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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국민서포터즈

근대문학과 나의 연결고리를 찾는 시간

대한민국 교육부 2013. 10. 23. 13:00

얼마 전, 동생이 시험기간에 문학을 공부하며 모르는 것을 질문해왔습니다. 작품의 주제의식과 배경을 공부하고 있었는데, 시간에 쫓기는지 급하게 외우려고만 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습니다. 저도 중·고등학교 때는 시험을 준비해야 한다는 다급한 마음에 무심코 외우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구슬로 꿰어진 문학사를 들여다본다면 외우지 않고도 더 흥미를 느끼며 공부할 수 있을 텐데요! 그래서 여러 방법을 생각하던 끝에 최근에 개관한 한국근대문학관문학 공부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먼저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9월 말, 인천에 새롭게 개관한 한국근대문학관은 인천문화재단과 인천광역시가 함께 만든 공공종합문학관입니다. 인천의 일제강점기 시절 창고 네 채를 현대식으로 바꾸어 개관했다고 하는데요. 특히 인천에 문학관이 세워진 것의 의미는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왜냐하면, 개항장으로서 근대문물을 비교적 빨리 받아들인 곳이기 때문입니다. 인천을 통해서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였던 환경이 사람들의 삶의 모습에 많은 영향을 주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근대문물로 인한 사회의 전반적인 변화 1894년부터 1948년 즈음까지를 다루는 근대문학에 고스란히 반영되어있을 것입니다. 

 

한국근대문학이란 무엇일까?

문학관을 더 의미 있게 살펴보고 싶어서 가는 길에 먼저 생각해보았습니다. 액면 그대로 말하자면, 대문학한국의 근대기에 표현된 문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근대문학과의 연결고리를 멀리서 찾지 않았습니다. 현재 존재하는 ‘나’의 가치관과 생각 일부를 이루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를 생각할 때, 통한의 세월을 겪으면서도 새날이 곧 오리라는 기대를 잃지 않았던 의지가 떠오릅니다. 매섭게 소용돌이치는 시대 속에서 피어난 문화의 정수로서, 문학작품은 현재 내가 사는 시대의 밑바탕을 끊임없이 구성해왔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문학사를 한눈에 들여다보다.

전시실에 들어서면서 가장 뜨겁고도 절실했던 시기에 쓰인 문학을 하나의 큰 흐름으로 보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도 세부적인 시대 상황의 특징을 눈여겨보고자 했습니다. 문명개화기에는 주변의 여러 나라와의 조약 체결을 통해 자본주의에 발을 담그기 시작하면서 개화의 물결이 조금씩 거세지는 시기였지요. 이 당시 ‘해에게서 소년에게’로 유명한 최남선이 지은 ‘경부텰도노래’는 매우 신기했습니다. 노래를 통해 당시 철도라는 신문물의 도입을 두고 개화와 계몽의식을 고취하려는 노력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노래를 직접 들어볼 수 있었는데요. 쉽고 간단한 멜로디여서 금방 귀에 익숙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신소설과 외국 흥망사, 또는 위인전당시 문학의 특징이었는데요. 위기의 시기에는 다른 국가의 흥망을 교훈 또는 반면교사로 삼아 배우고자 하였고, 민족 위인의 업적을 높이며 어려움에 굴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문학을 통해 민족을 바로 세우고자 여러모로 힘썼던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1910년대부터는 억압적인 일제시대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문학 활동이 많이 활발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정치적인 이야기는 함구해야 했기에 문학의 여러 기능 중 하나인 비판과 쓴소리는 하지 못했던 것이지요. 대신 개인의 정서와 연애, 문명에 관한 문학 활동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 시기에는 교육받은 일본 유학생 청년들이 글을 썼는데, 나름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미미하게나마 문학 자체가 개인을 표현해내는 목적이 되었던 시기라고 볼 수 있지요. 그러한 문학의 줄기를 형성하게 된 데에는 일제라는 배경이 존재했다는 것은 여전히 아쉬운 일이지만요. 이광수‘무정’이라는 작품은 최초의 근대 장편소설인데, 민족의 현실을 깨닫고 이후 이를 위해 실천하려는 청년들과 그들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것이었습니다.

