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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이 시험? 미국 중학교의 성적은 어떻게 결정될까? 본문
매일이 시험? 미국 중학교의
성적은 어떻게 결정될까?
미국의 중학생들은 오후 3시 경 학교 수업이 끝납니다. 방과후에는 공부를 보충하는 학원에 가는 학생들보다 스포츠 활동을 하는 학생이 훨씬 많죠. 그렇다고 공부에서 해방되어 사는 건 결코 아닙니다. 물론 학교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주 5일 내내 과목별 과제가 주어지며, 교과와 관련된 모든 활동이 점수로 매겨지는 게 일반적입니다. 때문에 '매일이 시험'이라고 푸념하는 학생도 있는데요, 그럼에도 이들이 학습 부담이나 점수 강박에 그다지 시달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을까요?
▲ 특정 시험 기간 없이 교과 과정 중 꾸준히 치러지는 미국 중학교의 시험(출처: 직접촬영)
매일이 과제와 시험, 단 하루로 결정되지 않는 점수
미국의 중학교 중에는 '시험 기간'이 따로 없는 학교가 대부분입니다. 거의 매일이다시피 시험을 보거나 점수로 매겨지는 활동을 이어가기 때문이죠. 과목별 숙제도 늘 주어지고 팀별 프로젝트 활동도 이루어지기 때문에 방과후 시간은 숙제를 하는 데 몰입하는 학생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공부할 게 너무 많다거나 시험을 본다고 심하게 긴장하는 학생은 많지 않아 보이는데요, 그 이유 중 하나는 '단 한 번의 시험'으로 점수가 결정되는 게 아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중학교 교과목은 영어, 수학, 사회, 과학, 선택활동(코러스, 오케스트라, 아트 등), 체육 등 총 6개입니다. 학생들은 몇 개의 팀으로 나뉘고 그 안에서 또 교과목별로 시간표가 각기 달리 배분되죠. 담당 교사마다 시험 방식이나 점수 주는 방법이 다르지만 그 안에서 공통되는 부분이 있다면 모든 학습 활동과 과제를 점수로 매긴다는 점입니다. 수업 참여도 하나까지 성적표에 오를 점수에 합산되다 보니 학생들은 결코 수업에 소홀히 할 수 없겠죠.
수학의 경우 6일 전, 5일 전, 3일 전, 하루 전이 모두 시험이었을 정도로 배우는 모든 과정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테스트하고 점수에 합산합니다. 체육 역시 11일 전, 7일 전, 5일 전, 하루 전이 모두 시험이었습니다. 영어는 책에 대한 자료조사부터 에세이, 과제 등 다양한 활동들이 점수로 매겨집니다. 이렇게 여섯 과목의 시험을 보다 보면 학생들 입장에서는 매일 한 두 과목의 시험이나 과제를 제출하게 되는 셈입니다.
▲ 시험 후 신속하게 점수가 업데이트 되어 온라인 상에서 지금까지의 평균 점수를 확인할 수 있다.
부족한 건 채워서 재도전, 재시험! 보너스 점수 기회도
그렇지만 '또 시험'이라고 지겨워하는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꾸준히 교과 활동을 하는 데 익숙해져 시험을 특별한 평가로 여기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여기에 중요한 작용을 하는 장치가 '재시험 기회'가 아닐까 싶습니다.
수학의 경우 정식 시험에서 만족할 만한 점수를 받지 못한 학생들은 오답노트를 만들어 내고 재시험에 응합니다. 재시험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면 그 점수로 성적에 올려주죠. 재시험을 보라고 권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학생들 스스로가 시험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알아낸 뒤 다시 공부해 재시험에 응하는 것이죠.
또 하나 학생에게 유리한 부분은 정해진 시험 문제에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가산점 문제를 내줄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100퍼센트를 얻은 학생도 가산점을 더해 105퍼센트까지 올려놓아 다음 번 시험에 좀 실수를 해도 평균을 유지하는 데 기복을 줄일 수 있습니다.
