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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공식 블로그
'한국사람' 이다도시의 자녀교육 이야기 본문
한국이름 '서혜나'.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이다도시(Ida Daussy)'로 더 친근한 프랑스인이 있다. 한때 '울라라~'라는 말을 유행어로 퍼뜨린 이다 씨는 학창시절에도 말이 많고 빠르기로 유명한 '수다쟁이'였지만, 늘 유쾌하고 발랄한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이젠 두 아이의 엄마로서 한국의 교육과 다문화가정의 현실에도 직면하게 됐다는 '17년차 한국주부'의 유쾌한 수다를 들어봤다.
"제가 한국 땅을 처음 밟은 건 프랑스 국제대학원 재학시절에 나온 실습 때였어요. 아시아 비즈니스 전공으로 한·중·일 국가를 방문했었는데 한국에서의 추억이 그리워 다시 오게 됐죠. '93년 연세대학교 불어과 강사시절에 결혼하면서 귀화했으니 한국에 온지 벌써 17년이 됐네요."
결혼 당시 이다 씨의 나이는 불과 23살. 잠시 한국에 머물다 프랑스로 돌아가 박사 과정을 밟을 계획이었지만 그녀는 과감히 한국에 남기로 결심했다.
이렇게 한국으로 시집온 평범한 프랑스 여성 이다 씨는 EBS 프랑스어 회화 강사를 시작으로 공중파 방송에서도 얼굴을 알리게 됐는데, 무엇보다 한국어를 빨리 습득한 덕이었다.
"1995년 3월 한국어학당을 졸업하고 한국어까지 가능해지면서 본격적으로 방송섭외가 많이 들어왔어요. 경험 삼아 즐겁게 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그 당시 제가 했던 한국말은 못 들어줄 만큼 실수투성이더군요."
올해로 방송경력 13년을 자랑하지만 최근까지도 그녀 특유의 말투(프랑스식 억양)를 바로 잡기 위해 전문가에게 교육을 받았을 만큼 그녀에게 '한국어 정복'은 여전히 쉽지 않은 벽이다.
"원래 제가 호기심이 많고, 가만있지 못하는 스타일이에요. 임신했을 때도 단 하루도 외부활동을 쉰 적이 없을 정도에요. 뭔가 해야 할 것 같고, 쉬면 안 될 것 같고…. 말도 많고, 빠른걸 보면 제가 수다쟁이인 것도 맞긴 맞나 봐요.(웃음)"
연세대학교에서 MBA 과정을 밟으며, 외부에서는 프랑스어 강사, 학교 내에서는 한국어학당 학생 생활을 거뜬히 해 온 그녀가 얼마 전부터는 교육, 문화, 요리, 와인 등 다양한 장르의 책까지 출간하는 작가로 나섰다. 하지만 '뜬금 없는' 장르가 아닌 모두 그녀의 관심사가 표출된 것으로, 준비 없이 출간한 책은 단 하나도 없단다.
가장 최근에 출간한 와인책의 경우, 이 책을 내기 위해 프랑스 보르도로 날아가 와인스쿨에서 공부하고, 와인 관련 두 개의 자격증까지 취득했을 정도다.
또한, 강연을 하는 데 있어서도 예전에는 프랑스 교육, 모유수유, 성교육 등의 주제로 강연요청이 많았지만, 최근 이다 씨에게 가장 요청이 많이 들어오는 주제는 바로 '다문화가정'이다. 17년간의 한국생활에서 느낀 다문화가정의 현실이자 문제를 생각해 보게 하는 기회인 만큼, 그녀 역시 공부하면서 강의자료를 만들고, 적극적으로 강연에 임하고 있다.
"잘 사는 나라에서 왔든, 못 사는 나라에서 왔든 한국 배우자를 만나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모두 '한국사람'이라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해요. '일단 우리 아이만 잘 하고 보자'는 생각으로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외면한다면 어느 순간 문제가 봇물같이 터질 겁니다. 저는 프랑스에서도 이미 봐왔던 문제이기에 한국에서도 더 이상 다문화가정의 문제를 미루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다 씨는 '외국계 프랑스인' 청년들의 사회적 분노로 표출된 '알제리 청년폭동(2005)', '리용폭동(1991)' 등을 일례로 들며, 우리나라도 언제 닥칠지 모를 일인 만큼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들 폭동은 이민 2~3세대의 청년들이 부당대우와 고용차별 등을 겪으면서 폭력으로 분노를 표출한 대표적인 사건들로, 아직까지도 크고 작은 문제들은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전한다.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안 좋은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편견이나 차별 없이 함께 어울려 공부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지만, 언어, 생김새 등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은 한국 땅에서도 '왕따'가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이다 씨의 두 아들 서유진(13)·태진(7) 역시 분명 한국인이지만 이러한 편견으로 일반학교가 아닌 서울프랑스학교에 다니고 있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는 백인부터 흑인에 이르기까지 피부색과 언어가 다양한 아이들이 모두 모여 있지만 어렸을 때부터 다인종이 함께 어울렸기에 그들은 '차이'를 인정할 뿐 '차별'에 대해서는 모릅니다. 일반학교에서 아이들의 편견보다 어른들의 편견, 교사들의 편견이 더 큰 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인 것 같아요. 한국 내 프랑스학교는 이미 '작은 유엔'인데 말이죠."