1920년대로 오면 좌절감을 딛고 어둠을 쫓아내고자 고군분투하는 모습들이 점차 보입니다. ‘퇴폐적 낭만에서 현실에 대한 눈뜸으로’라는 설명 공간에서는 두 시를 비교하여 그 변화의 양상을 발견할 기회를 주었습니다. 어둠에 대한 문인의 서로 다른 시각을 엿볼 수 있었는데요. 박종화<사의 예찬>과 교과서를 통해 많이 접했던 이상화<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였습니다. 찬찬히 감상해보았습니다. 두 시가 같은 배경으로 탄생했지만, 시대에 대해 느끼는 비참한 감정과 곧 새로운 날이 올 것에 대한 의지동시에 공존하는 시대이기도 했네요.

  

교과서에서 자주 접하고, 많은 학생이 감상했을 김소월한용운의 작품을 보았습니다. 현대에 와서도 이 시들이 익숙한 것은 노래로도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이 문인들의 작품이 여전히 사람을 이끄는 이유를 생각해보았습니다. 동시대를 살았던 누구나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간결한 문체와 시어를 사용해 후세대까지도 아우르며 ‘시대에 대한 우리네 한(恨)’이라는 응어리진 정서를 공유하는 시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식민지 현실을 그려 한과 아픔의 정서를 그려낸 소설도 인상적입니다. 현진건 <운수 좋은 날>, 나도향<벙어리 삼룡이>, 염상섭<표본실의 청개구리>, <만세전>학교에서 배운 적이 있는 터라 반가운 마음이었습니다. 특히 <운수 좋은 날>은 제목과 달리 김 첨지라는 인물을 통해 그 당시 현실을 차가울 정도로 실제성 있게 담아내서 그 정서를 한층 더 심화시켜주는 작품이지요. 식민지 현실의 민중의 삶에 대해 많이 들었지만 그럼에도 문학을 통해서는 훨씬 더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그 시대를 체험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근대문학현재와 과거를 이어주는 실타래 같은 것이지요.

1930년대에는 제가 좋아하는 박태원의 작품들이 등장했습니다. <천변풍경>,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과 같은 작품은 다른 소설과 다소 다른 특징을 갖고 있는데요. 흔히 생각하는 한 편의 흥미로운 이야기는 아닐 수도 있지만, 작가와 같이 걸으며 함께 생각하는 느낌이 듭니다. 문인이 시대를 담아내는 방식은 매우 다양한데, 그런 면에서 박태원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그대로 담담히 묘사하지만, 그 가운데 현실에 대한 씁쓸함과 지식인으로서 고뇌를 담고 있어 한편으로는 더 무겁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해방의 시기까지 어려운 때가 참 많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삶의 모습에 많은 변화가 있던 시절, 시대에 대한 고민문학으로 공유했습니다. 무력함이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이내 의지를 다지고 가슴 속의 염원을 문학으로 표현해냈던 문인들에게 감사의 마음이 들었습니다. 새롭게 꿈꾸는 그 날이 오기를 마땅히 바라고 기대하며 표현했던 의지가 모여 실제로 그 날이 왔고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새 문물을 받아들였던 당시의 인천을 그려보며

2층에는 문학에 나타난 인천의 근대문학과 문학사 연표 및 대중문학에 대해 알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번 문학관 방문을 하면서 인천에 처음 가보게 되었는데요. 인천개항장이었다는 사실이 단 한 줄로는 설명이 부족할 정도로 정말 많은 사회적 변화를 몰고 왔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일하러 오고, 돈을 벌며,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는 접점이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러한 배경 속에 사람들이 노동자로 살아가는 변화된 현실을 그려낸 강경애<인간문제>라는 작품에 대해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문학 체험하기

곳곳에는 당시 모습과 똑같이 만든 책손으로 만지면서 읽어볼 수 있게 되어 있었습니다. 덕분에 국한문이 혼용되어 당시의 문체 느낌 그대로를 가지고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스크린을 손으로 터치해서 학습할 수 있는 키오스크를 통해서 김소월, 한용운의 시가 노래로 재탄생한 것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시대/내용별 혹은 작가이름으로 검색해 알아보고 싶은 작가에 대해서 배울 수도 있습니다.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문인들의 캐리커처가 있는 곳에서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작가와 그 작품의 정보를 담을 수도 있습니다.

