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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솔직하게 털어놓는 우리들의 관심사‘엄마, 나 요즘 이런 것 좋아해요’ 본문
‘엄마, 나 요즘 이런 것 좋아해요’
초등학생, 솔직하게 털어놓는 우리들의 관심사
컴퓨터게임 I 연예인 I 웹소설, 웹툰 I 연애
요즘 초등학생들 예전과 달라졌다는 이야기들 많이 하지요? ‘요즘 아이들은 우리 때랑 달라.’ 하는 이야기가 많이 들려오는데, 과연 제대로 알고 계신가요? 텔레비전이나 뉴스에서 볼 수 있는 아이들을 보면 혀를 끌끌 차면서 ‘내 아이는 아닐 거야.’ 하고 안심하고 계시지는 않나요? 어른 앞에서의 모습과 친구들 사이에서의 모습이 분명히 다를 텐데, 얼마나 어떻게 다를지, 친구들끼리 있으면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학생들과 터놓고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평범한 4학년 초등학생들의 요즘 관심 있는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학생들에게 익명도 괜찮으니 ‘요즘 나의 관심사는?’ ‘내가 한가한 시간에 가장 많이 하는 것은?’ 이라는 주제로 자유롭게 적어보라고 했습니다. 두루뭉술하게 게임, 컴퓨터로 적지 말고 상세하게 적어달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학생들의 글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학교에서의 생활 모습이 워낙 반듯하고 얌전하였던 아이들에게 ‘설마 너마저’ 하고 의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답니다. 평소에 취미나 특기를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하면 학생들은 무난하게 ‘컴퓨터 게임’, ‘텔레비전 시청’ 등을 이야기합니다. 도대체 어떤 컴퓨터 게임을 하는지 어떤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좋아하는지 학생들과 솔직히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먼저, 전자 기기를 이용한 게임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았습니다. 휴대전화, 닌텐도, 컴퓨터 등을 이용하여 게임을 하는 학생들이 매우 많았습니다. 남녀를 불문하고 게임을 한 가지 이상을 하고 있었고, 특히 남학생의 경우는 게임을 정말 많이 하며 대화 내용의 반 이상이 게임 관련 이야기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19세 이용가 게임을 하는 학생들도 많았습니다. 어머니께서 허락해 주셨다, 일주일에 한 시간만 한다 등을 이유로 다소 위험하고 폭력적인 게임을 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본인들도 잔인한 장면이 자주 나오고 어른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게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친구들이 많이 하므로 라는 이유로 상당히 자연스럽게 하고 있었습니다. 과연 시간을 제한하거나 부모님의 지도 아래에서 게임을 한다면 허용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연예인들에 대한 높은 관심사를 알 수 있었습니다.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은 저희 반 모든 학생이 한 가지 이상 시청하고 좋아하는 분야였습니다. 여학생들이 남자 연예인을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은 많이 했는데 예상외로 남학생들도 여자 연예인을 많이 좋아하고 있었습니다. 드라마를 챙겨보고, 노래를 내려받아 들으며, 인터넷에 기사를 찾기도 하고 휴대전화에 배경을 해놓는 등 열렬한 팬 문화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중, 고등학교 때나 볼 수 있었던 모습들을 초등학생들에게서 발견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연예인과 드라마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오는 이야기가 인터넷 기사였습니다. 좋아하는 연예인, 챙겨보는 드라마에 대한 기사를 인터넷으로 자주 찾아보는데, 건전하지 못한 댓글이나 선정적인 사진과 기사들에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드라마나 연예인 이야기를 하니 학생들의 대화 내용이 마치 어른들의 대화인 것처럼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이야기도 많아졌습니다. 학생들의 연예인에 대한 관심을 무조건 없앨 수는 없습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사용 역시 거스를 수 없는 문화인데 어른들의 관심과 지도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과 함께 인터넷 기사나 댓글에도 나이 제한이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웹툰, 웹 소설을 보고 블로그나 카페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었습니다. 