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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왜 2주에 한 개씩 회사를 사들일까 본문
지난 1호 기사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3가지 키워드’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인터넷, 센서, 인공지능, 이 3가지가 바로 핵심 키워드였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이 3가지 키워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의 세계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사실 사물인터넷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개념보다 더 큰 개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란 표현은 ‘인더스트리 4.0’이라고 해서 독일에서 확장된 개념입니다. 지난 호 아디다스의 공장 혁명에서 살펴봤듯이, 독일에서는 산업계와 정부, 대학과 연구소 등이 협력해서 사람의 손길이 별로 필요 없는, 지능형 자동화 공장을 현실화시켰습니다. 이른바 ‘스마트 팩토리(공장)’ 인데요, 좁은 의미에서는 바로 이 ‘공장의 IoT화’를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어떻게 보더라도 4차 산업혁명과 사물인터넷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듯합니다.
사물인터넷이란 말을 한마디로 아주 쉽게 표현하면 ‘사물과 인터넷의 만남’ 정도로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컴퓨터와 컴퓨터의 연결, 즉 인터넷의 발명으로 우리는 정보혁명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컴퓨터와 컴퓨터를 넘어서, 컴퓨터와 사물, 사물과 사물, 사물과 사람이 서로 연결되는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있습니다. 사물과 인터넷이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먼저 비교적 간단한 변화를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일본의 통신업체인 KDDI는 최근 재미있는 우산꽂이 상품을 시장에 내놓았습니다. 이 우산꽂이는 스마트폰과 연동돼 집을 나서기 전에 우산을 챙겨야 할지를 미리 알려줍니다. 스마트폰이 우산꽂이 근처로 다가오면 우산꽂이에 있는 센서가 날씨 정보를 스스로 파악해 본체에 부착된 LED 조명의 색깔로 바깥 날씨를 알려주는 것이죠. 이 우산꽂이가 있으면 바쁜 출근 시간에 우산을 챙기려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되겠죠? 갑자기 비를 만나 편의점에서 비싸게 우산을 사야 하는 경우도 줄어들 겁니다. 단순히 우산을 보관하는 기능만 하던 우산꽂이가 날씨를 알려주고,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고, 낭패를 막아주는 기능까지 갖게 됐습니다. 사물에 IT와 인터넷이 담기면서 새로운 가치가 생겨났다고 볼 수 있죠.
자, 앞으로 우산꽂이에만 센서가 달릴까요? 그렇진 않겠죠. 우선 전자제품들은 모두 사물인터넷으로 간다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한국의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자사의 모든 제품을 사물인터넷으로 연결하겠다고 지난해 이미 선언했습니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제품뿐만 아니라 TV, 냉장고, 전자레인지, 에어컨, 세탁기, 청소기, 공기청정기 등 많은 전자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제품들이 서로 연결돼서 정보를 주고받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대표적으로 냉장고를 살펴봅시다. 냉장고에 소리, 빛, 온도, 압력 등을 계측할 수 있는 각종 센서가 달리고 이 센서가 인터넷으로 연결된다면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해집니다. 오래돼 신선도가 떨어지는 음식이나 부패한 음식이 생기면 센서가 이를 자동으로 감지, 집주인의 스마트폰을 통해 알려줍니다. 채소 칸에 채소가 떨어지면 이 또한 센서가 자동으로 인지해 인터넷쇼핑 주문에 들어갑니다. 냉장고가 스마트 홈의 허브 기능을 맡게 된다면 집주인이 퇴근하기 전 자동으로 밥을 지을 것을 전기밥솥에 주문하고, TV에게는 주인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자동으로 선별해 켜 놓을 것을 지시할 겁니다.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기업인 구글도 이 사물인터넷의 가능성에 일찍부터 주목했습니다. 구글은 2014년 서모스탯(thermostat, 자동온도조절장치)을 만드는 네스트 랩(Nest Labs)이라는 회사를 무려 3조 원이 넘는 돈(32억 달러)을 주고 인수했습니다. 집의 온도와 습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물건(Nest)에 첨단 ICT 기업인 구글이 왜 관심을 가졌을까요? 바로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때문입니다.
네스트는 스스로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는 것을 넘어 사용자의 행동을 인공지능으로 학습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집 전체의 온도와 습도를 조절해 준다고 합니다. 사용자의 패턴이 인공지능을 통해 학습돼 가장 쾌적하고 효율적인 공조 방식을 기계 스스로 찾아낸다는 것이죠. 최적화된 조건을 찾아내면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을 평균 20% 정도 절약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점에 주목한 구글은 네스트를 스마트 홈의 허브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거금을 들여 회사를 사들인 것입니다.