문학관을 찾는 학생들이 꼭 해보았으면 하는 것근대의 대표적인 몇 작품을 꼭 읽어보고 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전시실 내 갖춰진 학습지를 활용해 문학을 깊이 있게 접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특히 <운수 좋은 날>과 <만세전>이라는 작품에 대해서 미리 읽어간다면 학습지를 활용하여 그 배경과 함께 내용도 잘 이해하게 되고, 문학 감상에 훨씬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한국근대문학의 영향력

한국근대문학관 과장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근대문학작품만이 가진 특성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국의 문화, 즉 모든 문학의 원류라고 해주셨습니다. 현재 세계 여러 나라에서 ‘한류’의 영향이 대단한데요. 한류 열풍의 중심은 한국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이러한 한류의 핵인 드라마의 구성이 대체로 삼각관계를 그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이 근대문학으로부터 출발했다는 것입니다. 그 예로 1913년 <장한몽>이라는 작품에서 삼각관계가 처음으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근대문학이 근간이 되어 한류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에 매우 놀라웠습니다. 또, 한국근대문학이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과장님의 생각을 여쭈어보았습니다. 시대를 거치며 축적된 문학의 이야기들이 곧 삶의 양식의 바탕이 되었다고 이야기해주셨습니다. 현대인들의 정신과 삶의 양식의 저변을 이루고 있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한국근대문학관을 통해서 문학에 관심 있는 관람객들이 꼭 얻었으면 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여쭈어보았는데요. 학생들이 문학을 암기과목처럼 여기지 않고, ‘휴머니즘’으로서 보아야 한다고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암기로는 문학의 본 모습을 다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첫째로는 근대문학의 흐름과 상을 파악하는 것, 둘째로는 책과 문학에 가까워지려고 늘 노력하는 자세를 권유하셨습니다. 그 문학작품이 왜 그 시대에 나왔고, 어떤 배경에서 쓰였고, 후대에는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저도 큰 틀과 시대 흐름 속에서 문학을 바라보니, 그 시대를 응시할 수 있게 되고 왜 작가가 그 작품을 쓸 수밖에 없었는지를 탐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문학은 시대를 응시하고 느끼는 것

문학관에서 문학과 시대를 만나면서 느낀 점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먼저, 문학을 전체적인 시대 흐름에서 보자는 것입니다. 이전에는 작품 내에 작은 요소들을 분석하고 그 뜻을 밝히는 데 주력하는 좁은 감상의 관점을 갖고 있었는데요. 작품이 쓰였던 상황과 시대적 배경을 보아야 작품의 세부적인 내용이 자연스럽게 가슴 속에 들어와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또 하나는, 문학은 단편적인 역사적 사실을 ‘아는 것’보다 그 당시의 삶이 어땠는지를 ‘느끼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시대의 상황과 역사를 문학을 통해서 배우면, 정서적으로 그 시대를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일제 강점기하에 우리 민족의 수탈과 착취를 우리가 직접 경험하지 못하였어도, 문학을 통해서라면 지속적인 깨달음을 가능케 해줍니다. 마지막으로 근대문학은 문인들의 시대적 고민을 마주할 기회를 준다는 점입니다. 현대에 와서 내가 하는 고민은 그때와는 다르지만, 잠시나마 문인들의 시대적 과제와 고민에 대해 통감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학창시절, 근대문학작품이 어렵게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읽었던 염상섭의 <삼대>를 떠올려보며 든 생각입니다. 그렇지만 현재 우리의 삶의 모습을 이루기까지는 암울한 시대 속 고군분투해왔던 우리 민족의 모습 하나하나를 표현한 문학이 있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문학관에서 알게 된 한국근대문학 작가의 작품들을 더 알아보고 읽어보아야겠습니다. 한국근대문학관교과서에 나오는 굵직한 문학작품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교과서를 통해 문학에 대해 깊게 알기 원하는 중·고등학생들이 배우기에 좋습니다. 많은 현직 선생님들이 참여하신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근대문학과 ‘나’와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는 시간, 그리고 뛰어난 문학의 정수를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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