과제물 역시 정해진 날짜에 못 냈다고 해서 0점을 받거나 꾸중을 듣는 것이 아니라 약간의 점수만 삭감해 받아줍니다. 또 시험 있는 날 다른 활동으로 결석을 한 학생들을 위해 대체 시험일을 제공해 빠졌던 시험을 볼 수 있게 해줍니다. 학부모 입장에서 이러한 시험 절차를 보면 시험이 몰랐던 것을 알게 하고 스스로 도전해보게 하는 자기주도적인 학습 습관 배양을 위한 하나의 장치 역할을 한다고 느껴집니다.
▲ 수십 번의 시험이 합산된 4번의 쿼터 정석 평균이 한 학년의 최종 점수. 가산점을 주기 위한 문제,
재시험 등 도전하는 학생에게는 점수를 얻을 기회를 준다
온라인 학생 관리 시스템으로 매일 성적 업데이트
학교마다 성적표 형식은 다른데, 한 중학교의 경우 1년을 4학기로 나누어 쿼터제로 운영합니다. 한 쿼터에만도 수 차례씩 본 시험 점수가 모두 성적에 합산된 평균이 쿼터 성적입니다. 4번의 쿼터 점수를 평균낸 것이 최종 성적표에 오를 한 학년 성취이니 그 점수는 수 십 번의 시험과 과제물이 종합 평가된 것이죠.
같은 종이시험이라도 성적에 50% 비중으로 반영되는 시험도 있고, 40%로 환산되는 시험도 있습니다. 종이시험의 비중은 60% 정도이고, 참여도 30%, 과제물 제출 10% 등 학습 태도와 관련한 점수 비중이 높은 편입니다.
이렇게 자주 보고 점수 환산 방식도 복잡한 시험 성적을 어떻게 확인해볼 수 있을까요? 엄마들이 계산기를 두드려볼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성적 관리 시스템이 매일같이 업데이트되기 때문이죠.
온라인에서는 어제 본 시험 결과만이 아니라 과제 제출 여부, 과제 제출일, 점수를 깎인 이유, 종합적인 점수까지 아주 자세하게 검토해 볼 수가 있어요. 이를 통해 성적을 스스로 꾸준히 체크하면서 조율해나갈 수 있습니다. 한 학부모는 B인 성적을 보고 당분간 스마트폰을 못 보게 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하고, 한 학생은 91퍼센트로 간신히 A를 기록하고 있으면 재시험을 봐서 일단 평균 점수를 높여놓아 다음 시험 부담을 줄이는 등 자기주도적으로 성적 관리를 합니다.
이들이 학습 부담이나 강박에 덜 시달리는 건 점수를 깎는 데 목적을 두거나 누가 더 잘하는지 골라내기 위한 시험이기보다, 모르는 것을 알게 하고 꾸준히 스스로 점수를 관리해 나갈 수 있는 시스템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라 판단됩니다.
▲ 한 과목에도 시험 영역은 다양하다. 감점에 대한 이유도 함께 평가에 써준다.
기회 잡는 만큼 성취 얻도록 상호소통에 귀 기울이는 교사
학생들은 성적에 대해 교사로부터 꾸중을 듣는 일은 없습니다. 그야말로 자율적인 관리가 요구되죠. 다만 교사들은 온라인과 이메일을 통해 준비물, 시험, 프로젝트, 과제 제출일, 미제출한 과제 등에 대해 설명한 메시지를 보내고 시험 일정도 미리미리 안내합니다. 좋지 않은 점수에 대해서는 그 평가 이유를 명백하게 적어놓기 때문에 엄마들이 의아해하는 일도 피할 수 있습니다.
학생 관리는 온라인을 통한 고지로 이루어지지만 교사들은 학생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줍니다. 팀별 프로젝트의 경우 교사가 일방적으로 짜둔 팀이라면 교체 기회를 줍니다. 물론 이 과정 모두 학생 스스로 먼저 움직여야만 얻을 수 있는 기회입니다.
물론 교사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전반적인 중심은 스스로 노력하고 기회만 잡는다면 얼마든지 점수를 더 얻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게 미국 중학교의 성적 관리 시스템이라는 인상을 받습니다. 바쁜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잡아주지 않는다고 탓할 수도 있겠지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은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노력하는 길 뿐입니다. 시험지 한 장으로 결정내지 않는 미국 중학교의 시험은 경쟁 이전에 자율적인 성취를 배워나가는 과정으로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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