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공식 블로그

나로호 엔진, 3천℃에서도 녹지 않는 비결은? 본문

~2016년 교육부 이야기/신기한 과학세계

나로호 엔진, 3천℃에서도 녹지 않는 비결은?

대한민국 교육부 2010. 5. 3. 09:42
오는 6월 9일, 우리나라의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 2차가 발사가 예정되어 있다. 나로호의 엔진이 점화되는 순간 로켓뿐 아니라 발사대에도 매우 바쁘게 작동하는 부분이 있다. 1초당 900ℓ의 물을 살포하며 발사체가 내뿜는 화염으로부터 발사대를 보호하는 장치가 바로 그것인데, 나로호의 엔진에서 나오는 화염의 온도가 얼마나 높길래 이런 보호 장치가 필요한 것일까?

나로호의 1단은 케로신과 액체산소를 추진제로 사용하고 있다. 이 2개의 추진제는 로켓엔진의 한 부분인 연소실에서 만나 연소, 즉 불이 붙게 되는데 이때의 온도는 무려 섭씨 3000도가 넘는다. 이는 섭씨 1600도 정도인 용광로보다 2배나 뜨거우며, 표면 온도가 섭씨 6000도나 되는 태양의 절반이 되는 수준이다. 

또 밤하늘의 오리온 별자리에서 가장 밝은 베텔기우스의 표면 온도와도 비슷하다. 이처럼 어떤 별의 표면 온도와 같은 나로호 로켓엔진의 연소 온도는 지구상의 거의 모든 금속을 녹여 버릴 수 있는 엄청난 온도다. 

그런데 나로호의 1단 엔진은 어떻게 이 뜨거운 온도에서도 녹거나 폭발하지 않고 3분 85초나 작동할 수 있는 것일까?
 
로켓엔진의 연소실을 냉각하는 일은 1926년 가솔린과 액체산소를 추진제로 사용하는 세계 최초의 액체로켓을 발사할 때부터 가장 큰 문제였다. 당시 연소실을 냉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로켓엔진의 연소시간은 고작 몇 초에 지나지 않았다. 로켓을 크게 만들고 더 높이 쏘아 올리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에 걸쳐 연료가 연소해야만 한다.

따라서 뜨거운 로켓엔진을 냉각하는 여러 기술이 액체로켓 개발 초기 연구됐다. 세계 최초의 액체로켓을 개발한 미국의 로버트 고다드도 마찬가지로 여기에 집중했다. 그는 연소실 안으로 추진제를 분사할 때, 연소실 벽에 연료를 많이 분사해 열이 연소실 벽으로 전달되는 것을 막았다. 

추진제를 이루는 연료와 산화제 액체산소가 적절한 비율로 혼합돼야 불이 가장 잘 붙는데, 연소실 벽 주위로는 연료만 많이 분사해 가능한 불이 붙지 않도록 했다. 이것이 연소 화염과 연소실 벽 사이의 보호막을 형성하게 한 것. 따라서 이런 냉각 방법을 ‘막냉각법’이라 부른다. 하지만 많은 연료가 냉각을 위해 연소실에서 불이 붙지 않고 버려지므로 낭비가 심한 냉각법이다.

1930년대 독일에서도 미국의 고다드 연구에 못지 않은 로켓 실험들이 이뤄지고 있었다. 특히 클라우스리델이란 로켓연구가는 연소실을 달걀 모양의 물통에 집어 넣어 식히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물통 대신에 연료로 사용하는 에틸알코올에 직접 물을 섞어 연소실을 냉각하는 일명 리델냉각법을 고안했다.
 
미국과 독일의 이런 2가지 아이디어는 그 후 독일이 개발한 V-2로켓의 엔진을 냉각하는 방법으로 사용됐다. 세계 최초의 탄도미사일이자 당시 가장 큰 규모의 로켓인 V-2는 1분이 넘는 65초나 연소를 해야 했다. 이를 위해 연료인 알코올에 25%나 되는 많은 물을 넣고 연료 중 일부를 연소실 주위로 보내 엔진을 식히게 했다. 동시에 이 연료를 연소실 벽 안쪽으로 뚫린 작은 구멍을 통해 분사시켜 보호막을 형성하는 막냉각법도 함께 사용해 1분 이상 로켓엔진이 작동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로서는 놀라운 일이었다. 

하지만 역시 냉각을 위해 버리는 연료가 많았다. 결국 V-2보다 더욱 강력한 로켓을 만들기 위해서 더욱 발전된 엔진의 냉각법이 필요했다. 그 후 미국과 러시아에서 개발한 방식은 연소실 벽에 매우 가느다란 빨대와 같은 관을 연결하거나 이중으로 관을 만들고, 그 사이에 연료나 산화제가 지나다니는 길을 내어 열을 식히는 방법이다. 

이전 엔진과 가장 큰 차이는 이들 냉각에 사용된 연료를 버리지 않고 연소실로 다시 분사해 연소시킴으로써 추진력을 얻는 데 다시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냉각 방법을 ‘재생냉각법’이라 부른다. 연료가 먼저 연소실을 냉각시키면서 얻게 되는 열에너지는 나중에 연소 온도를 높여 주기도 하므로 추진제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역할도 하게 된다.

현대의 액체로켓엔진들은 보통 이런 재생냉각법과 막냉각법을 함께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연소실의 중심은 섭씨 3000도나 되게 뜨겁지만 연소실의 외벽은 겨우 섭씨 100도 정도밖에 안 될 정도로 냉각시킬 수 있다. 

추진제로 액체 대신에 고체를 사용하는 나로호의 2단인 킥모터와 같은 고체 추진제 로켓은 이런 냉각법을 사용할 수 없어 보통 재료 자신이 서서히 타들어 가면서 열을 흡수하는 ‘삭마냉각법’을 사용하고 있다. 특히 추진제 탱크가 곧 연소실인 고체로켓의 구조때문에 연소 중 다 타지 않은 연료가 보호막 역할을 하기도 한다.

글 | 정홍철 과학칼럼니스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카리스쿨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