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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트럭에 패기와 문화를 싣고 달리다

대한민국 교육부 2016. 11. 7. 18:10








푸른 잔디 위에 옹기종기 앉은 청춘들, 청량한 음료 한 잔에 곁들이는 통기타의 선율, 때마침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과 설익은 웃음소리. 대학교 캠퍼스 안이라면 어디서든 쉬이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그런데 그 가운데 자리 잡은 트럭 한 대의 모습이 낯섭니다. 바퀴가 달린 걸 보면 분명 자동차가 맞는데 매끈한 은빛으로 치장한 몸체가 자못 세련됐습니다. 문을 내어 하늘로 들어 올린 허리춤에선 고소한 기름 냄새까지 풍깁니다. 그 사이로 빨주노초파남보 색색의 음료와 기름에 흠뻑 젖은 ‘옥튀볼(옥수수 튀김 볼)’을 주고받는 손길이 분주합니다. 트럭의 이름은 ‘칠링키친’, 정체는 요리하는 자동차 푸드트럭입니다.

  칠링키친은 올해 3월부터 서강대와 연세대 국제캠퍼스로 바퀴를 굴렸습니다. 푸드트럭이 캠퍼스로 들어올 수 있었던 건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의 캠퍼스 푸드트럭 지원사업 덕분. 칠링키친의 주방장 함현근(31) 씨와 연세대, 서강대, 경희대, 건국대, 서울여대 등에서 모인 창업멤버들은 트럭과 차량 개조 비용, 사무실 등을 지원받아 캠퍼스에서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리하여 탄생한 칠링키친의 모토는 ‘거나하게 늘어져 쉬자’는 것!

  “칠링키친의 뜻은 늘어져서 쉰다는 뜻의 영어 칠 아웃(Chill Out)에서 따온 말이에요. 요즘 대학생들은 학업과 취업 때문에 너무 바쁘잖아요. 우리 음식을 먹는 동안만큼은 늘어지게 쉬었으면 좋겠어요.”

  함 씨는 칠링키친을 통해 사라져가는 캠퍼스 문화를 되살리겠다는, 좀 더 거창한 목표도 내놨습니다. 먹거리뿐만 아니라 볼거리, 즐길 거리 3박자를 갖춘 ‘문화 콘텐츠’로 푸드트럭을 키우겠다는 것. 외부에서 음악가를 섭외해 버스킹(길거리 음악 공연)을 하고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영화도 상영한다. 돗자리와 예쁜 조명을 빌려주거나 누리소통망(SNS)을 통해 주문을 받고 배달을 해주는 서비스 등은 캠퍼스 푸드트럭만의 차별화된 마케팅 방식입니다.













청년위 지원받아 3월부터 캠퍼스서 영업 시작 
  지친 대학생 위한 푸드트럭 모토는 ‘맘껏 쉬자’

  학업과 취업에 지친 대학생들을 위로하겠다는 꿈을 지닌 함 씨 역시 평범한 대학생이었습니다. 늦깎이 대학생이던 함 씨는 본격적으로 취업을 준비하면서 외려 창업에 눈을 뜨게 됐습니다.

  “지난해 상반기쯤 교내 취업지원실에 찾아갔어요. 늦게 입학한 데다 서른 살이 넘도록 졸업도 못 하고 있어 초조했죠.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더욱 절망적이더군요. ‘취업이 너무 늦었다. 지금의 학점, 토익점수 갖고는 절대 안 된다. 당장 기업 인·적성검사 문제집 사서 풀고, 면접 스터디 준비하고….’ 그곳을 나오며 이렇게 취업하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취업은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뭘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지인으로부터 푸드트럭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이거다 싶었죠. 관련 규제가 하나 둘 풀어진다는 언론보도도 희망적이었습니다.”

  그렇게 함 씨의 푸드트럭은 지난해 첫 시동을 걸었습니다. 가진 건 매달 임대료를 내는 조건으로 빌린 트럭 한 대뿐. 누군가는 푸드트럭을 노점상쯤으로 여기기도 하지만 창업은 음식점 하나를 내는 것과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차량 개조와 메뉴 개발은 물론 고객·상권 분석부터 세무, 노무 등 신경 써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영업장 허가를 받고 각종 행사에 영업 유치를 하려면 사업소개서도 탄탄히 만들어놔야 했습니다.

  함 씨는 교내 스타트업 육성 수업을 찾아 듣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소셜벤처 육성사업 등에 지원해 멘토링을 받았습니다. ‘맨 땅에 헤딩’이었지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힘껏 도왔습니다. 백석남 워커힐호텔 R&D 팀장과 함께 메뉴를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 임직원의 재능 기부 프로젝트인 SK프로보노봉사단의 문을 두드린 결과였습니다. 일류 호텔 주방장의 도움을 받아서인지 그의 푸드트럭에서 나오는 메뉴들은 요즘 유행하는 말로 ‘고급집니다’. 하와이안 그릴 핫도그와 요거트 아이스크림 과일소다는 이름만으로도 그 품격이 느껴지고, 신선한 채소가 담뿍 든 포켓 샌드위치는3000원짜리 길거리 음식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알찹니다.

  ‘취업 대신 창업’ 생각 경계해야… 
  푸드트럭 창업자 위한 멘토링 플랫폼 만들 것

  고급스러운 음식과 타깃을 정확히 겨냥한 마케팅으로 캠퍼스까지 진출한 함 씨의 푸드트럭 사업은 어느덧 6대로 차량을 늘렸습니다. 함 씨도 이제는 아르바이트생을 직접 고용하는 어엿한 사장님 소리를 듣습니다. 주변에선 푸드트럭을 하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물어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푸드트럭이 꽤 괜찮은 창업 수단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모범이 되겠다는 목표는 이미 현재진행형입니다. 푸드트럭 창업을 희망하는 이들을 위한 멘토가 되겠다는 계획도 구체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지금 푸드트럭 시장은 일부만 돈을 버는 상황이에요. 누구나 시작은 할 수 있지만 이걸로 먹고살 수 있을 정도로 사업의 지속성을 갖기가 어렵죠. 대개 푸드트럭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사회초년생이거나 노년에 은퇴한 분들이에요. 이 작은 푸드트럭만 해도 사업자금으로 3000만 원 정도가 필요한데 그들에게는 매우 큰돈이죠. 망하면 안 되는 거예요. 소상공인지원재단 등 음식점 창업교육을 하는 기관들이 있지만 음식점과 푸드트럭은 달라요. 푸드트럭 창업자들만을 위해 저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플랫폼을 만들 생각입니다.”

  그러나 함 씨는 무턱대고 푸드트럭 창업에 뛰어들어선 안 된다며 “창업이 취업의 대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에게 4대 보험을 적용해주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실직 청년으로 지원자를 규정해놓은 일부 청년 푸드트럭 지원사업에 대해선 아쉬움도 털어놨습니다.

  “취업이 안 돼 길거리로 내몰린 청년으로 보는 시각이 여전히 존재해요. 기존에 없던 새로운 도전이니까요. 푸드트럭을 하나의 회사로 키워낼 겁니다. 내가 원하는 모습의 회사를 내 손으로 일궈 다이내믹하게 살고 싶습니다. 푸드트럭과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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