이다 씨는 일반학교에서 다문화가정 아이들에 대한 한국어 보충교육만 철저히 이뤄져도 이들이 모국에 쉽게 융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에 대해 한국어만이라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맞춤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외국인 엄마가 한국에 와서 언어를 배우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 서툰 한국말로 아이까지 가르치다 보니 아이들도 한국말을 제대로 습득하지 못 합니다. 이렇게 엄마가 외국 출신이고, 더군다나 한국말까지 서툴면 실제로 아이 친구들 사이에서 거의 '언어장애인' 취급을 받습니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한국어를 배우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더욱 세심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이다 씨가 프랑스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방송인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계기 역시 '언어장벽'을 빨리 극복했기 때문이다. 대학시절 언어학을 전공하고 관심도 많았기에 학창시절에 이미 영어까지 유창하게 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던 게 사실이다. 한국어 역시 빨리 습득한 편이지만 그렇다고 그 과정이 쉬운 건 아니었다.
방송 초기 이다 씨는 어색한 한국말로 인해 '한국말 웃기게 하는 외국인'으로 떠올랐고, 자신은 진지하게 말을 해도 듣는 사람은 웃고 있으니 그녀로선 억울한 날도 많았다는 솔직한 심경도 전한다.
"어릴 적 저는 질문도 많고, 호기심도 많아, 친구들이 선생님께 한 질문까지 대신 답하는 아이였어요(웃음). 말 많고 참견도 잘하는 그런 아이였죠. 그런데 유진이가 저를 쏙 빼닮았는데 어떻게 하죠?"
이다 씨는 큰 아들이 자신의 '수다'를 빼닮아 고민이란다. 하지만 아들을 야단치기보다 모든 것을 솔직하게 얘기하는 아들의 말을 좀 더 귀 기울여 주기로 했다.
"부모와 자식 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대화라고 봅니다. 문제가 있을 때 그에 대해 서로가 얘기할 수 있어야 하는데 거기서 막히면 문제와 갈등이 시작된다고 봐요. 저도 앞으로는 장담할 수 없지만 지금은 고민 있을 때마다 솔직하게 얘기하는 아이들을 볼 때면 아직은 신뢰와 친밀감이 잘 형성된 것 같아 행복합니다."
불규칙한 방송 스케줄 속에서 과연 아이들을 어떻게 잘 키울까 싶지만, 우선 그녀의 방송스케줄을 아이들에게 알리고, '짬'이 나는 대로 아이들과 무엇을 할지 일정을 함께 계획하고 있다.
이다 씨가 살고 있는 서초구 서래마을에 가면 이다 씨와 아이들이 함께 걸어 다니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띌 만큼, 쉬는 날에는 늘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게 그녀가 아이들을 향한 최소한의 배려다. 그나마 중학생인 유진이가 초등학생인 태진이를 데리고 박물관이나 도서관에 다니는 등 잘 챙겨주는 게 엄마로서는 고맙고 흐뭇하다고.
"장래에 선생님이 되고 싶어 하는 유진이는 라틴어와 운동 수업으로 일정이 빡빡한 목요일 빼고는 학교에 가는 게 즐겁대요. 친구들과 사이도 좋고, 최근에는 파워포인트 만드는 취미에 흠뻑 빠졌는데, 며칠 전에는 나폴레옹에 대한 자료를 수집한 후 그 내용을 바탕으로 파워포인트를 만들고 있더군요. 그냥 놀라고 해도 자료 수집하는 게 재밌대요."
무엇보다 체험교육을 중시하는 이다 씨가 아이들 교육에 있어 가장 신경 쓰는 건 '호기심'을 키워주는 일이다. 열정이 있다면 뭐든지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느 부모와 마찬가지로 아이들의 행복이 곧 그녀의 행복이다. 여태껏 사교육 한번 없이 아이들을 키워왔듯 이다 씨는 앞으로도 아이들의 교육에 최선을 다 하는 엄마가 되고 싶단다.
그리고 때때로 여행을 떠나고, 프랑스 고향에도 가고…. 여성으로서 일도 멋지게 하면서 '오늘의 행복'을 만끽하고 싶다는 그녀의 인생철학이야 말로 진정한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 아닐까 싶다.
교과부 웹진 꿈나래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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