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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요즘 공부는 재밌어? 본문
저녁 늦게 퇴근하고 집에 와 보니 초등학교 1학년 우리 큰 아이는 책 읽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1학년 1학기 때에는 아이와 함께 등교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많이 해서 무엇이 고민인지, 요즘 관심사는 무엇인지 알 수 있었는데, 요즈음 퇴근도 늦고 바쁜 일 핑계로 주말이면 피곤하다고 쓰러져 있는 잠꾸러기 아빠입니다. 미안한 마음에 "그래, 요즘 공부는 재밌어?"라고 아이에게 물었더니. 읽던 책을 덮고 잠시 저를 지그시 바라봅니다. 이윽고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1학기보다 좀 어려워지긴 했는데, 어려워서 재밌어요."라고 합니다.
어떤 것이 어려운지 물어볼까 하다가, 아이가 1학년 2학기에 무얼 배우는지 모르는 무관심한 아빠의 현실이 떠오릅니다. 세상 모든 아빠가 공통으로 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엄마에게 물어봐."라고 하는데 저도 그중에 한 명이었습니다. 조금이라도 아이와 생각을 나누는 아버지가 되고자 바쁜 시간을 쪼개서 아이가 무얼 배우고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1학기에는 이런 걸 배웠구나
2학기 과목들을 보기 전에 아이와 함께 밀린 얘기도 할 겸 1학기 때 배운 책들을 가볍게 살펴보았습니다.
1학년 1학기 책들의 특징으로 생각되는 건 내용이 단순하고 그림이 많아 아이들이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한 점입니다. 아빠인 저도 그림책에 가까운 교과서를 보다 보니 일에 지친 마음에 도리어 제 마음이 치유가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아이 책을 보다가 어느새 이야기에 흠뻑 빠져든 저 자신을 보게 됩니다. 아이도 이 기차 그림이 마음에 드는 것 중에 하나라 합니다. 아름다운 글과 그림이 아주 좋습니다.
지금은 아이가 "에이~. 이거 너무 쉬워~."라고 이야기하지만 1학기에는 이렇게 한자씩 글자의 기초를 다져나갔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이때 바르고 또박또박 쓰는 연습을 해서인지, 이제는 곧잘 어떤 글이든 척척 예쁘게 써내려가는 아이가 기특한 마음이 듭니다.
아이 책을 보다 감명받은 글귀입니다. '공부는 왜 할까?' 라는 질문에 '깨닫고 배우기 위해서'라는 말. 여러 가지 생각하게 합니다. 학습에서 억지 주입식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깨닫게 하고 스스로 배우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도록 하는 것의 중요성을 느낍니다.
책을 읽다가 잠깐 아이와 함께 태풍놀이를 했습니다. 온 가족이 빙글빙글. 재밌습니다.^^
아이가 1학기 중 자주 쓰고 그렸던 그림일기의 한 부분입니다. 생각을 정리하고 감성교육에도 좋다고 봅니다. 아이도 처음에는 좀 어려워했지만 익숙해지니 자신만의 생각을 표현하고 그리는 시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책 곳곳에 아기자기 예쁜 그림의 동화가 있어서 보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감정에 따라서 거북이가 되었다가 호랑이가 되었다가 하기도 하고 말이죠. 아이가 1학기 동안 즐거운 학습을 했을 거라 생각되어 흐뭇합니다. 읽는 중간 아이와 서로 빨간 부채, 파란 부채 하면서 늘어났다 줄어드는 코 잡아당기는 놀이를 했더니 어느새 진짜 그림처럼 코가 빨개져 버렸네요.
학습 외에도 붙임딱지를 이용해서 책임감과 혼자서 할 수 있는 자립심이 커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1학기 학습을 바라보며 느낀 점은 깊은 사고를 요구하는 내용보다는 아이가 학습에 흥미를 붙일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그림과 동화, 놀이 등을 넣었고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행동과 관계성에 대해 배려한 부분이 느껴집니다. 물론 학습도 기초개념을 중심으로 쉬운 것부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1학기 내내 아이가 학교 가는 것을 그렇게나 즐거워했나 봅니다. 이런 학습이라면 배우는 것과 놀이가 다를 바 없으니 말이죠.
2학기에는 창제, 국어, 수학, 이웃, 한자 과목을 배워요
1학년 2학기는 지난 학기에서 수의 개념과 같은 기초 학습을 했다면, 2학기에서는 좀 더 깊은 사고력과 문제 해결력을 요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질문하는 문장의 길이도 길고, 물어보는 바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건성으로 읽다가는 틀린 답을 쓰기가 다반사입니다. 아이의 2학기 시험지에서 틀린 답을 보면 거의 그렇습니다.
학교에 교과서를 두고 다니는 아이에게 무겁게 들고 오라고 하기가 미안해서 교과서를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아이의 학습 노트와 문장들을 보면 '한 학기 차이이지만 사고력이 정말 많이 성장했구나!' 하고 느껴집니다.
긴 문장 띄어쓰기와 문장 부호를 정확히 적는 건 어른인 저도 참 어렵습니다.
길어진 질문의 요지를 정확히 파악해서 풀이 과정까지 적는 난이도는 1학기 초의 단답형 질문을 봤었던 기억을 멀찌감치 던져버리게 합니다. 마냥 초등학교 1학년 아이라고 어리게만 봐왔던 아이가 한참은 커 보입니다. 좀 더 사고력을 요구하는 추리 이야기책을 선물로 줘도 좋겠다는 생각이 한편으로 들기도 합니다.
2학기 들어서 배우기 시작한 한자는 단어의 뜻을 이해하는데 좋다고 생각합니다. 한자를 배우기 시작한 뒤로 모르는 단어를 물어볼 때마다 "이 단어는 한자로 나눠서 보면..."이라고 단어에 대한 한자를 먼저 설명해 줍니다. 그러다 배운 한자라도 나오면 '좋다'고 하고, 이해도 쉽고, 아이 기억에도 오래가는 것 같습니다.
항상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새싹이랍니다
짧은 저녁 시간이지만 아이와 즐겁게 한 학기를 되돌아봤습니다. 처음 학교에 입학해서 여러 가지로 부모가 도와줘야 했던 1학년 1학기를 지나서 이제는 혼자서 어려운 문제도, 행동도 척척 다 할 것 같이 늠름해진 1학년 2학기가 되었습니다. 대견하고 자랑스러운 아들 녀석입니다.
반면에 아무래도 새 학년 초보다 아이 학습에 관심이 느슨해진 아빠는 미안하기만 합니다. 다시 분발해서 첫 등교의 관심과 사랑으로 좀 더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늘려야겠습니다. 괜히 할 말 없어서 밑도 끝도 없이 "그래, 요즘 공부는 잘하고 있니?" 라고 묻는 아빠는 싫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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