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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을수록 멀리 가는 플랑크톤
해류가 플랑크톤 분포에 중요한 역할
플랑크톤은 물에 떠서 사는 ‘떠살이’ 생물이다. 편모를 가지고 있는 식물플랑크톤이나 동물플랑크톤은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대부분 플랑크톤이 워낙 크기가 작다보니 헤엄치는 능력이 있더라도 강한 해류에 떠밀리게 마련이다. 해파리처럼 큰 플랑크톤도 있지만, 이들 역시 바닷물의 흐름을 거스르지는 못한다.
생물은 살기 좋은 곳에 모여
생물들은 살기 알맞은 장소에 모여 산다. 선사시대 수렵생활을 하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먹을 것이 많고 살기에 편한 곳을 찾아 정착 생활을 시작하였다. 바다의 방랑자 플랑크톤도 예외는 아니다. 물에 떠다니다가 수온과 염분이 적당하고, 자라는데 필요한 영양염류 성분이 많은 곳에 도달하면 급속도로 번식해서 숫자가 늘어난다.
플랑크톤의 전 지구적 분포 패턴은 수온이나 염분, 영양염류와 같은 환경 요인에도 영향을 받지만, 해류의 세기나 방향에도 많이 좌우된다. 전 세계 바다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해류가 바닷물과 플랑크톤을 이리저리 운반하므로 어디에서나 플랑크톤이 다 같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플랑크톤의 이동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이 있어서 지리적으로 떨어져있는 개체군 사이에 유사성은 일정하지 않다.
플랑크톤 개체수나 크기가 이들의 공간 분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 오리건주립대학교를 주축으로 영국, 스페인, 스웨덴, 사우디아라비아 과학자들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세계 일주 항해를 하면서 얻은 많은 시료와 자료를 분석하여 플랑크톤 군집의 공간적인 분포를 살펴보았다. 분석 대상은 아주 작은 미생물이나 식물플랑크톤부터 새끼손톱 크기의 어린 물고기까지 다양하였다.
연구팀은 플랑크톤이 해류에 의해 어떻게 흩어지는지, 플랑크톤 크기에 따라 얼마나 멀리 분산되는지를 조사하였다. 그랬더니 플랑크톤의 크기가 클수록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군집 사이에 차이가 컸다. 멀리 이동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오히려 크기가 작은 플랑크톤이 해류를 따라 더 멀리, 더 빨리 이동하였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과학학술지 네이처(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렸고, 2018년 1월 10일자 사이언스 데일리가 보도하였다.
세포분열 중인 플랑크톤 ⓒ 김웅서
작아서 유리한 플랑크톤
플랑크톤은 작아서 유리한 점이 많다. 식물플랑크톤은 크기는 작지만 숫자는 엄청 많다. 번식률 또한 대단해서 하루 사이에 2~4배 숫자가 늘어날 수 있다. 단세포 식물이기 때문에 세포분열을 해서 한 개체가 2개로 나뉘면 각각의 세포가 새로운 개체가 된다. 크기가 작으니 해류에 몸을 맡기고 멀리까지 흘러 다니다가 살기에 좋은 환경을 만나면 재빨리 번식하는데 유리하다.
플랑크톤은 해양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바다의 먹이 피라미드 하부를 떠받치고 있다. 플랑크톤이 없으면 해양생태계는 유지될 수 없다. 이 작은 생물들이 바다에 어떻게 분포하는가에 따라 해양생태계는 달라진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되어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 해양 환경이 바뀌고 있지만, 생태계가 어떻게 바뀔지 아직 잘 모른다. 연구팀의 궁극적인 연구 목적은 ‘바닷물이 더워지면 바다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 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구하는 것이다. 지금도 이미 바닷물 온도가 높아진 곳이 있지만, 앞으로 지구온난화가 계속 진행되면 높은 온도에 견딜 수 있는 플랑크톤이 더 많아질 것이다.
이 세상에는 작고 힘없는 생물도 있고, 크고 힘 센 생물도 있다. 살아가는 방식에 차이가 있지만, 양쪽 모두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다. 작고 힘없다고 항상 불리하지 않다. 크고 힘 센 동물은 멸종 위기를 맞고 있지만, 작고 힘없는 생물 경우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더 멀리 가서 신천지를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다.
글_ 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UST 교수
출처_ 사이언스올 사이언스타임즈
저작권자 2018.01.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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