는 게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얼마 전에 동민이와 함께 놀러 갔는데, 휴게소에서 사람들이 힐끔힐끔 보면서 이야기하고 그러더라고요. 냥 편하게 있는 그대로의 (장애)아이들을 인정하고 봐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동민군의 그림과 전시회 메이킹 필름을 보고싶다면 - 열린행성 전시회 홈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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