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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제조기? "인문학 판매상 되고 싶진 않았어요" 본문
베스트셀러 제조기?
"인문학 판매상 되고 싶진 않았어요"
[명사인터뷰] 이지성 작가
"인문학은 '교육' 그 자체예요. 삶의 목적을 일러주니까요. 하지만 우리나라의 인문학 교육을 소크라테스가 본다면? 아마 한 번 더 독배를 마시고픈 생각이 들지도 모릅니다.(웃음)"
이지성 작가(43)의 발언은 거침없었다. 소위 '있어 보이는' 인문학에 대해 책을 쓰는 사람이니 적당히 듣기 좋은 말만 늘어놓을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는 본인을 포장하지도 않았다. 덕분에 그의 '현실적' 진로 선택에 대한 얘기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이 작가의 전직은 초등 교사다. 큰 말썽 없이 학교를 다녔고 아버지의 권유로 안정적인 직업으로 꼽히는 교사가 되기 위해 전주교대에 들어갔다. 떠밀리듯 간 학교에서는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았다. 주야장천 글만 써대다 학점이 낮아 임용고시 응시 자격을 얻지 못했고 결국 전북대 법대로 편입했다.
제대 무렵 김대중 정부가 초등교사를 대거 명예퇴직 시키면서 신규교원 채용 정원이 지원자 수보다 더 많았던 '반짝 요행' 덕에 교원자격시험 응시 기회를 얻었다. 지원자 1100명 중 903등 턱걸이로 합격, 교사가 됐다.
글을 쓴 것도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저 "멋있어 보이고 싶어서"였단다. 이유는 간단했지만 그의 글쓰기는 굉장히 '전투적'이었다. 2000년부터 시작된 교사 생활 7년 내내 틈틈이 글을 썼다. 교사를 그만두기 전까지 쓴 책이 무려 15권이다.
"잘 나가는 작가가 되고 싶어 책을 열심히 썼어요. 하지만 그렇게 욕망으로만 가득 찬 글을 누가 읽나요.(웃음) 결국 무명 생활이 길어졌어요. 교사 생활을 하는 동안 아버지가 사업하다 진 빚이 20억원까지 불어나면서 저는 더 고립됐어요. 술 마실 돈도 없으니 좁은 옥탑방에서 책만 읽었죠. 그렇게 10대에도 겪지 않았던 사춘기를 20~30대 때 책과 함께 보냈더니 사람이 한 차례 바뀌더라고요."
와신상담 끝에 출간한 <여자라면 힐러리처럼>(2007년, 다산북스)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후 이 작가는 교사를 그만뒀다. 유명 작가가 되고서는 전 세계 빈민촌에 학교를 짓는 등 본격적으로 기부를 시작했다. '인간을 위하는' 인문학적 삶을 실천하고 싶어서였다. 인생에 찾아온 두 번째 전환기였다.
"서른일곱 되던 해에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갔어요. 빈민촌에 학교를 세우는 데 필요한 돈을 기부했더니 자선단체에서 한번 가보지 않겠냐고 제안이 왔거든요. 그렇게 떠밀려서 간 캄보디아에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당시 사회 분위기가 나만 잘 살자고 '웰빙'을 외치는 분위기였는데 그에 편승했던 나를 발견했죠. 단순한 '인문학 판매자'가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본격적으로 기부에 나서게 됐습니다."
실제로 그는 인문학 나눔을 꾸준히 실천해왔다. 이 작가는 지난 2011년부터 자신의 팬카페 회원과 함께 지역아동복지센터에서 정기적으로 인문학 교육 봉사를 하고 있다. 이 작가는 “봉사를 거쳐 간 팬 카페 회원만 해도 1000여명"이라며 덧붙였다. "빈민촌 학교는 앞으로 1000곳 정도 짓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인문학의 핵심은 인간에 대한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공자가 말한 인(仁)의 개념과 같을 거예요.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사랑할 에너지를 비축하기 위해 인문학을 공부하자는 것이 제 신조입니다."
이 작가에게 '학생들의 인문학 길잡이'로서 하고 싶은 말을 물었더니 "그러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는 엉뚱한 대답이 돌아왔다. "누군가를 롤 모델 삼아서 앞으로 나아가는 건 좋은 일이지만 멘토를 완벽한 존재, 혹은 종교로 삼아선 안 된다"는 진지한 조언도 곁들였다. 다만 인생 선배로서 '인문학적 청소년기'를 보내는 방법에 대해서는 이것저것 추천을 아끼지 않았다.
"많은 분들이 사춘기가 '끓는 피를 주체하지 못해 대형 사고를 치는 시기'라고들 생각하는데, 제 생각은 달라요. 자신이 어떻게 살지 고민하고 이에 대한 잠정적 결론을 내리는 게 사춘기의 진정한 의미예요. 그런 의미의 사춘기를 제대로 겪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삶의 진정한 의미를 모르고 살아가는 겁니다. 저 역시 10대 시절에 아무 생각이 없었고 20대 시절에는 나 자신밖에 몰랐어요. 힘든 삶에 스스로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거죠. 학생들에게는 저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여행을 추천하고 싶어요."
공부를 우선순위에서 제외하라는 조언도 건넸다. "인문학의 목적은 선한 인간이 되는 데 있어요. 그러려면 가장 먼저 자기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해요. 내 방은 스스로 청소하고 용돈도 스스로 벌고요. 책만 붙들고 있을 것 같은 율곡 이이 선생도 사실은 대장간을 운영하면서 스스로 낫과 호미를 팔아 돈을 벌었답니다. 스스로를 다스리게 되면 부모 등 주변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세요. 이렇게 여러 우선순위를 해치운 후 시간이 남으면 공부를 하면 됩니다."
이 작가는 인문학적인 교육과 자유학기제가 자리잡으려면 입시와 경쟁 중심의 교육 풍토가 전반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교사 시절 아이들에게 플라톤과 논어를 읽히다 학부모 항의를 받았다던, 이 작가다운 직언이 이어졌다.
"자유학기제 시도 자체는 굉장히 좋은 점수를 주고 싶어요. 제도성공의 열쇠를 쥔 교사들이 보다 창의적으로 수업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행정 업무를 줄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교육 분야에 더 많은 변화들이 일어난다면 '학교를 다니면서 미래를 창조하게 됐다'는 학생들의 진심어린 고백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이지성 작가는… 1996년 전주교대에 입학했으며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초등교사로 일했다. 유명 저서로는 <꿈꾸는 다락방>, <여자라면 힐러리처럼>, <스물여덟 이건희처럼>, <리딩으로 리드하라> 등이 있다.
글_ 최민지 에디터
출처_ 꿈트리 Vol.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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