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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탐사에 로봇 ‘아바타’ 보낸다 본문
파란색의 나비족들이 익룡처럼 생긴 거대한 생명체를 타고, 하늘에 둥둥 떠 있는 거대한 바위섬 사이를 날아다니는 판도라 행성. 2154년, 인류는 지구의 자원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구로부터 4.4광년 떨어진 판도라에서 ‘언옵타늄’이라는 광물을 채굴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판도라의 대기는 독성을 갖고 있어 인간이 숨을 쉴 수 없는데다가, 판도라의 원주민인 ‘나비’족이 강하게 저항하여 채굴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에 지구의 과학자들은 인간과 나비족의 DNA를 합성해, 원격 조종이 가능한 하이브리드 생명체 ‘아바타’를 만든다.
지난해 최고의 흥행 영화 ‘아바타’의 시놉시스다. 인간이 적응하기 어려운 가혹한 환경의 외계 행성을 아바타를 이용해 원격으로 탐사한다는 영화의 설정은 관객들에게 매우 신선하게 다가 왔다. 영화는 하반신 불구였던 주인공 제이크가 아바타를 통해 외계 행성의 자연환경과 나비족의 문화적 환경에 동화되는 과정을 화려한 3D 특수효과를 통해 실감나게 보여준다.
이런 아바타 기술을 실제 우주탐사에도 활용할 수 있을까? 최근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아바타를 이용해 달을 탐사하는 프로젝트를 제안해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의 과학대중지 파퓰러사이언스 온라인판은 지난 2월 원격조종이 가능한 인간형 로봇을 이용한 달탐사 프로젝트 ‘Project M’을 홈페이지에 소개했다.
Project M은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을 달에 보낸 뒤, 지구에서 이 로봇을 원격 조종해 달을 탐사하는 계획을 담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영화 ‘아바타’처럼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 마음만으로 아바타를 조종하는 것이 아닌 조종하는 사람이 자신의 움직임을 로봇에게 그대로 전달하는 모션 캡쳐 복장 입고, 로봇이 보는 시야를 똑같이 보면서 로봇을 조종할 수 있다.
사실 로봇을 이용해 외계 행성을 원격으로 탐사하는 계획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70년대 구 소련이 달에 원격탐사로봇 루나16호를 보낸 뒤, 인류는 달과 화성에 탐사 로봇을 수차례 보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탐사로봇은 활동영역이 제한적이거나 실시간으로 조종할 수 없었다. NASA가 2004년 화성에 보낸 쌍둥이 탐사로봇 스피릿과 오퍼튜니티도 지구와 교신하는데 9분 이상 걸린다. 그래서 NASA는 탐사로봇의 하루 이동계획과 활동계획을 미리 입력하고 수 시간 뒤 이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탐사를 진행해 왔다. 현재 스피릿이 화성 표면을 찍은 100MB 정도 크기의 영상을 지구에서 받는 데는 1주일 가까이 걸린다.
하지만 Project M은 인간형 로봇과 가상현실을 결합한 ‘원격현실감’ 기술을 통해 지금까지의 원격조종 탐사로봇과는 차원이 다른 원격탐사로봇을 선보일 계획이다. 인간형 로봇을 사용하기 때문에 인간이 사용하는 탐사도구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고, 지구와 달 사이에 교신 시간이 3초 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거의 실시간으로 마치 달에서 직접 탐사하는 것처럼 로봇을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다.
NASA는 Project M이 인간을 달에 직접 보내는 방법보다 여러 가지 면에서 더 낫다고 주장한다. 우선 우주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각종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지구에서 안전하게 달 탐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인간을 달에 보내기 위해 필요한 생명유지장치를 만들지 않아도 되므로 로켓의 무게를 줄이는 등 달탐사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한, 인간이 직접 달에 가는 것보다 과학적 성과를 훨씬 많이 얻을 수 있다. 달에서 의미 있는 발견을 하려면 숙련된 과학자를 우주인 훈련을 시키거나, 우주인에게 다양한 과학적 지식을 습득하게 한 뒤 달에 보내야 했다. 하지만 로봇 아바타를 활용하면 달에 직접 가지 않고도 달 탐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의 과학자들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는 NASA의 존슨스페이스 우주센터가 지난 5월 3일 공개한 백서에는 Project M에 대한 꽤 자세한 계획이 담겨있다.
백서는 Project M을 수행할 로켓으로 차세대 우주탐사 로켓으로 주목받고 있는 액체산소-메탄 로켓을 활용할 계획이며, 아바타 역할을 할 로봇은 ‘로보넛 2’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로보넛 2는 지난 2010년 2월 4일 NASA의 존슨스페이스 우주센터의 덱스트러스 로봇연구소(Dextrous Robotics Lab)가 자동차회사인 GM과 함께 개발해 공개한 인간형 로봇이다.
NASA는 예산만 승인된다면 1,000일 이내에 이 프로젝트를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Project M의 ‘M’이 달(Moon)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1,000을 뜻하는 접두어 (Mili)의 첫 글자임을 강조할 만큼 자신감이 넘친다.
우주개발사를 연구하는 미국의 저명한 역사가 라우니우스와 맥커디는 2007년 펴낸 ‘Robots in Space’란 책에서, 미래의 우주개발은 인간과 로봇이 융합한 ‘포스트휴먼 사이보그’(post-human cyborg)가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런 시대가 언제 올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적어도 이들이 예측한 우주탐사는 ‘아바타’라는 영화를 통해서, 그리고 Project M을 통해서 우리 머릿속에 이미 자리 잡고 있다.
글 | 안형준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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