네스트에는 각종 센서가 많이 달려 있다고 하네요. 온도와 습도 센서 외에도 모션 센서, 광선 센서 등이 있어 집주인의 외출 시간과 귀가 시간 등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학습까지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네스트가 주인의 자동차 GPS와 연계되면 퇴근이 가까워질 무렵 자동으로 집안의 공조 시스템이 동작하겠죠? 더 나아가 네스트가 전력공급 회사와 연결이 되면 전력 사용이 집중되는 시간을 피해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쾌적한 환경을 조성해 낼 수 있다고 합니다.
구글은 전 세계 검색 트래픽의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검색 서비스 분야에서는 절대 강자입니다. 구글은 여기에서 나온 막대한 수익을 기반으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5년여 동안 네스트를 포함해 무려 150건 이상의 인수합병을 진행시켰습니다. 평균으로 따져보면 보름에 한 건꼴입니다. 틈만 나면 회사들을 인수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돈이 많다고 흥청망청 마구잡이로 사들인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스마트홈, 헬스케어,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거의 모든 합병이 ICT 융합산업과 관련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구글은 네스트를 기반으로 지난해 사물인터넷 플랫폼 ‘브릴로(Brillo)’를 선보였습니다. 브릴로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모든 기기를 연결할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지난해 9월에는 결제 서비스 분야의 솔루션인 ‘안드로이드 페이’를 출시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에서 선두 주자가 되기 위한 글로벌 1등 기업의 치열한 전략과 노력이 엿보이지 않으세요?
개인이나 가정의 영역이 아닌, 산업의 영역에서도 사물인터넷은 뜨거운 이슈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124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의 GE(제너럴 일렉트릭)가 꼽힙니다. 발명왕 에디슨이 만든 회사인 GE는 전기조명 회사에서 출발해 가전, 에너지, 항공, 금융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해 미국을 대표하는 제조업체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런데 2001년부터 GE를 이끌어 온 제프리 이멜트 CEO는 GE가 전통 제조업체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 업체로 변신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한 마디로 구글이나 페이스북, 애플 같은 회사가 돼야 한다고 주문한 것이죠.
이후 GE는 항공 엔진, 발전 설비 등 자사의 제품에 센서를 심고, 이 센서로부터 나오는 데이터를 분석해 새로운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각종 산업장비에 담긴 센서가 기계의 성능 상태, 교체 여부 등을 미리 알려주니 GE는 장비가 고장이 나기 전에 고객들에게 AS를 제공해 주는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었습니다. 기존에는 장비가 고장을 일으키면 원인을 찾아내고 부품을 교체하기까지 짧게는 며칠부터 길게는 몇 달까지 완전히 손을 놓고 있어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장비에 센서가 담기면서 고장이 나기도 전에 문제가 될 만한 부품들을 미리 교체하니 산업 현장에서 생산성과 효율성이 월등히 높아진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죠.
결국 GE는 기계나 장비를 팔아서 벌어들인 이익보다 판매한 기계에서 수집한 데이터로 더 큰 이익을 창출해 내는 회사가 됐습니다. 사물인터넷을 산업 분야에 적용한 ‘산업 인터넷(Industrial Internet)’의 강자가 된 것이죠.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전통 제조업과 ICT의 융합이었습니다. 이멜트 회장이 전통 제조업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업체로 변신을 꾀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가지 못한 두산중공업 등 한국의 경쟁 기업들은 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져 올해 결국 대량 해고와 구조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물인터넷은 도시와 국가 차원에서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바로 주차, 환경, 에너지 등 도시의 다양한 문제를 첨단 ICT와의 결합으로 해결해 나가는 ‘스마트 시티’ 사업이 바로 그것입니다.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는 스페인 바르셀로나가 손꼽힙니다. 바르셀로나는 가로등, 주차장, 쓰레기, 수도 등 총 12개 분야에서 다양한 스마트 시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하네요. 예를 들어 가로등의 경우 센서를 부착해 주변 교통상황에 맞게 필요할 때만 켜지도록 해 연간 30% 이상의 전기비용을 아끼고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사물인터넷은 개인과 가정, 기업과 산업, 도시와 국가 전 분야에 걸쳐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어쩌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사물인터넷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업들은 이미 사물인터넷 경쟁에 사활을 걸고 뛰어들었습니다. 그래서 ICT 전문가들은 IoT의 시대를 넘어 IoE(Internet of Everything)의 시대가 예상보다 빠르게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세상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우리 삶과 우리 사회는 어떤 변화를 겪게 될까요?
[출처] 자유학기제 웹진 꿈트리 VOL.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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