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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가 인간 행동 조절한다?

대한민국 교육부 2018. 2. 5. 11:16

 

냄새가 인간 행동 조절한다?

우리도 모르는 인간의 후각 능력




“만약 개가 인간의 언어로 말을 할 수 있더라도, 우리는 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할 것이다.” 천재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말이다. 개의 후각은 인간보다 수십 배 발달해 있다. 따라서 개는 인간의 후각으로 분별할 수 없는 미세한 냄새의 차이까지 모두 느끼며 대화를 나눌 테니 설혹 인간과 대화가 통해도 우리는 그 의미를 제대로 알아듣기 힘들 것이라는 의미다.


흔히 개는 발자국 소리만 듣고서도 주인을 알아차린다고 한다. 그런데 이는 개가 사람을 냄새로 구분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모두 다른 체취를 가지고 있는데, 이 같은 사실은 2009년 스페인 연구진의 연구결과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멸종위기 야생동물 기금(EWT)에서는 아프리카 외부로 밀수출되는 불법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아프리카 주머니쥐를 이용한다. 즉, 아프리카 주머니쥐를 훈련시켜 선박 컨테이너 속에 숨어 있는 천산갑이나 상아, 코뿔소 뿔 등을 찾아내는 것이다. 주머니쥐는 수명이 8년이나 될 뿐만 아니라 작고 어두운 곳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어 개보다 밀수품 단속에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사용하는 대부분의 언어에서는 냄새를 표현하는 어휘가 매우 빈약하다. ⓒ Public Domain



비트겐슈타인의 지적처럼 사실 인간이 사용하는 대부분의 언어에서는 냄새를 표현하는 어휘가 매우 빈약하다. 영어의 경우 ‘악취가 나는(stinky)’, ‘향기로운(fragrant)’, ‘퀴퀴한 냄새가 나는(musty)’의 단 세 단어가 있을 뿐이다.


색깔이나 소리, 맛 등의 감각을 표현하는 어휘는 풍부한 편이다. 그에 비해 우리가 냄새를 표현할 때 사용하는 단어는 보통 그 냄새를 풍기는 대상의 이름이다. 예를 들면 계피 냄새라든지 석유 냄새 같은 표현이다. 이처럼 냄새 관련 어휘가 부족한 것을 두고 어떤 이들은 시각이 인간의 주된 감각으로 자리 잡으면서 후각이 보조적 감각으로 밀려났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맛있는 빵 냄새 맡으면 친절해져


그런데 냄새에 의해 인간의 행동이 조절되는 사례는 의외로 많다. 예를 들면 비가 올 때 나는 흙냄새를 맡으면 졸음이 더 밀려오는 것 같은 경우다. 식물들은 비가 오지 않는 건기 동안에는 씨앗이 발아하지 못하도록 특정 오일을 분비한다.


하지만 비가 내리면 그 오일이 빗물에 씻겨 흙속의 박테리아가 분비하는 지오스민이란 물질과 섞이게 된다. 이때 나는 냄새가 바로 흙냄새이다. 그 냄새는 진정작용을 하므로 우리는 비 오는 날 잠이 더 많아지는 것이다.


막 구운 빵 냄새를 맡으면 낯선 사람들에게 더 친절해지며 이타적인 행동을 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2012년 ‘사회심리학 저널’에 게재된 프랑스 남부 브리타뉴대학 연구진의 연구결과가 바로 그것. 당시 연구진은 실험 봉사자들에게 빵집과 옷가게 앞에서 행인들이 지나갈 때 손수건 등의 소지품을 400회 이상 떨어트리게 했다.


연구진이 행인들의 반응을 집계한 결과 옷가게 앞에서는 52%의 행인이 떨어진 물건을 주워준 데 비해 빵집 앞에서는 물건을 줍는 것을 도와준 행인이 전체의 77%로 드러났다. 즉, 빵을 굽는 맛있는 냄새가 사람의 기분을 좋아지게 만드는 것은 물론 사람의 행동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행복할 때 흘린 땀 냄새를 맡으면 다른 사람도 그와 비슷한 수준의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는 사실도 실험으로 증명됐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 연구진은 남성들에게 공포 및 행복감, 중립적 감정을 각각 불러일으키는 비디오를 보게 한 뒤 그들이 흘린 땀을 채취했다.


그 세 종류의 땀을 여성들에게 맡게 한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공포감을 느낄 때 흘린 땀 냄새를 맡은 여성들은 공포스런 표정을 지을 때 반응하는 이마힘살에서 더 큰 반응이 발견된 것. 그에 비해 행복할 때 흘린 땀 냄새를 맡은 여성들은 진짜 행복할 때 나오는 표정인 ‘뒤셴 미소’를 지을 때 사용하는 근육에서 더 큰 반응을 보였다.


흥미로운 것은 얼굴 근육이 보여준 반응과 여성들이 평가한 땀 냄새 간에는 뚜렷한 상관 관계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즉, 실험참가자들은 자신이 맡은 냄새의 확실한 정체를 모르는 데도 그와 관련된 근육이 무의식적으로 반응했다는 의미다.





연인 냄새는 스트레스 감소 효과 일으켜


최근에는 연인이 입은 셔츠 냄새를 맡으면 스트레스가 감소된다는 연구결과까지 발표됐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 연구진은 실험 참가 여성들에게 스트레스를 받게 한 후 세 가지 종류의 셔츠를 주고 냄새를 맡게 했다.


남자 친구가 입었던 셔츠와 낯선 남성의 셔츠, 그리고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 셔츠가 바로 그것. 그런데 여성들은 셔츠의 종류에 따라 매우 다른 반응을 보였다. 자신의 남자 친구가 입었던 셔츠의 냄새를 맡은 여성들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수치가 현저하게 낮아진 반면 낯선 남성의 냄새를 맡은 여성들은 오히려 코르티솔 수치가 상승한 것.


물론,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 셔츠의 냄새를 맡은 여성들의 경우 수치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는 사랑하는 사람의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줄어든다는 사실을 증명한 셈이다. 낯선 남자의 냄새를 맡으면 스트레스가 더 증가된 것에 대해 연구진은 ‘인간은 원래 낯선 것에 공포를 느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간은 다른 포유류보다 냄새를 맡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게 기존 상식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인간의 후각 능력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또 커피 냄새나 땀 냄새 등 특정 냄새의 경우 인간이 오히려 다른 동물보다 더 잘 맡는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우리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다른 동물처럼 인간도 냄새에 의존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같은 연구들이 더 진행되면 앞으로 마케팅에 냄새를 이용하는 산업이 등장할 수도 있다.



글_ 이성규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

출처_ 사이언스올 사이언스타임즈

저작권자 2018.01.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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