유튜브에 올라온 동영상을 찾아서 본다는 이야기도 듣고 다시 한 번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학생들에게 정말 활짝 열려있는 개방된 공간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인터넷에 가면 일본 애니메이션들이 부분별로 올라와서 쉽게 볼 수 있다고 하는데, 19세 이용가 애니메이션도 따로 로그인 없이 볼 수 있다고 하여서 더 깜짝 놀랐습니다. 판타지 소설이나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소설을 직접 쓰기도 하고 읽기도 하며, 블로그나 카페 활동을 하면서 악성 댓글을 달아본 적이 한 번 이상 있다는 학생들도 꽤 많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학생들의 최대 관심사는? 바로 연애였습니다. ‘연애’ ‘여자친구’ ‘남자친구’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저희 반 학생들은 또래보다 순수하고 이성에 대한 관심이 낮다고 바라봤는데, 교사의 착각이었답니다. 웹툰이나 웹 소설도 연애나 사랑과 관련된 것에 가장 큰 흥미를 보이고 있었고, 고백을 전제로 한 진실 게임도 학생들 사이에 크게 유행하고 있었습니다. 최근 고백을 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학생, 사귀었다가 헤어진 학생 등 다양한 연애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럼 초등학생들은 사귀면 무엇을 하나? 하는 것이 궁금해졌는데요. 기념일 챙기기, 카톡 하기, 주말에 같이 놀기, 메신저 상태 메시지에 비밀로 표시하기 등을 주로 한다고 합니다. 사귀는 친구가 있다고 하면 주변 친구들도 많이 부러워한다고 하고,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도 ‘모태솔로’나 ‘솔로’라는 것을 희화화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학생들이 사귀는 사람이 없으면 ‘부끄럽다.’ 혹은 ‘불쌍해 보인다.’는 의견도 나와서 참 놀랐습니다.
이 밖에도 요즘 학생들은 운동장이나 놀이터에서만 놀지 않고 친구와 카페에 가서 팥빙수, 아이스티 등을 시켜놓고 대화를 한다고 합니다. 또한, 연예인 화장법이나 손톱 관리 등에 대한 관심도 높았습니다. 아직은 4학년이라서 하지 않지만 5, 6학년이 되면 당연히 할 것으로 생각하는 학생들도 많았는데 들으면서 교사인 저는 놀랐지만, 학생들에게는 자연스러운 이야기였나 봅니다. 저도 들으면서 놀랐던 이야기를 부모님께 솔직하게 털어놓는 시간을 가지도록 했습니다. 그래서 부모님께 준비한 ‘엄마, 나 요즘 이런 것 좋아해요’ 를 주제로 편지를 썼습니다. 솔직하게 편지 쓰기를 망설이던 학생들도 엄마가 아시면 더 대화가 잘 통하고 사이가 가까워질 거라고 이야기했더니 사진까지 곁들여 아주 자세하게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았습니다.
‘설마 우리 반 아이들은 아닐 거야.’ 하는 안일한 생각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은 대화 시간이었습니다. 학생들은 솔직하게 자신들의 관심사를 이야기하고, 교사인 저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깜짝깜짝 놀라기도 하고 내가 여태껏 어른의 눈으로 아이들을 판단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화는 강요하고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또래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형성된 문화나 관심사를 어른이 일방적으로 통제한다고 하여서 옮겨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터놓고 이야기하면서 학생들이 대화를 통해서 스스로 문제점을 발견해나가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문화를 키워나갈 수 있는 장을 많이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학생들은 이런 이야기를 하면 혼날 줄 알았다면서 쉬쉬하고 있었던 이야기였고 교사인 저는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제멋대로 판단하고 적당한 선에서 지도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이 되었습니다. 오늘 자녀 혹은 우리 반 아이들과 터놓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눈높이를 맞춰 대화해야 마음이 열리고 마음이 열려야 교사의 가르침이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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